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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초등학교에서는 2월 6일, 지난 한 해 동안의 교내독서활동을 결산하는 ‘독서 골든벨 퀴즈대회’를 개최하였다.
▲ 부곡초등학교 독서 골든벨 부곡초등학교에서는 2월 6일, 지난 한 해 동안의 교내독서활동을 결산하는 ‘독서 골든벨 퀴즈대회’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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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 식구인 오리들 중에는 덩치가 조금 작고 깃털 색깔도 완전히 다른 청둥오리가 무리의 맨 뒤에서 집오리들을 따라다닙니다. 이 청둥오리의 머리는 색깔이 특이한데요, 무슨 색깔입니까?”_ <마당을 나온 암탉> 중에서

“석대와 나와의 싸움은 학급대청소 사건 이후로 끝나게 됩니다. 내가 엄석대에게 항복했기 때문입니다. 학급대청소 때 내가 맡은 일은 무엇이었습니까?”_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부곡초등학교(교장 성낙진)에서는 2월 6일, 지난 한 해 동안의 교내독서활동을 결산하는 ‘독서 골든벨 퀴즈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는 평소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고, 올바른 독서태도를 길러 책 읽기를 생활화하려는 목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행사를 진행을 맡은 양미선 교사가 밝혔다.

독서 골든벨, 책 읽기를 생활화하려는 목적으로 매년 실시해

행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학년 고학년부로 나눠 학교 강당에서 진행됐다. 아직 골든벨 행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보드 판과 보드 마카를 손에 쥔 아이들은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우며 도란도란 앉았다. 사뭇 긴장된 탓이지 손을 부비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골든벨’을 많이 보았어요. 재미있잖아요. 나도 언젠가는 저기에 한번 나가봤으면 했는데, 오늘 ‘독서 골든벨 퀴즈’에서 꼭 끝까지 남고 싶어요. 그런데 문제가 어려울 것 같아요.”_ 4학년 장채영 어린이

“방학동안 독서 골든벨 퀴즈 문제로 나온다는 책을 여러 권 읽었어요. <괭이 부리말> <우동 한 그릇> <마당을 나온 암탉> <6학년 1반 구덕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등 많아요. 그렇지만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 자신이 없어요. 내가 잘 알고 있는 문제만 나왔으면 좋겠어요.”_ 6학년 김현정 어린이

아침독서활동을 통한 독서 골든벨 대회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 행사를 기다리는 아이들 아침독서활동을 통한 독서 골든벨 대회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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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벨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골든벨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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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별로 자리를 정하고 나자 곧바로 ‘○× 문제’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책 <괭이 부리말>의 지은이는 김중미다. 그러나 첫 문제부터 ‘×’라고 답한 열댓 아이들이 자리를 뜬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양립할 수 없는 선택문제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 대다수 남아 있는 아이들은 다음 문제에 귀를 곤두세우며 다소 느긋한 표정이었다.

○ <괭이 부리말>에서 영호 아저씨네 새로운 식구가 된 아이의 이름은?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 주인공은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무슨 일을 했습니까? 
○ <우동 한 그릇>에 나오는 모자는 언제 우동을 시켜먹으러 왔을까요?   

단답형 문제가 제시되자 골든벨 열기가 한껏 뜨거웠다. 문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문제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신중했다. 강당은 어떤 움직임도 없이 적요하다. 단지 보드 마카 소리만 고요를 흔들고 있다. 문제 난이도가 높아지자 더 많은 아이들이 탈락한다. 못내 아쉬워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아이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어린 아이들이어서 애틋한 마음이 더했다. 그러나 이게 바로 골든벨의 묘미가 아닐까.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중 잎싹은 간절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6학년 1반 구덕천>에서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이 되는 내용은 무엇입니까?
○ <열살이에요> 의 가족 구성원을 누구누구입니까?

독서 골든벨에 참가한 아이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 골든벨 독서 골든벨에 참가한 아이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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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골든벨 퀴즈로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쓰고 있는 어린이
▲ 골든벨2 독서 골든벨 퀴즈로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쓰고 있는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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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골든벨 OX문제의 정답을 치켜든 어린이
▲ 골든벨3 독서 골든벨 OX문제의 정답을 치켜든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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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것이 맞을까? 사뭇 긴장하고 있는 아이들
▲ 골든벨4 내가 쓴 것이 맞을까? 사뭇 긴장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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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벨을 향한 중반 시점. 그러나 원래 자리를 지키고 앉은 아이는 열두 명 뿐. 여기서 진행자는 애타는 아이들 마음을 충분히 읽는다. 단 한번 실수로 골든벨 대열에서 나앉게 된 아이들을 구언하고자 하는 것. ‘패자 부활전’이 ‘○× ’퀴즈로 또 한번의 기회를 준다. 아이들은 기대에 찬 표정이다. 문제는 쉽지 않다.

○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청둥오리는 잎싹이 알을 품는 동안 지켜주면서 알이 깨거든 갈 곳을 충고해줍니다. 그가 가라고 한 장소는 저수지입니다.

단 한번 실수로 골든벨 대열에서 나앉게 된 아이들을 구언하고자 하는 것.‘패자 부활전’이‘○× ’퀴즈로 또 한번의 기회를 준다.
▲ 패자부활전 단 한번 실수로 골든벨 대열에서 나앉게 된 아이들을 구언하고자 하는 것.‘패자 부활전’이‘○× ’퀴즈로 또 한번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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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였다. 이미 탈락의 안타까움을 경험했던 아이들이 대거 골든벨 자리로 입성한다.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강당이 떠나갈 듯하다. 다시 여러 가지 문제의 고개를 넘나든다. 그렇지만 몇 문제를 버티지 못하고 몇몇 아이들만 덩그라니 남는다. 마지막으로 골든벨을 향한 고지에 선 아이들은 단 네 사람. 뭇 아이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근데 모두가 6학년 아이들이다. 김성도, 구나영, 이소미, 김현정. 사회자의 멘트를 들으니 평소 학교 도서관을 부지런하게 드나들던 아이들이란다.

평소 학교 도서관을 부지런하게 드나들던 아이들

이 점에서 보면 고등학생들이 겨루는 ‘골든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내 강당을 휘감고 있는 긴장감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다수의 문제가 제시되었건만 네 사람의 경쟁은 바투 잡은 고무줄처럼 팽팽하다. 과연 평소 다독하는 어린이들다웠다. 문제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양계장 식구인 오리들 중에는 덩치가 조금 작고 깃털 색깔도 완전히 다른 청둥오리가 무리의 맨 뒤에서 집오리들을 따라다닙니다. 이 청둥오리의 머리는 색깔이 특이한데요, 무슨 색깔입니까?”를 물었을 때 끝까지 용호상박으로 겨루었던 아이들 중 두 명이 보드 판을 들고는 자리를 뜬다.

골든벨 행사 말미. 네 명의 어린이가 남았다.
▲ 골든벨 골든벨 행사 말미. 네 명의 어린이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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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남은 두 명의 어린이
▲ 골든벨은 누가 울리나 최종적으로 남은 두 명의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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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골든벨 최종 진출자는 마지막 남은 두 어린이(김성도, 김현정)한테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사회자도 대미를 장식하려는 듯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문제를 제시한다.

○  <열평 아이들>에서 아름이와 친해져 같이 단짝이 된 2명의 친구 이름은?

2008 부곡초등학교 독서 골든벨을 울린 6학년 김현정 어린이.
▲ 독서 골든벨 왕 2008 부곡초등학교 독서 골든벨을 울린 6학년 김현정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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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은혜와 다솜’이다. 근데 쉬운 문제였음에도 최종 판가름은 너무나 싱겁게 끝났다. 결국 이번 부곡초등학교 ‘독서 골든벨’은 6학년 김현정 어린이가 울렸다.

한 시간여 계속되었던 골든벨. 김현정 어린이에 의해 2008년 지난 한 해 동안의 부곡초등학교 아침독서활동은 성황리 막을 내렸다.

참가자 모두 골든벨을 울린 김현정 어린이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 학교에서 아침독서활동을 시작한 지 3년째 됐습니다. 농촌지역 학교라 평소 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이만큼 책 읽는 습관을 가진 것은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독서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덕분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지도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성낙진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의 독서 수준에 맞는 책, 자기만의 책을 가질 수 있도록 매 분기마다 새 책을 제공한데 있습니다.”

부곡초등학교 도서관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는 양미선 교사의 일갈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신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볼 때 부곡 어린이들은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을 올바르게 함양하고 있음은 물론, 어린 나이 때부터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책을 통하여 자기의 꿈을 키워나가려는 열의가 돋보였다. 책을 통한 소중한 만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6학년 김현정 어린이가 골든벨을 우리고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독서골든벨 축하 6학년 김현정 어린이가 골든벨을 우리고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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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독서, #독서골든벨, #아침독서활동, #부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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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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