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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건너 미국의 일자리가 2008년 12월 52만 개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7.2퍼센트로 뛰었다는 최근 발표가 있었다. 3개월 동안 무려 1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올해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두 자릿수 실업률도 우려된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2011년에나 고용사정이 회복될 거라는 아득한 소식도 들려온다.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원지라 고용문제가 심각하다 여길 수도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 12월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1만2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취업자 수가 10월 9만7000명, 11월 7만8000명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12월 한 달 만에 무려 9만 명이 줄어든 셈이다.

 

취업자 수 감소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부터는 단순한 마이너스가 아니라 10만 명 이상이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난 11월부터 수출이 -18퍼센트 이상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고,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도 마이너스 행진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미국을 걱정할 겨를이 없다.

                 

실업자 78만명? 350만명이 더 현실적

 

황당한 것은 사태가 이러한데도 실업자는 전월에 비해 겨우 3만 명 정도 늘어난 78만7000명으로 계절조정 실업률이 여전히 3.3퍼센트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7.2퍼센트이고 전 세계 대부분 나라들이 5퍼센트 이상 수준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실업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어째서 이런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복잡하게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업자는 그래도 '구직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다. 구직 활동을 못하고 준비하고 있거나, 구직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2007년 12월 20만 명을 넘었고, 2008년 9월 다시 30만 명을 뛰어 넘어 지난 12월에는 순식간에 42만3000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12월에 '구직 단념자'와 '그냥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한 해 평균 일할 수 있는 사람(경제활동 가능인구)이 약 43만명이 늘었는데, 이들 대부분 직장을 찾을 엄두도 못 내고 취업준비를 하거나 구직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짜 실업자는 얼마나 될까. 실질 실업자(공식 실업자 + 구직 단념자 + 취업준비자 + 쉬었음 +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취업 희망자) 규모(중복은 감안하지 않음)를 계산해보면 지난 12월 기준으로 최대 352만2000명이 된다. 이것이 진짜 한국 실업자 수를 반영한 결과이다. 11월에만 해도 실질 실업자는 317만1000명이었다. 한 달 만에 35만 명이 실질적인 실업상태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

 

구조조정 시작되면 진짜 실업대란 시작

 

그렇다면 어떤 일자리들이 없어지고 있는가. 통계청 발표를 보면 일단 자영업자 수의 감소가 지속되어 지난 한 해 평균 약 8만명이 줄었다. 장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님을 통계가 확실히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7년 말부터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지난 일 년 내내 고용의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비정규직이 경제위기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자영업, 임시직, 일용직의 절대 일자리 감소를 정규직 일자리의 소폭 증가로 그마나 상쇄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부터 정규직 증가폭도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결국 자영업과 임시직, 일용직의 감소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아직은 기업들이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아가면서 전격적인 정규직 감원을 미루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정부에 신청한 고용유지 지원금 건수는 7472건으로 전달에 비해 다섯 배나 폭증했다.

 

정부가 예정하고 있는 중소 조선사와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중소기업들이 야근과 특근 중지나 작업시간 단축, 임금 삭감으로도 견뎌내지 못하고 감원을 시작하게 되면, 그 때부터 본격적인 고용감소는 시작될 것이다. 진짜 실업대란은 사실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옳다. 

 

  

고용대책은 4대강 정비사업의 부산물이 아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국면을 넘어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아직 정부의 고용창출 대책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경제위기 수습대책 우선순위 첫 번째로 고용대책을 꼽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고용대책은 여전히 국가 전체의 과제가 아니라 단순히 '노동부의 과제'일 뿐이다. 최근 정부의 종합고용대책이라고 해봐야 지난 12월 24일 노동부가 발표한 업무계획이 거의 전부로 이를 증명한다.

 

미국 오바마 당선인조차도 최근 미국 고용창출 목표를 당초 공약보다 최소 100만 개 이상 늘린 4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 해 60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공약을 말없이 포기한 지 오래 되었고, 20만 개로 슬그머니 내리더니 최근에는 10만 개도 자신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노동부 과제로 고용대책을 잡은 것도 실업급여 몇 개월 연장, 고용유지 지원금 다소 확대, 직업훈련 실시 유도, 청년인턴 고용촉진 등 예년의 대책에 기간이나 비용을 조금 더 얹었을 뿐이다(노동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노사관계 대책>, 2008.12.24).

 

물론 확실한 것도 있다. 비정규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올 2월안에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정비사업을 밀어붙이면 고용창출 효과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이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의 부수적인 효과쯤으로 고용문제를 다루는 한 우리 국민에게 닥칠 고용대란은 거의 재앙적인 수준을 맞을 것이 뻔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김병권 연구센터장이 썼습니다.


태그:#마이너스고용, #고용대책,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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