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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설맞이' 우편엽서
▲ 연이네 설맞이 '연이네 설맞이' 우편엽서
ⓒ 책읽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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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일이라 생색을 내는 거야? 당신 한 게 뭐 있어!"
"당신, 명절 때면 내가 얼마나 힘 드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집안에 시누이 올케들도 많은데 일하는 거 봤어? 방 안에서 할 일 없이 잡담하며 놀지 않아. 그러고 빈둥거려도 딸들한테는 일 안 시켜. 어머니는 오직 나한테만 이것 하랴 저것 하랴며 다 맡긴다 말이야. 명절 때면 난 손 마를 날이 없어. 하루에 몇 십 번 술상까지 챙겨 봐 허리가 끊어지게 아파. 당신, 그러고도 남편 맞아? 내가 당신 집안 종이야! 왜 종 부리듯 하고도 고맙다는 말이 없어! 대체 뭐야!"

으레 명절이 다가오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유 없이 몸살을 앓게 된다고 한다. 이른바 '며느리증후군'(주부명절맞이증후군)이다. 이 며느리 증후군은 명절을 전후로 가사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져 신체적인 장애까지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부들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지난 명절에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여러 가지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핵가족화 된 가정의 주부들이 명절기간동안 대가족제도에 합쳐지면서 정신적·신체적 부적응상태에서 기인되는 스트레스성 질환의 하나다.

퇴계 이황 젯상 차람
▲ 퇴계 이황 젯상 퇴계 이황 젯상 차람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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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주부들에게 보이지 않은 짐이다. 연휴 내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 안팎을 청소하고, 제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깨와 허리가 휘어지도록 차례음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주부들에게는 일 년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때가 바로 명절이다. 그러나 이런 고통을 더욱 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절 동안 겪게 되는 심리적 고통이다.

명절은 주부들에게 보이지 않은 짐이다

명절은 온 가족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도 명절마다 더욱 두드러지는 게 가정 내 성차별이다. 손 하나 까닥하지 않는 남자들과 시댁 식구들이 많다. 그러니 며느리로서 차례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당연히 불만이 쌓이고 화가 난다. 그러나 이를 표현조차 못하고 안으로 삭여야만 한다.

게다가 흩어져 있는 가족이 모이다 보니 시부모, 동서, 시누이들 간에 생기는 심리적인 갈등과 알력도 만만치 않다. 사실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은 육체적 스트레스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더 큰 원인은 대부분의 남성들은 ‘나몰라’라 하는 데 있다. 또한 오직 여성들만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억울함'이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이다.

또 명절마다 귀향과정의 장시간 이동과 생활리듬의 변화도 큰 스트레스다. 그 외에도 명절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전업주부의 노동과 휴식부족으로 인해 육체적인 부담과, 음식준비나 제사과정에서 느끼는 종교적인 갈등과 성차별, 시댁과의 갈등, 친정방문의 상대적 소홀감 등으로 긴장, 분노,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명절전후의 이러한 스트레스는 다음 명절이나 제사가 다가오면,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 신체적 피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 스트레스를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추석이나 설을 전후로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의외로 많다. 심한 경우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은 '억울함'이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

'주부 명절증후군' 증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두통이나 소화불량, 복통, 손발마비, 졸도, 호흡곤란, 우울증, 심장의 두근거림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증상은 경쟁심이 많고,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주부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이 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고향가는 귀성열차, 손님드르이 발걸음이 가볍다.
▲ 고향가는 길 고향가는 귀성열차, 손님드르이 발걸음이 가볍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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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에는 아이들도 주부들 못지않게 또 다른 형태의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고 한다. ‘명절 증후군’은 어른들의 얘기만은 아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와 낯선 친척들과 지내는 것 등은 아이들에게도 녹록치 않은 일이다. 명절 연휴 동안 아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장거리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활동적이어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런 어린이들이 자동차처럼 좁은 공간에 오래 갇혀 있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럴 때는 무조건 아이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자주 휴게소에 들러 몸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도로가 막혀 휴게소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수시로 물을 마시게 하고, 물수건 등을 이용해 얼굴을 닦아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도 주부들 못지 않게 또 다른 형태의 '명절증후군'을 앓아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낯선 친척들과 지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끼리 모아 놓으면 저절로 친하게 논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가 내성적이라면 고립감마저 느껴 명절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평소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한두 개 챙겨 가면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주부명절증후군'의 정도는 심각하다. 무엇보다 그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주부 스스로 명절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먼저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명절 동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명절 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가능하면 자신만을 위한 여가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절, 주부들은 손 마를 날이 없다.
▲ 주부 스트레스 명절, 주부들은 손 마를 날이 없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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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으로 가장 빈발하게 나타나는 주부 우울증은 식구들의 뒤치다꺼리에 지치거나 친지와의 긴장관계, '나 몰라라'하는 가족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족사회 구조에서 주부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다. 주부가 겪어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을 온 가족들이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주부명절증후군 없는 건강한 명절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부를 포함한 가족구성원 모두 명절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한다. 특히, 명절을 기회로 가족구성원과의 갈등을 풀 수 있는 기회로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함께 시장을 보고, 같이 음식장만을 한다. 설거지는 물론 집안 청소 등 가사노동을 분담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근사한 스킨십이면 주부우울증 싹 가셔

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초래되는 근육긴장의 이완을 위해 심호흡을 하거나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일할 때에는 주위 구성원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풀도록 노력한다. 마음을 연 대화야말로 쌓인 감정들을 해소하는 법들을 모색하여 가장 좋은 '명절증후군' 스트레스 치유방법이다.

"여보, 정말 수고했소!"
"당신 많이 힘들었지?"

"소중한 당신을 고생시켜 미안해요."

무엇보다도 명절 전후에 고생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 일을 덜어주고, 가족이 따뜻한 격려의 말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보상의 표현으로 선물을 하거나 여행가기 일정을 잡고, 남자들이 집안일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따뜻한 말 한 마디와 근사한 스킨십 한두 가지면 아내의 명절증후군을 싹 가시게 할 수 있다. 나만의 비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보냅니다.



태그:#명절, #주부명절증후군, #비법,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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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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