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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중 저 모양 시계를 보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 444 하루 일과 중 저 모양 시계를 보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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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개월 전 하늘 나라로 가신 어머니는 유난히 숫자 '4'를 싫어하셨습니다. 동전 4백원, 지폐 4천원, 4만원 등 돈을 헤아릴 때 '4'만 들어가면 한숨을 짓거나 탄식을 하시곤 했답니다.

어머니는 숫자 '4'를 ‘죽을 사(死)’라 믿으시고 무슨 일이 있어도 '4'가 들어가는 금액은 소지하지 않으려 애쓰셨습니다. 

그렇게 숫자 '4'를 증오하던 어머니가 어쩔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하고 우리 곁을 떠나셨는데, 희한하게도 제 일상 안에 숫자 '4'가 눈에 띄어 자꾸만자꾸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합니다.

생전의 어머니가 그토록 증오하던 숫자 '4'가 저승사자처럼 보일만큼 강박관념으로까지 발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숫자 '4'를 보게 되면 조신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어쩌다 새벽에 눈을 뜰 때가 있습니다. 몇 시나 됐을까 시계를 보면 공교롭게도 4시 44분입니다. 하고 많은 시각 중에 하필이면 4시 44분이 되어 숫자 '4'를 세 개씩이나 보게 되니 불쾌한 감정에 전전반측이지요.

6시 44분이 지나 7시 44분이 되면 일터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숫자 '4'가 지독하게 따라 다닙니다. 이런 날엔 묵언으로 일관하고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됩니다.

하루 일과 중 '1'자 네 개를 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11시 11분입니다. '1'자야 뭐 으뜸을 의미하는 숫자로 보기만 해도 흐뭇한 느낌이 들지요. 12시 12분이나 2시 22분, 3시 33분 등 보기에 좋은 숫자도 있는데, 왜 그토록 4자가 연속된 시간을 보게 될까요?

멋지게 연속되는 숫자도 많은데......
▲ 시계 멋지게 연속되는 숫자도 많은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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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중 벽걸이 시계를 가끔 보게 되는데, 하필이면 44분대에 보게 되는 경우 시선을 후회합니다. '그래, 오후 4시 44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계를 마주치지 않을 테야!' 그렇게 마음을 먹고 시계에 무관심하기로 합니다.

그래봤자 의미 없지요. 나른한 오후에 동료 직원 한 분이 선잠을 깨는 말투로 경탄하며 한 마디 합니다.

"허어! 저 눔의 시계가 아주 멋지구먼! 사사사! 4자가 쫙이네!"

그렇게 해서 증오스런 4자를 또 보게 되더라고요. 독서라도 할라치면 44쪽을 보게 되고, 444쪽도 봅니다. 5시 44분, 6시 44분이 지나 퇴근길에 접어들 때 차량번호 '4444'를 보는 일은 고역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깟 4자에 연연할 인생이더냐' 정 깊은 벗들 만나 소줏잔 부딪치다 보면 잠시 4자 공포에서 벗어나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휴대폰이 부르르 떨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라고 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시죠? 대리운전입니다. ##44-4444!' 환장할 노릇입니다.

다음 날, 서울에 출장갈 일이 있어 기차를 탑니다. 이거 뭐, 사람 잡습니다. 4호차 44호석! 기차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탑니다. 4호선을 타고 사당역을 지납니다.

일상 중 안 보려 해도 안 볼 수 없는 숫자,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숫자 "4"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에 위안 삼아 그저 즐기고 마는 게 상책인 듯싶습니다. 세상사! 아무리 밉고 보기 싫은 존재라도 보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4'야! 일부러 따라다니거나 억지로 마주치려고 들지는 말어, 응?"


태그:#시계, #4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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