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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이 줄줄이 남대문 시장을 찾는다. 명절에는 방송국 카메라가 경쟁적으로 남대문 시장을 스케치한다. '남대문 상인들의 표정에는 대한민국 민심이 담겨 있다'는 말도 있다. 이렇듯 남대문 시장은 '서민 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나는 바로 그 남대문 시장의 상인이다. 30년이 넘도록 남대문에서 장사를 하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 역시 8년째 남대문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 요즘 참 어렵다. 어떤 가게는 높은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점포 규모를 반으로 줄였고, 어떤 가게는 20년 넘도록 함께 일한 직원을 퇴직시켰다. 물론, 적자에 허덕여 문을 닫는 가게도 적지 않다. "장사 잘 되시죠?"라는 정겨운 덕담은 언젠가부터 상대를 비꼬는 의미가 담긴 실례의 말이 됐을 정도다.

그렇게 상인들의 한숨이 늘어가던 중, 반가운 뉴스 하나를 접했다. 지난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65억 원을 투자해 11월까지 남대문 시장 정비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우리의 일터에 65억 원을 투자한다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대문 시장 출입구에 있는 쓰레기 수집장을 지하로 이동시키고, 낙후된 도로와 무질서한 노점상도 새로 정리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남대문 시장의 쓰레기 수집장은 출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의 쓰레기 수집장은 출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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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집장은 나도 장사를 하면서 자주 오간다. 남대문 시장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이다. 꼭 필요한 공간이긴 하지만, 시장 출입구에 위치하고 있어 썩 보기 좋진 않았다. 이 쓰레기 수집장이 지하로 내려 간다면, 남대문 시장은 좀 더 쾌적하게 쇼핑객들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대문 시장 정비사업을 마냥 기대하고 있기엔 걱정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른바 '남대문 리모델링'이라 불리는 이번 정비사업은 상인들과 쇼핑객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첫 번째 걱정] 공사 기간 중에 장사는 어찌 하라고?

이번 남대문 시장 정비사업은 11월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대형 쓰레기 수집장을 지하로 옮기고, 낙후된 도로와 인도를 새로 포장하려면 꽤 넓고 큰 규모의 공사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 기간 동안 피해를 입게 될 상인들이 걱정이다. 남대문 시장에는 크고 작은 상가와 점포들이 밀집해 있다. 오후부터 속속 등장하는 노점 상인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공사가 시작되고 쇼핑객들이 통행에 제한을 받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쇼핑객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 동안 다른 시장엘 가면 그만이지만, 상인들은 공사를 한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장사를 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분주한 남대문 시장에 공사까지 하면 얼마나 혼잡해질지 걱정이다.
 가뜩이나 분주한 남대문 시장에 공사까지 하면 얼마나 혼잡해질지 걱정이다.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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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는 '몇 개월만 참으면 더 좋아진 환경에서 장사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그 몇 개월이 상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남대문 시장에는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많지만, 그날의 벌이가 그날의 저녁식사 메뉴를 결정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만약 대규모의 공사가 시작된다면, '개시도 못하고' 그날의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상인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장사꾼이 하루 종일 장사를 하면서도 '개시도 못했다'는 것은, 축구 선수가 90분을 풀타임으로 열심히 뛰고도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 못한 것과 같다. 당연히 그 선수의 평점은 '존재감 없음'이란 부연 설명과 함께 '0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거리 중간중간마다 먹을거리 노점을 하는 상인들은 먼지 날리는 공사현장에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 먼지 뒤덮인 어묵이나 붕어빵을 사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상인을 위한 사업'이 자칫 '상인을 죽이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 걱정] '서울시 성형 중독', 남대문 시장의 매력 삼키나

 '짜뚜짝 시장'에 가면 태국 사람들의 삶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선 '남대문 시장'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
 '짜뚜짝 시장'에 가면 태국 사람들의 삶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선 '남대문 시장'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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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2008년) 이 맘 때,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단연 '짜뚜짝 시장'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먹을거리가 가득한 '주말 재래시장'으로, 태국 현지인들뿐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태국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대한민국에도 '짜뚜짝 시장'에 버금가는 관광 명소가 있다. 바로 남대문 시장이다. 언제나 활기찬 상인들이 있고,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으니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짜뚜작 시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실제로 남대문 시장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장 구석구석을 신기한 듯 구경하는 동서양의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이 남대문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대문 시장 만이 가지고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매력' 때문이다.

특히 동대문 시장에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면서,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은 각자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국내 쇼핑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남대문 리모델링' 조감도. 남대문 시장 특유의 정겨움이 사라질까 걱정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남대문 리모델링' 조감도. 남대문 시장 특유의 정겨움이 사라질까 걱정이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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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대문 시장을 지나치게 현대적인 느낌으로 정비한다면, 남대문 시장이 가지고 있던 정겨운 매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공개한 조감도의 변화된 남대문 시장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던한 느낌의 쇼핑 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서울시는 과거에도 '시설이 너무 낙후돼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명목으로 나름대로의 역사와 의미를 가진 시설들의 철거 및 보수를 강행한 바 있다. 수많은 영웅들을 탄생시키며 '아마 야구의 메카'로 사랑 받던 동대문 야구장 철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의 이런 '성형 중독'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던 남대문 시장만의 고유한 매력과 경쟁력을 집어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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