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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오바마 미 행정부가 정식 출범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진보적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과 공동으로 국제정세 및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대외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모색하고자 합니다. 5번째 글은 홍익표 대외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집필했습니다. 이 글의 원문 및 관련 자료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북한에게는 2009년도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해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여부와 후계체제 문제에 대한 논란은 금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년도 경제부문의 실적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고자 하는 북한의 목표 달성를 사실상 좌우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금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미관계의 향방, 그리고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여부 등에 따라 북한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정세가 좌우될 것이다. 한편,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색국면에 처한 남북관계 역시 북한의 대남 정책방향 및 태도에 따라 상당한 변화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신년공동사설로 본 북한

 

이와 같은 북한 내부 및 한반도 주변정세를 둘러싼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초에 발표된 신년사설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세인식과 이에 기초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지난해를 총화하면서 새해의 대내외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북한의 2009년도 신년공동사설을 바탕으로 금년도 북한의 변화와 주요 정책방향 및 남북관계 등을 전망하고자 한다. 

 

북한은 금년에도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3개 신문 공동으로 "총진군의 나팔소리 높이 울리며 올해를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제목의 신년사설을 발표하였다. 신년사설에서는 지난해를 "60년에 걸치는 우리 공화국의 긍지 높은 년대기 우에 빛나는 승리의 장을 기록한 력사적 전환의 해"로 평가하면서, 금년을 "당의 부름 따라 전인민적인 총공세로 강성대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력사적인 비약을 이룩하여야 할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해"라고 규정하였다.

 

금년도 신년사설은 지난 수년간의 신년사설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제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 전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강한 의지가 표출되었는데, 이는 금년도의 실적여부에 따라 2012년의 목표달성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계체제와 2012년 당대회

 

금년도 북한의 대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체제결속과 당 기구 및 체계의 '정상화'이다. 북한은 체제결속의 중요성을 매년 강조하였지만, 금년에는 보다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확산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는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의 후계체제 문제가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북한 공식매체의 보도와 활발한 현지지도 등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후계체제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일단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가 68세임을 감안할 때, 후계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떠한 형태로든 진행될 수밖에 없다.

 

북한 사회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인 수령이 갖고 있는 위상과 역할,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정권 교체기 또는 후계자 확정과정에서의 내부적 혼란과 대립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지도부는 물론 전 사회적인 체제결속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 확인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신년사설에서 제기한 당의 위상과 역할이 강조된 것 역시 후계체제 문제와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설에서는 당 조직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면서, "각급 당조직들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를 당과 혁명의 진두에 높이 모신 격정과 환희에 넘쳐 모든 분야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켜나가던 1970년대처럼 당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장군님의 불멸의 선군령도 업적을 당 사업에 철저히 구현하며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세우기 위한 사업을 더욱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사실 1970년대는 김정일 위원장이 '3대혁명 소조운동'을 직접 지휘하면서 당의 세대교체와 조직화사업, 사업방식 개선 등을 통해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확립한 시기였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에 이미 김정일 위원장은 '당 중앙'으로 지칭되었고, 1980년 제6차 당대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 인정되었다.

 

북한으로서는 후계체제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 조직의 정상화와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 조직의 정비와 역할 강화는 후계문제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성대국의 1차적 목표가 완료되는 2012년경에 1980년 이후 개최되지 못한 7차 당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으며, 후계체제도 당대회를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천리마운동'을 통한 경제부문의 대도약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경제강국의 대문을 여는 시점인 2012년까지의 시간이 멀지 않다는 점에서 금년도 경제부문의 성과와 실적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당국도 경제부문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 모든 자원과 정책수단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년사설 발표 이후 1월 5일자 <로동신문>에서 "올해 공동사설의 기본정신은 한마디로 말하여 선군의 불길 속에 다져온 우리의 정신력과 잠재력에 의거하여 우리 조국 력사에 일찌기 있어 본적이 없는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킴으로써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한 투쟁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신년사설에서는 경제부문의 대도약을 위해 1950년대 천리마운동과 같은 '제2의 천리마 대고조'를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천리마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구 강선제강소)'를 방문하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천리마 대고조를 강조하는 것은 당시 북한이 전후복구에 국력을 총동원함으로써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인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이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여 자력갱생과 대중동원 방식의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북한이 신년사설에서 제2의 천리마 대고조를 강조하는 것은 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경제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중의 하나가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000년대 북한의 '자력갱생'은 과거 1950년대의 그것과는 상당한 인식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즉, 국가로부터의 충분한 자금과 자재가 공급되지 않는 현실에서 개별 공장 및 기업소 차원에서 설비 현대화 및 생산정상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것이지, 대외경제협력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자력갱생 또는 자립적 민족경제와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도리어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통해 자립적 민족경제를 보완,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자력갱생은 실리주의 및 과학기술 발전 등과 연계되어 경제의 자립성 및 현대화 강화, 생산증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대중동원 역시 2000년대 들어 실리중시 경향에 따라 경제현장의 요구와 타산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무조건 경제의 비효율성과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근 북한 당국의 노력동원은 주로 인민군과 청년단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도시환경 정비 및 인프라 건설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금년도 신년사설에서는 경제부문의 주요 과업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바탕으로 생산정상화와 현대화를 제시하였다. 이는 북한 당국이 산업가동률 제고 및 생산설비 현대화 등을 통해 생산량 증대를 금년도 경제부문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당과 국가가 계획화체계 및 경제관리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7.1조치 이후 확대되어 온 시장화 경향은 다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생산정상화 및 현대화를 통한 생산증대라는 과제의 중심고리로 '금속공업'의 우선적 발전을 지적하였다. 금속공업은 북한 당국이 매년 선행부문 중의 하나로 중요시 해 왔는데, 금년에 중심고리로 제시한 것은 전반적인 산업가동률 증대에 따라 철강, 강재 등의 금속공업 부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 전력·석탄·철도부문 혁신 ▲ 전력·석탄공업의 생산강화 ▲ 기계공업 현대화 ▲ 남흥가스화대상공사의 조기 마무리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였다.

 

인민생활 제고를 위한 노력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주요 과업으로 제시하였다. 우선, 식량문제를 해결이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는데, 식량증산을 위해 당의 농업혁명 방침(종자혁명방침,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방침, 콩농사방침)이 강조되었다. 특히, 이러한 당의 농업혁명방침이 실현될 수 있도록 농촌에 대한 물질·기술적 지원 강화를 지적하였으며, 농·축산의 배합과 농촌경리의 다각화, 수산물 생산 및 양어사업 등을 지적한 것은 농촌의 수익성 제고 및 다양한 농업생산물 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생활과 관련해서 제기된  또 다른 과제는 역시 경공업 물자의 증산이다. 북한 당국은 경공업 물자의 증산을 위해 경공업 공장 및 지방공장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단위들에서 내부예비를 동원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리는 한편, 상품공급 사업의 개선을 통해 인민들에게 생활물자가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평양을 비롯한 도시환경 개선 및 국토관리사업도 한층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평양시 살림집 건설과 기념비적 건축물들의 건설, 산림조성 사업 등이 제시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유경호텔 공사재개 및 통일거리 재정비 사업 등이 금년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외국자본의 적극적인 도입 및 활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관리 개선사업과 관련해서는 경제건설에 대한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 강화가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제시되었다. 2012년 경제강국 목표달성을 위해 그 어느 시기보다 경제건설 과정에서의 국가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내각은 경제발전에서 관건적인 의의를 가지는 대상 및 부문들에 대해 제한된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전반의 전후방 효과가 큰 금속공업을 비롯한 전력, 석탄, 운송부문 등 4대 선행부문과 먹는 문제의 기본적 해결을 위한 농업부문 등에 대해 경제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금년도 경제관리 개선사업의 주요 과제로 △ 노동행정규율, 계획규율 및 재정규율 등의 강화 △ 현실에 맞는 계획화 사업 △ 경제지도 일군들의 수준제고 △경제관리의 정보화·과학화 등이 제시되었다.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금년도 북한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미관계의 개선 여부이다. 사실, 금년도 신년사설에서 나타난 북한의 자신감과 낙관적 전망은 2006년도 핵실험 이후 체제위협에 대한 불안감 해소,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교역법 해제 등을 비롯한 북미관계의 일정한 진전, 대북 적대정책을 주도했던 부시정부의 퇴진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에 새롭게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현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모호하며, 과거 정권출범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문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미국 신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권 초기라고 해서 과거 정부와 같이 북미관계와 북핵문제를 무시하거나 마냥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가 출범 이후 조기에 북한에 어떤 새롭고 대담한 제안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일단 부시 정부 말에 추진되었던 대북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화국면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와 관계개선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핵문제 해결은 북미관계 개선의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생각하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란 △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포기'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해제' △군사적으로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북 선제공격의 포기' △외교적으로는 '북미 국교수립'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년사설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 실현, 동북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언급하는 한편,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관계발전'을 지적한 것은 미국 신정부의 입장과 태도 여하에 따라 북한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북한으로서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의 '대화'와 '대결'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이후 북핵문제와 인권문제 등을 중심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북한은 부시 정부 출범 초기처럼 핵무기 개발 및 선군노선에 기초한 체제결속 등을 바탕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은 추가적인 핵개발과 함께 '2차 핵실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한국경제는 물론 2012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경제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케 할 것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 역시 당면한 국내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가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반면, 오바마 정부가 양자간 직접대화를 바탕으로 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에 주력할 경우 북미대화는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칸에 발목이 잡혀 있고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해 사실상 군사적 옵션의 선택이 불가능한 미국 정부의 입장과 한반도의 특수성(중국의 존재, 전쟁발발시 상상할 수 없는 피해규모 등)을 감안할 때,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한 관계당사국들 간의 대화노력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대화와 관계개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2009년도 북미관계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두 가지 노력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미관계의 출발점으로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성명'이 재조명되는 한편, 북핵문제의 해결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보장 차원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6자회담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된 핵시설 검증문제는 '행동 대 행동', '보상 대 보상'이라는 6자회담의 원칙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양국간 대화와 관계개선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금년 중에 평양-워싱턴 간 연락사무소의 설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북미 양자대화가 활성화될 경우 6자회담은 그 지위와 역할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07년 이후부터 사실상 6자회담은 '2+4'(북미+한중러일)의 구도로 전개되어 왔다. 즉,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양자접촉을 통해 일정한 합의에 도달할 경우 6자회담의 나머지 참가국들은 이를 추인하고 공동의 의무사항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북미 양자대화가 더욱 본격화될 경우 이러한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의장국으로서 위상이 추락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중국을 설득하는 것과 납치문제와 남북대화 중단 등으로 불편한 일본·한국 등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고스란히 미국의 외교적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

 

금년도 남북관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색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금년도 신년사설에서 6·15 공동선언 이후 볼 수 없었던 남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수차례 밝힌 것처럼 신년사설에서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의 인정과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 수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대북 정책을 '친북', '퍼주기' 등으로 비판하였고, 보수적 지지층에 의해 집권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북한의 6·15 및 10·4 선언 이행주장을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6·15 및 10·4 선언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이유는 △ 6·15 선언 1항의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 △6·15 선언 2항의 연합제와 연방제에 대한 합의, △10·4선언의 통일지향적 법제정비(이를 국가보안법 폐지로 이해) 등이다.

 

이러한 합의사항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당시절부터 줄기차게 두 차례 정상합의를 사실상 '친북·좌파'로 규정하고 비판하였다. 따라서 북한의 주장이나 남측의 야당 및 통일운동세력의 비판에 의해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 역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한 두 문건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변화가 없는 한 남북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북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의 위원장의 '존엄'이 훼손당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속에서, 어느 누구도 남한 당국과의 대화재개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남북 모두 현실적으로 물러설 수 있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대화의 물꼬나 관계개선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에서 남북관계 경색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북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인식의 전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대북 제안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대북 특사를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고 설사 수용한다 해도 당국간 대화재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계속 강경해지고 남북 교류협력 등에서도 북측 당국이 제한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2009년 중에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북미대화 및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경우 남북대화에 대한 북측의 관심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의 대화만 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통미봉남'은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에 따른 현실적 결과이지 북한이 의도하는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6·15 선언 이후 '통미연남(通美連南; 미국과 대화하고 남한과 협력하는 정책)'이 기본입장이라고 판단된다. 어쨌든 북미대화가 활성화될 경우 결과론적으로 '통미봉남'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경우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관련된 논의가 북미 양자 또는 북미중 3자의 틀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  

 

또한 북한은 금년 중에 남북 당국간 대화에 나서지 않은 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만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현 정부를 '반통일적, 반민족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남한 사회내의 북한 및 통일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부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남한 정부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반대나 저항이 거설 경우 북한은 당국간 대화에 더욱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였다는 점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태그:#북한, #코리아연구원,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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