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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의 팔순 촌로와 마흔살이 다된 늙은소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 <워낭소리>는 영화 평론가 정한석의 지적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다큐멘터리지만 사실은 의도적으로 특정사실 부문을 중심으로 영상과 스토리 자체를 편집한 영화란 뜻입니다.
<인간극장>류의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삶의 연속선상에서 다양한 생활의 순간들을 기록한 것이라면 <워낭소리>는 농부 최노인(최원균)과 그의 아내(이삼순), 마흔살 먹은 늙은소라는 삼자를 등장시켜 이들 중심의 이야기로 영화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홍보도 전략이다>의 저자 장순욱은 PR기법 중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중에 하나가 '지그재그식 PR'이라고 말합니다. 신문에 다뤄진 내용이 이슈가 되면서 온라인이나 방송을 타고 다시 케이블에서 매거진으로 옮겨져 순식간에 이슈화되는 방법을 말하는데 <워낭소리>는 1억원 남짓한 저예산의 독립영화에 불과하지만 '불통의 시대'란 시대적 기류를 타고 제작자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지그재그PR에 성공한 운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워낭은 소의 목에 달린 방울을 말합니다. 영화 제목에서 말해주듯 워낭은 귀가 어두운 촌로와 늙은 소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입니다. 늙은소를 팔아버리자는 아내의 잔소리는 최노인의 귀에 들리지 않지만 워낭을 통해 늙은소가 전하는 진심을 최노인은 정확하게 알아듣고 있는듯 합니다.
40년 세월 주인과 함께한 영화속 '늙은소'는 사실상 노동력을 상실한 상태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위해 주는 주인을 위해 오늘도 논으로 밭으로 굼뜬 발걸음을 옮깁니다. 서로의 앙상한 몸이 힘겹지만 최노인에게도 늙은소에게도 함께하는 노동은 그들 존재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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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스틸 망중한을 즐기는 최노인과 늙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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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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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노인이 장터에서 술에 취해 잠들면 수레에 몸을 실은 채 수킬로미터 떨어진 집으로 찾아오고 주인은 소를 위해 논이며 밭에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늙은 몸을 이끌고 직접 소가 먹을 소꼴을 베지만 남들처럼 편하자고 사료로 소를 키우지 않습니다. 늙은소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들여온 젊은소가 늙은소에게 횡패를 부리면 기다란 막대기로 혼내며 애타하는 촌로의 사랑에 마음이 아립니다.
소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15년을 넘기기 어렵고 육우로 사용되는 소는 30개월 이내에 도축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주인공 '늙은소'는 기대수명을 넘겨 장수한 셈입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주인의 속깊은 사랑과 보살핌이 주요했을거란 생각입니다.
영화는 참으로 담담합니다. 필름으로 촬영하지 않은 화면은 거칠고 영화속 촌노와 촌부의 삶은 투박하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영화흥행소식만을 듣고 세련된 영상미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거친화면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담담한 화면속에 노인의 진심이 담겨 있어
담담한 화면전개와 연출되지 않은 촌노와 촌부의 대화는 후반부까지 변함없어 극적반전이나 대단한 클라이맥스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역시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친 화면, 연출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면서도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워낭소리>속에는 최노인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은탓에 앙상한 다리는 마흔살된 늙은소처럼 제대로 걷기도 힘들지만 최노인은 소를 의지삼아 기어서라도 농사를 짓습니다. 힘들게 농사짓는 주인 곁에서 눈을 껌뻑이며 주인을 지키는 소에서 오랜 친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내와 9남매의 성화에다가 본인의 건강이 악화되어 더이상 늙은 소를 감당할 수 없어 맘에 없던 장터에 나간날 60만원에 사겠다거나 거저줘도 안사겠다는 흥정꾼들에게 500만원은 줘야 팔겠다고 큰소리 치는 주인의 마음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장터 술자리에서 한잔술을 앞에두고 술친구들에게 늙은소와의 추억을 말하는 최노인의 얼굴엔 아이처럼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최노인은 늙은소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던게 분명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이니, 강부자니, 경제살리기니 정치인들이 지난 대선에서 던져준 말의 성찬들이 특정계층을 옹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란 사실을 확인하는데 1년이 걸리지 않은 요즘 <워낭소리>는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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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스틸 무거운짐 나눠진 최노인과 늙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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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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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노인은 농사를 위해서 그리고 불편한 다리를 대신할 단거리 이동을 위해서 그리고 재산증식을 위해서 '소'가 필요했습니다. 그의 목적은 이땅의 다른 농부들과 별반 다를바 없었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달랐습니다. <워낭소리>의 영어 제목이 'Old Partner'란 사실에서 알수 있듯이 오랜세월 함께 공존할 친구로 소를 본것입니다.
바쁜 농사일 틈새로 새참을 먹는 시간 노인이 먹는밥, 한사발의 막걸리는 늙은소도 함께 먹습니다. 부족하지 않게 먹이를 주지만 너무 과하게 먹어 탈이 나지 않도록 새심하게 배려하는 최노인에게 늙은소는 죽마고우이자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동반자입니다.
노구에는 너무나 힘든 거친 밭일 , 쉴새없이 자라는 잡초를 다뽑기에도 늙은 몸은 힘들지만 소의 먹거리를 위해 최노인은 자신의 밭에는 전혀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부 한가득 땔감을 베어오던 촌로는 지치고 병든 소를 위해 짐을 나눠지고 소가 끄는 수레를 타지 않은채 함께 걸어 집으로 옵니다.
가난하고 병든몸이지만 9남매를 농사로 모두 출가시킨 촌로에겐 남들보다 뛰어난 학력도 재산도 없지만 소와의 공존을 통해서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세상사 최노인이 몸으로 설파한 공존의 이유가 이 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다른사람보다 좀더 가지고 좀 더 앞서기 위해 비난하고 계략을 일삼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공존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워낭소리>는 청량한 산사의 풍경소리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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