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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1월 28일 이런 사설을 썼다. 

 

 

이 글을 문구 몇 개와 순서를 바꿔서 다시 써 본다.


'김석기 거취'는 한국 사회 이성의 숙제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는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중요한 숙제다. 그는 이유없이 물러나도 안 되고, 물러나야 하는데 버텨서도 안 된다. 그의 몸은 대통령 것도, 자신의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 '이성'의 몫이다.


경찰은 점거가 도심 대로변이며, 농성자들은 화염병에다 염산병·벽돌을 행인·도로에까지 던졌다고 설명한다. 화염병이 새총에 실려 미사일처럼 날았고, 점거는 계획적으로 이뤄져서, 조기 진압을 놓치면 사태가 오래가고 혼란과 시민 불편이 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양심적 시민단체의 주장은 다르다. 잘못된 진압을 승인한 지휘부가 책임이 있다고 한다. 진압이 충분한 설득 없이 서둘러졌고, 위험물질이 있는데도 안전대책없이 돌진해서 사고를 유발했으며, 화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소화작업보다 검거에만 매달려 경찰관을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진상규명까지도 짜맞추기로 진행되다보니, "대통령의 회개"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집회가 도처에서 준비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특공대를 통한 조기진압을 김 서울청장은 승인했다. 범국민대책위의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의 지휘라인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발한 상태다. 경찰이 과잉으로 공권력을 행사했으며, 이에 김 서울청장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축소와 은폐의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수사를 한 결과에 달려 있다.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행정부나 한나라당, 우익 신문들이 농성자와 전철련을 지목해서 책임자로 몰아가는 것은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성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청소해서 투기이익을 나눠먹자는 계급정치를 선동하는 짓이다. 물론 화염병 시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어떤 시민단체도 화염병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농성자들의 잘못과 경찰의 과잉진압은 별개의 문제다.

 

선진국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경찰의 과잉진압은 처벌을 받는다. 공권력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정부의 모든 권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지켰다. 세계무역기구 쌀 협상안에 반대하는 11월 농민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해 농민 2명이 사망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허준영 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허 청장은 법 집행의 정당성과 청장 임기 보장제도를 들어 버텼지만 결국은 사퇴했다. 경찰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정한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라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경찰의 사기가 꺾일 필요는 없다고 독려했다. 청장 사퇴를 요구하던 <중앙일보> 등 우익 언론들은 그 때부터 말을 바꿨다. 경찰 총수가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되어 공권력이 약화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 했느냐에 따라서 김 후보자는 임명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그것이 이성이다.

 


<중앙일보>가 강조하는 이성은 시민단체의 이성과 정반대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현재 우리 사회에 두 개의 이성이 대립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중앙일보>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이성은 철거민들의 편에 치우쳐서 가진 자들의 이익을 공격하는 시기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에서는 <중앙일보>의 이성을 자본에게 고용되어 투기이익을 정당화해주는 집사라고 대꾸할 것이다.


우리 각자는 어떤 이성을 원하는가. <중앙일보> 사설은 우리에게 선택을 촉구하는 듯하다.


태그:#중앙일보, #김석기, #용산참사, #이성,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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