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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노동복지회관 안에 있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사무실 모습.
 경남 창원노동복지회관 안에 있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사무실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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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파면됐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 간부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다르게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직책이 높았던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본부장과 부본부장은 법원 판결로 복직했지만, 상대적으로 직책이 낮은 진주지부장은 복직하지 못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2006년 경남도지사와 맺은 인사교류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는 같은 해 9월 9일 창원에서 '공무원노조 사수와 노조탄압 분쇄, 경남지사 규탄대회'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듬해 1월 경남도 인사위원회는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지부 간부들에 대해 '집단행위금지와 복종의 의무' 등의 규정을 들어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파면'  등의 처분을 내렸다. 파면됐던 8명은 같은 해 4월 소청심사 과정을 거쳐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해임처분 취소'를 얻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을 낸 공무원노조 본부·지부 간부는 총 8명. 이 가운데 6명은 대법원까지 판결이 끝났고, 2명은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내려진 6명을 보면, 1심에서는 모두 기각되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5명은 2심에서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지만, 반대로 1명은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본부장이었던 정유근(진주시청 소속)씨와 부본부장이었던 임종만(마산시청 소속)씨를 비롯한 5명은 대법원에서도 항소심이 그대로 인정되어 지난 1월 복직했다. 반대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진주지부장이었던 강수동(진주시청 소속)씨만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해 복직하지 못했다.

정유근·임종만씨 등 5명과 강수동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다르다. 정·임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신)였고, 강씨의 2심 재판부는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박흥대)였다.

'징계절차 위법', '징계사유 존재' 여부 판단은 비슷

항소심 판결 내용을 살펴보자. 재판부는 크게 ▲징계절차의 위법여부와 ▲징계사유의 존재여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의 3가지로 나눠 판단했다. 정․임씨와 강씨의 항소심 재판부 모두 앞부분 2가지 판단에서는 모두 불법으로 보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르게 보았다.

징계절차 위법여부에 대해, 정·임씨 재판부는 "징계처분에 있어 행정자치부장관이나 경남도지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징계권한을 침해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거나 "원고(공무원노조)들에 대한 문답서나 자인서 등을 받지 않고 징계의결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징계처분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볼수 없다", "징계처분이 오로지 장관의 징계방침에 기계적으로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강씨 재판부 역시 비슷한 설명을 하면서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사유의 존재여부도 마찬가지다. 정·임씨 재판부는 "원고의 기자회견이나 집회참석 등의 행위가 직장이탈금지의무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라고 볼 수 없다"거나 "도지사 인사 문제의 이의제기는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서 충분히 의사 표출이 가능했는데도 기자회견 참석 등의 행위는 공무원의 집단행위에 해당한다", "징계 사유상의 행위들은 정당한 노조 활동의 하나로 이루어진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씨 재판부 역시 '복종의무 위반'에다 '직장이탈', '집단행위'가 모두 인정된다며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은 달라

그런데 재량권 일탈·남용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마다 다르다. 정·임씨의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인 반면, 강씨의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이었던 정유근씨에 대해, 재판부는 "무단으로 직장을 이탈한다는 인식 하에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피고(경남도)가 단체협약 한달만에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해 원고들이 곧바로 노조전임활동을 중단하고 소속 부서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 "집회가 폭력성을 띤 과격한 집회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이후 합법 노조로 자리매김한 점", "공무원노조 파업참여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공무원 전체의 권익수호를 위한 희생적 결단에 기인한 점" 등의 이유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임종만씨에 대해 같은 재판부는 "비록 지방공무원법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닌 투명한 지방선거의 실시나 도지사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등 공익적인 목적"이거나, "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관내출장명령과 연가·외출조치를 취해 무단결근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최소하 한 점", "규탄대회에 몇 차례 참석하였을 뿐 특별히 과격한 행동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수동씨에 대해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부산고법 제1행정부는 "공무원은 철저히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점", "정당한 공무원 노조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계를 벗어난 점", "지부장으로 행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점", "공무원노조와 관련해 정직과 견책의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징계처분이 공평을 잃은 처분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고법 "개별 사정이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항소심 판결이 다른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아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은 재판부가 달랐기 때문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고등법원 공보판사는 "공무원노조 행위 자체가 징계 사유였다는 사실은 일치하나 같은 사건은 아니다"면서 "자치단체의 징계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에 있어, 이전의 처벌 전력이나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의 가담 정도 등 여러 정황이 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공보판사는 "개별 사정이 다르다"며 항소심 두 재판부 모두 정당한 판결을 한 것이라 밝혔다.


태그:#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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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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