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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에서 '자명역'을 맡은 정려원.
 <자명고>에서 '자명역'을 맡은 정려원.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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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신부터 수영복신이라 좀 그렇겠어요?"
"해외촬영 첫 신부터 여배우가 벗어줘야 시청률이 나오죠. 그 계산하고 쓰신 거 아니에요?"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SBS <온에어>의 한 대목이다. 해외촬영 첫 신, 여주인공 오승아(김하늘 분)는 수영장에 있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안 입으면 뭘 입겠나? 하늘하늘한 녹색 수영복은 그녀의 뽀송뽀송한 속살을 감추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덕분에 촬영 현장의 스태프는 물론이고 TV를 통해 시청하는 남성 시청자들의 눈도 즐거워진다. 작가는 이 모든 걸 계산하고 쓴다. 그러니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척하는 작가에게 비아냥거릴 수밖에.

드라마에서 여배우 노출은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노출' 마케팅보다 더한 홍보효과는 없을 터. 그래서일까? SBS 월화드라마 <떼루아>의 후속작으로 올 3월 방영 예정인 <자명고> 역시 방송 한 달여 전부터 노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중 낙랑공주로 출연하는 박민영의 목욕신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기사 제목들도 여간 자극적인 게 아니다.

<자명고> 박민영, 상반신 노출한 아찔한 목욕신 공개 - <일간스포츠>
박민영 상반신 노출에 누리꾼들 '후꾼' - <아시아투데이>
'낙랑공주' 박민영, <자명고>서 아찔한 가슴라인 노출 - <브레이크뉴스>
박민영 아찔한 가슴 노출? '낙랑공주'에게 무슨 일이? - <한국재경신문>

여배우 노출과 시청률 반등의 상관관계

이런 기사들을 본 사람들의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자명고>에 대한 인상이 남는다. 목욕신을 첫 회에 배치하고 사전에 노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 두말할 것 없이 시청률을 위해서다. 실제로 드라마, 특히 사극에서 여배우의 목욕신은 시청률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최근 SBS에서 방영한 사극 <바람의 화원> 역시 문근영, 문채원 두 여배우의 목욕신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바람의 화원>의 시청률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여배우의 노출과 시청률의 반등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람의 화원> 5회에서 정향(문채원 분)은 윤복(문근영 분)의 부탁에 속옷을 제외한 겉옷을 모두 벗는 노출신을 선보였다. 덕분에 시청률은 12.7%(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4회의 11.7%(이하 동일기준)보다 1%가량 상승했다. 이후 문근영의 부상으로 갑작스레 한 주 동안 결방하며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해야 했던 <바람의 화원>은 7회에서 문채원의 목욕신을 삽입하여 다시금 시청률 상승의 기쁨을 맛봤다.

9, 10회에선 문근영의 목욕신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문근영의 데뷔 이후 첫 목욕신'이란 타이틀로 언론에서도 떠들썩하게 홍보해준 덕분일까, 시청률 역시 각각 15.1%, 15.0%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양상을 띠었다. 바로 다음 주 11회에서는 12.5%를 기록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말이다.

여느 사극보다 강도 높은 <자명고> 박민영의 목욕신

<자명고>에서 '낙랑공주역'을 맡은 박민영.
 <자명고>에서 '낙랑공주역'을 맡은 박민영.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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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작년 한 해 노출 마케팅은 성황이었다.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으로 관심을 불러 모은 <미인도>는 전국관객 240만 명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주진모와 조인성의 동성애를 비롯하여 송지효의 대담한 노출로 개봉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쌍화점>은 '<미인도>보다 한 단계 위의 노출 강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여배우들의 노출만큼이나 대담한 마케팅 덕분일까, <쌍화점> 역시 전국 관객 370만 명 이상을 동원하여 역대 사극 흥행 랭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여배우의 노출이 가져다 주는 흥행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언론에 공개된 <자명고>의 현장 스틸 컷을 보면 박민영의 노출 강도가 다른 사극의 목욕신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처럼 어깨 부분만 살짝 드러나는 수준이 아니라 가슴 일부가 드러난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자명고>가 반드시 시청률에서 성공하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집념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SBS는 월화드라마에서 벌써 반년 가까이 경쟁사에 눌려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9월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성공한 <식객>이 끝난 이후 야심차게 준비한 <타짜>는 MBC <에덴의 동쪽>에 가려 평균 시청률 15.5%를 기록하며 방영 내내 2위에 머물러야 했다. 장혁, 김민준, 한예슬, 강성연 등 호화 캐스팅에 원작의 탄탄함을 등에 업은 <타짜>의 실패는 SBS엔 뼈아픈 경험으로 기억됐다. 그런데 후속작 <떼루아>의 사정은 더 나쁘다.

SBS, 이번엔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할까?

<주몽> 이후 2년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한혜진과 <아내가 결혼했다>로 다시금 멜로 흥행배우의 입지를 다진 김주혁이 호흡을 맞췄고, 와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접근한 <떼루아>. 그러나, 초반에는 <에덴의 동쪽>에 밀리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이제는 <꽃보다 남자>에게까지 뒤지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라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시청률이 한 자리대로 떨어진 건 이미 옛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자명고>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그 때문에 부랴부랴 편성도 바꿔 첫 방영을 2주나 뒤로 미뤘다. 애초 <자명고>는 2월에 편성됐지만, <에덴의 동쪽>의 연장방송과 뜻밖의 강적 <꽃보다 남자>의 등장으로 어쩔 수 없이 방영 시기를 뒤로 미룬 것이다. 공백이 있는 2주 동안에는 과거 김수현 작가가 집필했던 <은사시나무>와 <홍소장의 가을>이 방영된다. 사상 초유의 재방송 편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SBS로선 <자명고>의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시청률을 위해 방영 시기까지 뒤로 미룬 SBS와 제작진이 노출 마케팅이라고 마다할 리 없다. 비단 박민영만이 아니다. 극중 자명공주 역을 맡은 정려원도 노출신에 합세했다. 목욕신은 아니지만, 얇은 흰 치맛자락만을 걸친 채 물 속에 들어가는 입수신을 찍은 것이다. 삽시간에 노출 대결 구도가 되어 버린 두 여배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란다. 극중 왕자실 역의 이미숙의 입수신도 있다고 하니, 이러다 출연 여배우들이 죄다 한 번씩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경쟁사 연장 방송 움직임에 따른 편성 변경, 주연 여배우 둘의 노출신과 연이은 노출 마케팅…, 안쓰럽다 못해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SBS와 제작사의 노력은 과연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한 달 후면 알게 된다.


태그:#자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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