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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 현장 동영상 보기!!

 

1신. 또 다시 더러운 서울로 달려간다...

 

지난 20일 아침 파렴치한 정권과 천박한 건설자본(용역깡패),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빚어진, 온국민을 전율케 한 용산 철거현장 참극의 충격과 공포로 망연자실해 이틀동안 무엇하나 할 수 없었습니다. 지독한 슬픔과 머리통이 터져버릴 듯한 분노를 블로그에 토해낼 뿐, 난쏘공의 작가 조세희님처럼 무기력하고 나약한 저(블로거)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도시빈민과 서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한 채 재개발 이익에 눈 멀어 철거민을 불구덩이로 내몬 자들(삼성물산,포스코,대림 등)과 마찬가지인 추악한 대형건설사와 토건족들의 새만금 끝물막이 방조제 공사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미제국주의와 국가폭력의 평택미군기지이전에 맞선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촛불을 지켜보고 기록하면서 느꼈던 자괴(自愧. 스스로 부끄러워함)가 또다시 덮쳐온 것입니다. 또한 집단지성.집단지혜를 떠벌리고 비판의식과 비평이 생명이라는 블로그(거)와 블로고스피어에 만연한 이중성과 추잡함에 신물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2일 용산 참사 온라인분향소(http://mbout.jinbo.net/, 현 이명박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 이하 용산범국민대책위)를 통해서 23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리고, 매일 저녁 7시 참사 현장앞에서 추모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참사 당일과 이후 철거민 살인진압을 규탄.항의하는 촛불집회와 추모제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도 열렸다는 것은 오마이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바 있었습니다.

 

하여 23일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에 가기로 맘먹었습니다. 또 다시 강추위가 몰려왔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발조차 딛고 싶지 않은 정말 싫은 서울이지만 오후 4시30분경 집에서 나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습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는 범국민추모대회에 용산 구민과 서울 시민이 함께 참여해 달라는 포스팅을, '검찰의 사건조작은폐 및 철거민 구속 규탄 기자회견'을 담은 민중언론 참세상의 동영상과 엮어 올려 놓았습니다. 기자회견 중 고 이상림씨의 딸 이현선 씨가 눈물을 흘리며 검찰에게 더이상 고인들의 죽음을 왜곡하지 말라며 호소하는 장면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부천 오정큰길을 따라 서울 화곡역에서 공항로로 빠져 줄지어 쉼없이 내달리는 자동차 행렬의 피해, 당산역 이르러 한강 자전거도로로 나아가니 어느새 저녁 6시를 넘어섰습니다. 뜨거운 숨을 내쉬는 마스크와 장갑 낀 손가락, 휴대폰과 카메라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 망할 국회의사당을 지나 마포대교 근처에 이르러서는 자전거도로변의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녹이기도 했습니다. 탐욕으로 물든 더러운 서울 도심에 짙게 깔린 어둠을 밀어내기 위해 불밝힌 불빛들은 무심하게도 눈부셨습니다.

 

몸을 녹이고 집에서 나올 때 가져온 귤 하나를 까먹고는 힘내어 다시 매서운 강바람을 헤치고 나아갔습니다. 마포대교를 이용해 한강을 건너지 않고 원효대교를 타고 용산전자상가로 넘어갔는데, 현재 원효대교나 한강 자전거도로변 공사로 인해 길을 찾는데 조금 헤매고 말았습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바람이 다리에서 불어왔지만 범국민추모대회가 시작하는 7시가 가까워져 조급한 마음에 페달을 더 세차게 밟았습니다. 복잡한 용산전자상가를 지나 낯선 고가도로를 타고 넘어 선물꾸러미를 들고 바삐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남영역, 숙대입구를 빠져나오니 서울역에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2신. 눈물과 분노, 촛불, 함성이 어우러진 범국민추모대회

 

약 2시간 30분 가량 내달려 무사히 도착한 서울역은, 늘 그렇듯이 전투경찰과 전경버스로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하려는 이들로 보이는 사람들이나 귀성길에 나선 애꿎은 시민들의 발길을 전경들은 방패로 가로막아 서기도 했습니다. 방패와 보호장구로 중무장한 저들은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항변하겠지만, 양심과 영혼, 인간성이 철저히 거세된 인면수심의 저들에게 한 치의 동정조차 사치라 생각되었습니다.

 

 

 

 

광기어린 살인진압으로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의 봉쇄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차갑게 얼어붙은 서울역광장에 모여들어 하나둘 분노와 눈물의 촛불을 밝히고 범국민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범국민대회 무대 앞에는 기자들도 우르르 몰려 있었고, 중계차까지 동원한 MBC 등 방송.인터넷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걸개그림에 새겨진 불꽃들과 "여기 사람이 있다"란 문구가 철거민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죄스러움에 가슴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게 했습니다.

 

광장과 계단에 사람들이 꽉차고 시간이 되자 사회자는 무대위에 올라 '이명박정권퇴진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를 열었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절규하는 문화패의 추모공연이 있었고, 진상조사단의 경과보고와 철거민과 용산범국민대책위의 발언, 유가족의 호소문 발표, 율동과 추모시 낭독이 이어졌습니다.(진상보고와 유가족 호소문 영상은 따로 전하겠습니다.)

 

그 가운데 서울역으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한 청년들이 전단지를 귀성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피켓과 촛불을 들고 모여 "이명박 퇴진" "독재타도"란 구호를 돌림노래 부르듯 목소리 높혔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분노와 눈물의 함성은 귀향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를 울려댔습니다.

 

역사 앞 한편에는 진보신당에서 마련한 분향소도 있었습니다. 용산 철거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를 알리는 판넬과 고인들의 영정 그리고 촛불과 향을 머금은 하얀 국화가 가득 놓여있었습니다. 고향길에 나선 귀성객들 중에는 분향소 앞에 멈춰 헌화하고 향을 피우고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그 추모 행렬과 일렁이는 촛불을 보고 있자니, 촛불이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의 삶과 목숨은 안녕하신지요? 다음 차례는 당신이 될지 모릅니다!" 라고.

 

살에는 강추위 속에서도 용산 철거현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함께 한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전합니다.

 

 

 

 

 

 

 

 


* 23일 용산참사 범국민추모대회 사진 더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동영상 크기가 100M를 넘기고, 재생시간도 길어 오마이뉴스에 등록이 되지 않아 다음에 올라간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덧.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인천 집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밤9시까지 그러니까 추모대회 이후 행진을 하기 전에 서울역에서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편치 않았지만, 마음만은 다소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용산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설연휴 이후에도 계속 전개하고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밤길을 내달려 집에 오니 자정을 넘겨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는 잠에 들었습니다. 범국민추모대회에 함께 한 분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뜻을 함께하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건강하시길. 


태그:#용산참사, #추모대회, #자전거, #서울역,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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