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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은 3년마다 정월대보름 화왕산 정상에서 ‘억새 태우기’를 통하여 국태민안과 남북통일을 염원하고, 가정마다 액을 물리치고 화목을 기원하고 있다. 올해가 3년째 되는 그해, 6회째다.

 

화왕산은 예로부터 ‘불의 뫼’라 하여 “이곳에서 불이 나야만 풍년이 깃들고 평안하다”는 전설이 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개최한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올해 정월대보름인 2월9일,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는 화왕산에서 불덩이 장관을 3년만에 재현한다. 분지형의 화왕산 정상부에는 가로 400m, 세로 500m쯤의 직사각형 산성이 쌓여 있다. 그 화왕산성 안의 드넓은 10리 억새밭을 정월대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오르기를 기다려 한꺼번에 몽땅 불태운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화왕산 억새 태우기, 3년마다 열려

 

3년 전 2006년 2월 12일, 기자는 오후 2시부터 화왕산에 올랐다. 왜냐하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배바우산악회에서 “해발757m 산상 야간행사로서 안전사고 발생우려가 있으니, 어린이와 노약자 참여를 자제하시고, 혼잡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당일 16시 이후 입산 통제하니 방한복 손전등 등 안전장비를 지참하여 16시 이전에 입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란 안내문을 공지하였기 때문이다. 화왕산은 제2등산로 자하곡길을 택할 경우 쉬엄쉬엄 올라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게 오를 수 있다.

 

참가자들은 억새밭에 불을 지피기 전에 정월대보름을 맞아 갖가지 소원을 담는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커다란 달집 속에 짚단에다 건강과 가정평안 등을 소지장에 써서 매달았다. 이날 화왕산 정상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5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3년만에 억새 태우기를 한 탓이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할까?

 

오후 5시 각종 축하행사에 이어 화왕산 산신령한테 풍년농사를 비는 '상원제'가 열렸다. 그러나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달집을 사르는 것을 시작된다. 달집이 어느 정도 타올랐을 때 화왕산 동문 구룡산 발치가 환해지더니 이내 보름달이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참가자 모두가 환호성을 자아낸다.

 

이때라! 산성을 등진 채 분지를 빙 둘러싼 ‘불잽이’들이 비장하다 싶을 정도로 엄숙하게 불을 붙인다. 불을 놓자마자 억새들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을 이루며 치솟았다. 여기저기서 억새밭에 불이 붙자 모두들 두 손을 모아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정월 대보름, 모두의 소망이 불타오르는 산상 억새밭

 

타는 것이 아니라 숫제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종잇장처럼 바짝 말라버린 억새는 불똥이 튀며 활활 타올랐다. 엄청난 기운의 화염은 보름달마저 녹일 기세였다. 그렇게 5만6000평 억새밭은 첫 불꽃을 올린 후 불과 10여 분만에 전부 타버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화왕산은 불지옥으로 또는 용암이 꿈틀대는 불덩이 화산으로 모습이 변해버려 산정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화왕산 가는 길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왕산의 등산로는 정상 억새밭을 중앙로터리 삼아 사방으로 여러 가닥이 나 있다. 그중 자하골길, 전망대길, 도성암길, 장군바위길, 옥천매표소 임도, 관룡산 용선대길 여섯 가닥이 대표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대형달집이 들어서는 행사장은 서문 남동쪽 공터로, 산성 어디서든 바라보인다. 억새 불 조망 명소로는 행사장 주변과 정상, 배바위 3개소를 꼽을 수 있다.

 

등산로 중 이용객이 많은 길은 읍내에서 곧게 치달은 ‘자하골길’이다. 그러나 서문 직전의 고갯마루인 ‘환장고개’ 아래 30분 구간이 워낙 가파른 돌계단 길을 이루고 있어 사람이 몰릴 경우 정체현상이 일어나거나 떼밀려 실족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행사 주최 측은 산 남동쪽의 옥천매표소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권하고 있지만, 이 길 역시 동문 직전 계단이 가파르고 노폭이 좁아 조심해야 한다.

 

화왕산 가는 길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

 

불구경에 앞선 한나절 산행에는 자하곡매표소~화왕산장~전망대~암릉~배바위~남문~동문~정상~서문 코스, 또는 옥천매표소~임도~동문~남문~배바위~서문~정상~서문 코스가 적당하다. 창녕 산악인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길을 오르기를 권한다. 산행시간은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행사 당일에는 사람이 밀려 배 이상 걸릴 수도 있다. 화왕산 정상부는 늘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므로 방한복을 꼭 지참하고, 어둠 속의 하산 길에 대비해 랜턴을 반드시 휴대토록 한다.

 

 

한편, 식전행사로는 소원풀이 짚단팔기, 패러글라이딩 축하비행, 민속놀이(읍면대항 윷놀이, 제기차기 및 널뛰기), 연날리기, 물과의 화합축제(14개읍면 물 합수식), 문화 예술 공연으로 지신밟기 및 신명풀이 농악, 초청가수(홍서범, 우연이, 서주경) 공연과 전통국악 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본 행사는 오후 5시 상원제(화왕산 주 산신령에게 가가호호 안녕을 빌고 때를 맞추어 비를 내리게 하고, 바람을 순조롭게 하여 풍년농사가 이루어지도록 기원하는 제)와 달집 및 소원풀이 집단 살기, 억새 태우기, 환상의 불꽃놀이, 화왕의 북소리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억새 태우기는 달이 둥실 떠오르는 시각에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식후부대행사로는 부럼 깨기와 콩 구워 먹기, 귀밝이술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관광사진 전시회와 전통차 무료 시음회, 창녕군 농특산물 판매, 우포와 따오기 홍보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화왕산 옥새 태우기 행사 일정표]

* 기간 : 2009.2.9(월) 10:00~20:00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3년 주기)

* 장소 : 화왕산 정상

* 행사내용 : 공식행사, 기획행사, 문화예술행사

* 주최 : 창녕군

* 주관 : 배바우산악회

* 먹거리운영 : 창녕군 새마을부녀회

* 후원 : 창녕군의회, 창녕경찰서, 창녕소방서, 부곡관광협의회

* 문의처 : 창녕군 문화관광과(☎055)530-2521~2524), 배바우산악회(☎ 055-533-2998)

 

[억새태우기 연혁]

* 제1회 억새태우기 : 1995. 2.14

* 제2회 억새태우기 : 1996. 3. 4

* 제3회 억새태우기 : 2000. 2.19

* 제4회 억새태우기 : 2003. 2.15

* 제5회 억새태우기 : 2006. 2.12

* 제6회 억새태우기 : 2009.2.9


태그:#화왕산, #억새태우기, #정월대보름, #창녕군청, #배바우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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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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