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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겉표지

대도시의 고층빌딩이 즐비한 그 곳, 어느 광고회사의 사람들이 월급을 받아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있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의 그들은 걱정이 없었다. 광고를 하려는 회사들은 많았다. 그들이 수다를 떤 시간까지 비용으로 청구해도 그 회사들은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들은 화이트칼라로써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거리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가 "정말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당신을 해고시키야 합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광고 회사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함께 일하던 누군가가 갑자기 해고당한다. 또 누군가도 해고당한다. 당장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군가는 미련을 버리고 용기를 내서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정신적 스승을 찾아 히말라야로 떠날 수 있다. 누군가는 평소에 가고 싶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누군가일 뿐이다. '나'는 어떨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의 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해고를 당해도, 다음날 회사에 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새로운 광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한다. 창피함이고 뭐고 다시 취직하고 싶어 한다. 이상하다고? 아니다. 자동차 할부금 등이 남아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먼저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런 후에는 회사로 온다. 회사의 어떤 것도 부수기 위한 것이다.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는 그것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가 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서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모습을, 그러면서도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자존심 버리고 어떤 일이든지 하려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벌써 해고당한 크리스가 그 회의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이, 회의 문서가 모두에게 돌아갔다. 크리스도 회의 자료를 받았다. 정말로, 이제 직원도 아니면서 회의 내내 함께 앉아 있을 생각이었을까? (...) 린이 앉아서 자료를 읽고 있었고, 크리스가 같이 앉아서 자료를 읽고 있었다. 그 둘은 방금 자르고, 잘린 사이인데도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같이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린이 그를 못 본 것일까? - 책 속에서-

 

보면 볼수록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는 낯설다. '정리해고'가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그 후에 새롭게 사는 이야기 등을 담기 일쑤인데 이 소설은 자존심 버리고 사는 직장인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가뜩이나 언론에서 정리해고에 대한 이야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주 나오는 때 인지라 그 내용이 소설의 것이지만 남다르게 여겨지지 않는다. 직장인이라면 소설을 보면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소설 속의 그들과 동일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 불편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묘한 위로를 얻게 된다. 작가는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에서 한없이 중요할 것만 같은 직장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다시 직장을 얻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봐야 다른 직장을 찾고 친구를 만나 차 한 잔 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최후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다시 살아갈 수 있음을,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음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동일시하며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로써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시기가 시기라 그런 것일까? "정말 대단히 유감이지만, 당신을 해고시켜야 합니다"라는 말에 실존적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린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사람들에게 건투를 비는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비록 소설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그럴 힘이 있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나경 옮김, 이레(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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