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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雪景] 누구에는 즐거운 낭만 누구에는 불편한 짜증??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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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도서관에서 자전거로 징매이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올 때, 밤하늘에 선명한 뭉개구름이 두둥실 떠있는게 심상찮았습니다. 일기예보는 별다른 소식은 없이 강추위가 풀린다고만 하더군요.

 

근데 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이른 아침 신문을 가지러 1층 현관에 내려간 아버지가 올라와서는 "눈이 많이 내렸다"시더군요. 날이 밝았는데 유리창 너머 커튼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어 날씨가 심상찮다는 것을, 솜이불 속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창밖 세상은 많은 눈으로 덮혀 있었습니다. 그동안 건조하고 답답한 공기와 겨울 가뭄을 해소해줄 반가운 눈이 기별도 없이 찾아온 것입니다.

 

 

눈이 많이 내려 부모님이 걱정하셨지만, 어제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고개너머 도서관에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김치콩나물국으로 아침밥을 먹고 옷가지를 두툼히 챙겨입고, 옥상에 올라가 눈이 어느정도 내렸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3cm 이상 쌓여 있었고 신고 있는 등산화가 "푹"하고 가라앉아 덮힐 정도였습니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집앞 도로는 여느때보다 더디게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설로 검은 아스팔트는 흔적도 점차 사라지고 북극의 눈길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끄럽고 위험한 눈길을 자전거로 내달릴 자신은 있었지만, 눈발은 멈추지 않고 더욱 거세졌습니다.

 

 

암튼 옥상위에 쌓인 새하얀 눈위에 무서운 세상(유언비어를 빌미로 미네르바까지 체포·구속해…)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MB OUT'을 그려놓고, 자전거를 끌고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그 눈길에 만난 갖가지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거북이 걸음하는 자동차의 행렬부터 집앞과 거리의 눈을 치우는 사람들과 제설작전을 펼치는 군인들, 친구에게 몰래 다가가 던질 셈으로 맨손으로 뭉친 동그란 눈뭉치, 아빠와 할머니와 함께 우산, 모자를 쓰고 학교로 유치원으로 향하는 어린아이들, 놀이터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미끄럼틀에서 정신없이 뛰노는 형제들까지….    

 

 

 

[1신] 새하얀 눈위에 조심스레 그려본 'MB OUT'과 군인들의 제설작전

 

 

[2신]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과 놀이터에서 눈싸움에 빠진 형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설, #설경, #눈, #낭만,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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