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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물 중 가장 큰 생물은? 고래다. 대왕고래 암컷은 길이 30m, 몸무게 130톤이나 된다. 거대한 몸집 때문인지 고래는 인류에게 오랜 옛날부터 공포와 신비한 대상이었다.

 

구약성경 <시편>과 <요나서>부터 <모비 딕>의 아하브 선장에 이르기까지 뱃사람들의 끝없는 희생과 모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책이 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003 <고래의 삶과 죽음>이다. 217쪽 문고판이지만 여전히 성역처럼 남아 있는 바닷속 신비 속으로 읽는 이들을 안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1장에서 문헌상에 기록된 거대한 괴물 또는 동물들로 묘사된 고래를 만날 수 있다. 고래는 구약성경 <시편>에서는 ‘리바이어던’으로, 1세기 플리니우스가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쓴 에서는 <박물지> '피세테르'(physeter : 그리스어로 향유고래 속명)으로 13세기 <스페쿨룸 레갈레>에서는 무시시한 '인간의 적'으로 등장했다.

 

다양한 문헌뿐만 아니라 고래에 대한 생각은 지역과 인종, 민족과 나라에 따라 달랐다. 중세 아이슬란드 선원은 고래를 ‘악마의 사자’라 불렀고, 아일랜드 사람은 ‘신의 사자’로 생각했다. 본 사람들은 고래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죽은 고래의 영혼과 뱃속에 든 새끼를 위해 제사까지 지냈다.

 

제2장은 물고기를 포유류로 재분류하는 오랜 시간과 함께 다양한 고래들을 만날 수 있다. 고래 사냥법, 이빨과 수염의 있고, 없음에 따라 두 개의 아목으로 정해진다는 글을 읽어가면 고래에 대한 놀라운 점들을 만날 수 있다.

 

“고래는 물고기처럼 피부가 매끈하고, 지느러미와 꼬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래가 물고기라고 단정한다.”

 

“매끈한 피부와 지느러, 꼬리 모습으로는 물고기인 것 같지만 따뜻한 혈액과 소화기관, 호흡기관, 생식방법 등으로 미루어 보건대 고래는 분명 포유류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래를 포유류로 분류했지만, 1세기 플리니우스가 <박물지>에서 고래를 물고기로 부른 후 인류는 거의 1600년 동안 고래는 물고기였다. 이것을 뒤집은 사람이 스웨던 박물학자 샤를 드 린네 1758년 펴낸 <자연의 체계>에서 포유류로 재분류했다.

 

3장은 고래를 지역과 나라, 사람에 따라 달리 생각했고, 다른 방법으로 사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바다에 사는 고래를 당연히 물고기라 생각했다. 물고기라 생각한 것만 틀릴 뿐 고대 사람들이 고래를 관찰한 것은 정확했다. 사냥할 고래, 피해야 할 고래, 작살 꽂는 방식, 가장 좋은 사냥철, 가장 좋은 어장을 경험을 통하여 알았다.

 

가족관계까지 파악하여 항상 새끼 고래, 어미고래, 아비 고래 순으로 작살을 던졌다. 그러면 아무 고래도 달아나지 않았다. 고래의 습성을 이해한 포경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은 고래 습성을 알아 사냥하였고, 성공했다.  

 

"중세초기, 바스크인은 대양에서는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시도했다. 그들이 고래 사냥에 이용한 작살은 부표에 매달아 놓은 자유작살이었다. 그들은 '사냥개떼'같은 소형정을 타고 나와, 고래 한 마를 향해서 가능한 많은 작살을 던졌다. 네덜란드인은 스피츠베르겐 해안에 세계 최초로 포경산업 기지를 건설했다. 오로지 포경선원을 위해 조성된 포경기지였다.(본문 47-53쪽) 

 

4장은 미국 포경업의 황금기를 다룬다. 서부개척 시대 황금을 찾아 '서쪽으로'를 외쳤던 것처럼 '고래를 향하여'로 미국은 포경업 황금기를 열었다. 1820년 뉴잉글랜드 주수입원이 포경산업이었다. 도시 전체에 고래 기름, 경랍, 수염 처리 공장이 지어졌고, 작살과 철제 밧줄, 구리못을 제조하는 공장, 1830년 경에는 해마다 72척의 포경선이 낸티컷을 출항했다.

 

산업혁명이 아니라 고래혁명으로 미국이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고래는 마냥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라는 것이고 마구잡이식 고래 포경은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포경선원은 강인함을 요구했고, 약한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환경, 빈약한 음식은 그들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 알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질병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포경선은 남태평양의 섬에 유행성 감기와 결핵, 콜레라 등을 실어왔다. 유럽인처럼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았던 원주민들은 수두나 홍역처럼 가벼운 병으로도 몰살당했다. 이렇게 해서 1770년에 4만명에 달했던 타이티의 인구가 1830년에는 9,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약 3만명 정도 피지인이 1875년에 홍역으로 죽어 갔다.(본문 85쪽)

 

열악한 환경, 빈약한 음식 때문에 생명을 잃을 지라도 사람들은 포경을 향하여 나아갔다. 그들은 오로지 고래러시를 꿈꾸었다. 고래는 그들의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 간 곳은 동료의 죽음 뿐만아니라 죄없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욕심은 고래가 지구상에 사라지게 하였고, 사람이 나서서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멸종시키고, 사람이 살리는 악순환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고래는 거대한 몸집 때문에 경외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의문점들이 고래를 아직도 경외할지 모른다. 존 헌터가 지은 <소형 고래 해부기>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심장이 뛸 때마다 10-15갤런의 피가 한꺼번에 솟구쳤다."

 

1갤런이 3.75리터 정도이니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37-56리터 피가 솟구친다. 해양 생태계 균형뿐만 아니라, 고래도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37-56리터를 인간의 탐욕 때문에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최종 육식자, 즉 다른 동물에게 먹히지 않고 잡아먹기만 하는 위치에 있는 고래는 해양 생태계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균형이란 말은 모든 생물이 마치 어떤 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타격을 가하면 결국 기계는 망가져서 작동이 멈추게 된다.(126쪽)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임을 깨닫는 양심이 있음인지 아직도 고래는 살아있다. 탐욕은 멈추고, 양심은 계속 살아 있어야 고래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인류 조상들이 고래를 '신의 사자' 와 '악마의 사자'로 생각한 것은 바다의 왕자 고래를 경외했음을 뜻한다.

 

그러했기 거대한 고래에 맞섰던 옛날 영웅 시대 고래 사냥꾼은 경건한 의식을 지냈다. 고래를 잡기 위한 작살이었지만 땅의 왕자 인간이 바다의 왕자 고래에게 보내는 마지막 의식이었다.

 

<고래의 삶과 죽음>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땅의 왕자 사람과 바다의 왕자 고래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였다.

덧붙이는 글 | 고래의 삶과 죽음 ㅣ 이브 코아 지음 ㅣ 최원근 옮김 ㅣ 시공사 펴냄 ㅣ 7,000원


고래의 삶과 죽음

이브 코아 지음, 시공사(1995)


태그:#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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