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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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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경찰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
▲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이택순 전 경찰청장 사퇴 주장, 감봉 3개월
▲ 2008년/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 공방 관련 "사퇴론으로 제기된 근거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황운하 서장이 경찰 수뇌부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 밝힌 견해다. 당년 새해 벽두부터 제기된 어청수 경찰청장의 중도 낙마와 김석기 내정자에 대한 자진사퇴 논란에 관한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우선 그는 김석기 내정자에 대한 자진사퇴 여론에 관해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찰 총수부터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기 진압과 특공대 투입 결정에 대해서도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며 "이에 대해 당연히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지만 과잉진압 여부가 밝혀지기 전에 청장 내정자부터 자르고 보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찰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도록 맡긴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며 "합동조사기구와 같은 중립적인 제3의 조사기관을 꾸려 조사했어야 그 결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검찰 수사결과에 불신감을 내비쳤다.

31일 오후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제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청계광장을 경찰이 버스로 에워싸고, 광장에 병력을 배치해서 원천봉쇄하고 있다. 경찰들이 버스 틈을 이용해서 광장으로 들어오려는 시민들을 가로막고 있다.
 31일 오후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제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청계광장을 경찰이 버스로 에워싸고, 광장에 병력을 배치해서 원천봉쇄하고 있다. 경찰들이 버스 틈을 이용해서 광장으로 들어오려는 시민들을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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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의 대전 방문길을 막았던 시민 2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아직도 적절한 법 집행이었다고 생각하나.
"경찰에 부여된 임무는 법질서 유지다. 이는 경찰 본연의 임무다. 물론 명백하게 정의에 반하고 절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그런 법 집행은 할 수 없다. 일례로 촛불 시위와 관련해 대전역에서 충남도청까지 행진이 수십 차례 열렸다. 법률적 잣대로만 보면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위반이고 사전신고 안 된 불법집회다. 당시 실정법 위반이라는 기계적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국민대다수의 정서가 사법처리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경찰도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운천 전 장관 건은 이와는 달리 폭력이 행사됐다. '항의표시로 실랑이를 하다 보면 옷도 찢어지고 몸도 부딪힐 수 있지 그게 무슨 폭력이냐'고 생각한다면 편의적인 발상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장관의 공무수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급박한 상황 즉각 진압 불가피, 특공대 투입은 당연한 조치"

- 용산에서 경찰이 철거민들의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희생됐다. 과잉진압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용산 사건은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성적 접근과 감성적 접근이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차가운 머리도 뜨거운 가슴도 모두 필요하다. 어느 한 쪽이 빠지면 안 된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찰의 법 집행은 정당했다고 본다. 많은 경찰관들이 경찰이 잘못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선 점거농성은 설령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철거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권과 관련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었다.

물론 불법이라고 해도 진압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화염병, 염산, 돌멩이, 쇠구슬 등이 무차별적으로 도로에 던져지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는 하지만 도로를 통행하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경찰이 이를 방치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다른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진압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공대를 투입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많지만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특공대의 임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공대 투입은 무지막지하게 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닌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진압하기 위한 조치다. 위험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전문요원인 특공대에게 역할을 맡긴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다."

전국철거민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등 빈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만행 이병박정권 퇴진, 빈민탄압중단, 민중생존권 쟁취 빈민대회'에서 용산 철거민참사 진상규명과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등 빈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만행 이병박정권 퇴진, 빈민탄압중단, 민중생존권 쟁취 빈민대회'에서 용산 철거민참사 진상규명과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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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진압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경찰의 진압이 '정당한 조치'라는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경찰이 다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조기 진압과 특공대 투입 결정은 잘못한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6명이 희생됐다. 여러 사람이 희생된 작전에서 왜 사과할 부분이 없겠나. 안전대책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사고 가능성을 왜 예측하지 못했느냐 등 경찰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이 확인될 경우 당연히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의 진압작전의 매뉴얼을 세분화하는 등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 우선 경찰이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일단 경찰 총수부터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과잉진압이 명백하다면 모르겠지만 과잉진압 여부가 밝혀지기 전에 청장부터 자르고 보자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찰청장 사퇴론이 반복되어 왔다. 정치권은 민심수습용이나 정치공세용으로 경찰청장 사퇴 카드를 정략적으로 활용해왔다. 툭하면 경찰총수가 사퇴론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찰총수에게 책임지고 나가라고 한다면 경찰이 중심을 잡을 수 있겠나. 검찰이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일단 경찰청장부터 자르고 보자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번에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선 사퇴론, 선 문책론은 경찰을 정치에 종속시켜 선진 경찰로 가는 것을 발목 잡는 것이다. 잘못했으면 책임지는 것은 맞지만 잘못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에 사건 진상 맡긴 것은 부적절"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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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맥락에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경찰과 검찰이 철거민들의 불법시위만을 강조하며 구속시키는 것은 편파적인 것 아닌가.
"경찰관들은 명령에 따라 공권력을 집행한 사람들이고, 철거민들은 현행범들이다. 체포된 현행범인에 대해서는 법적 처리 시한이 정해져 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불법시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이 현장에 있었던 법 위반자에 대해 구속 기소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을 놓고 편파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참사의 근본 원인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 검찰이 객관적이고 명쾌한 조사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나.
"검찰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도록 맡긴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검찰 조사결과 '과잉진압이 아니었다'고 발표할 경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검찰과 경찰이 한 통속이라며 신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과잉진압이었다'고 결론 내릴 경우 검찰과 경찰의 특수한 관계를 놓고 볼 때 경찰 처지에서는 이를 '경찰 길들이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시간이 좀 걸리고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합동조사기구와 같은 중립적인 조사기관을 꾸려 조사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감사원, 행정안전부, 검찰, 경찰 등으로 구성된 제3의 조사기관에 맡겼을 경우 그 결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지 않겠나."

- 특검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 단계에서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 특검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처음부터 더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합동조사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합동조사기구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대안까지 마련하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군사정권 때처럼 정권 방패막이하던 경찰청장 아니다"

- 임기제 청장이 도입된 후 4명 중 3명이 중도퇴진 했다. 이는 역으로 경찰 스스로 권력의 편에 서서 코드를 맞춰 외풍을 자초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어청수 청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나갔는데 경찰 조직 발전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됐다고 본다. 이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약화시키고 임기제 도입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찰 총수가 현 정부에게 지나치게 코드 맞추기식 치안행정을 펼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법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소신 있게 행동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건 각자가 처한 입장과 노선에 따라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한다면 청장이 여러 명이 있어도 부족할 것이다. 군사정권 때처럼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던 그런 때의 경찰청장과 지금의 경찰청장은 다르지 않나. 그런데도 여전히 여론무마와 정치공세 목적으로 경찰청장 사퇴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한물간 정치구호로 이제 박물관 속에 들어갈 구태라고 본다. 이런 구태가 경찰조직으로 하여금 자꾸 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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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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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수사권 독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는데 경찰 수사권 독립에 찬성했던 시민들마저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수사권 독립은 경찰이 점수 따면 상으로 주고, 미흡하다고 생각하면 시기상조고 이런 것이어서는 안 된다. 수사권 독립은 형사사법제도를 개선해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편익을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어느 한 기관이 권한을 독점할 때 권력남용과 부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권력이 분립되고 견제가 이뤄질 때 서로 건강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이번 논란으로 수사권 독립에 우호적이던 사람들이 많이 등을 돌렸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수사권 독립은 형사사법제도의 민주화라는 가치를 향해서 흔들리지 않고 가야 하고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사권 독립은 국민 인권 보호 방안... 경찰 출신 국회 진출 필요"

- 총경급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어디에서 뭘 하든지 경찰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 품격을 지키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의 경찰관들이 조금 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내 꿈이다. 이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잘하는 일이 수사 분야이다. 수사 관련 일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사를 할 수 있거나 수사와 관련되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싶다."

- 경찰 조직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꿈이라고 했는데 너무 강조하다 보니 '조직 이기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경찰관으로서 경찰조직의 명예와 자존심을 높이는 일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자는 것이므로 조직이기주의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공무원 사회에서 순응하며 순탄하게 지내기보다는 경찰 조직의 명예와 자존심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부딪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검찰과 부딪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은 때때로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경찰관으로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논리를 강하게 대변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보였다는 점에서 결코 조직이기주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제도 정치권 내에서 경찰조직을 위해 일할 생각은 전혀 없나.
"개인적으로 경찰출신의 국회진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찰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정치권 진입을 위한 준비쯤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경찰이고, 이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태그:#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김석기, #어청수 경찰청장,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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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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