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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전기통신법을 발견만 했어도 없앨 수 있었을 텐데…."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자책부터 했다. 검찰이 미네르바로 알려진 30대 인터넷 논객을 잡아들이면서 내세웠던 '전기통신법', 사문화되다시피 한 이 법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되살아난 것에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전기통신법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전두환 정권 때 만들어진 후 거의 적용되지 않아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는 사문화된 법이었다"며 "10여 년 전 법무부의 법제 정비 업무에 참여했을 때 발견했으면 폐지할 수 있었을 텐데, 워낙 현실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보니 이 법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선 짙은 회한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살아난 전기통신법은 미네르바를 비롯한 대한민국 누리꾼들, 나아가 전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사이버모욕죄'까지 도입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 교수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 때 발견만 했더라도... 적용 사례가 없어서"

 한상희 교수
 한상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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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없었던 '밀턴 시대'에 이교도나 반역자를 탄압하는 제도였습니다.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감정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많았죠.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폐지하거나, 유지를 하더라도 적용을 제한하기 위해 '친고죄'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친고죄'마저 없앤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를 밀턴 시대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죠."

한 교수는 "한나라당 의도는 인터넷에 올린 '사실(fact)'이 허위일 경우 전기통신법을 적용하고 정부 맘에 들지 않는 '의견'을 올릴 경우 사이버모욕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네르바를 구속한 사법부에 대해서도 "판사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미네르바 구속적부심 판사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판단을 내리기 전에) 사표를 낼 것 같다"며 "법리적으로 따져보면 구속시킬 수가 없는데 영장이 발부된 것은 99%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아직도 청와대에 대항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교수는 당장 폐지가 불가능한 전기통신법과 또 앞으로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저항을 벌이자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준법운동이다. 한 교수는 "청와대·국회의원·정부부처 홈페이지를 뒤져 전기통신법 47조에 위반되는 사항을 모두 찾아내 신고하고 그런 허위사실을 기사로 전파한 기자들도 신고하자"며 "이를 통해 전기통신법 자체와 그 법이 적용되는 현실을 코미디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법학자와 법조인 집단의 각성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법학자·언론학자·법조인 228명 등과 함께 '사이버모욕죄 도입 반대 전문가선언'을 이끌기도 했다.

한 교수는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이자 법학자와 법조인 집단의 양심이 어디 있는지 묻는 강력한 질문"이라며 "온 국민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았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침묵했던 집단이 이번에도 침묵하면 유신시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교수와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건국대 법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전국 법학자와 언론학자, 법조인 등 관련 전문가들이 1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레이첼카슨룸에서 '사이버 모욕죄 입법 시도 반대 전문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 모욕죄 입법 시도에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법학자와 언론학자, 법조인 등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레이첼카슨룸에서 '사이버 모욕죄 입법 시도 반대 전문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 모욕죄 입법 시도에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상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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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피해의식 있는 정권... 사이버 공간 빼앗으려 한다"

- 검찰이 미네르바에게 적용한 법이 전기통신법인데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위헌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 이전까지 사문화된 법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던 1983년 만들어진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통신법은 당시 팩스와 텔렉스를 겨냥해서 만든 법이었다. 전화는 감청을 할 수 있지만 팩스와 텔렉스는 감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 적용할 사례도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당시는 법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조용히 잡아가서 때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정권 비판을 막으려는 엄포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입법 당시부터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법을 이명박 정부는 사이버 공간에 적용하겠다고 나온 셈이다."

- 그렇다면 이미 폐지됐어야 할 법률이라는 이야기인데.
"정치권 책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책임도 있다. 10여 년 전에 법무부의 법제정비 업무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전기통신법은 적용사례가 없다 보니 이런 법률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 버렸다. 그때 발견을 했더라면 없앴을 텐데…."

- 전기통신법도 없앨 판에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까지 만들겠다고 나오고 있다.
"전기통신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2항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fact)이 허위로 판명날 경우 전기통신법의 적용을 받는다. 거짓말을 하기만 하면 처벌받는 것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버모욕죄는 사실이 아니라 의견을 밝혀도 정부 맘에 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특히 전기통신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이라는 것도 대단히 모호한 개념이다. 그래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모욕죄'라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가 없었던 밀턴((John Milton. 1608~1674) 시대에 이교도나 반역자들을 탄압하는 제도였다. 한마디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의 싹을 자르기 위해 동원됐던 수단이었다. 모욕죄라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사람의 주관적 감정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서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없앴고 유지하더라도 적용을 제한하기 위해 '친고죄' 조항을 만들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친고죄 조항마저 없애 수사 당국이 맘만 먹으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건 우리 사회를 밀턴 시대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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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미네르바의 경우도 그렇고, 일반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린 글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에 조사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다. 특히 수사 대상이 되면 인터넷에 글을 쓰는 등의 모든 통신행위를 수사기관이 감시한다. 나중에 무죄를 받든 유죄를 받든, 수사 자체가 한 개인을 '불구'로 만드는 행위다. 인터넷에 글을 썼다고 수사기관이 개인의 기본권을 이렇게 침해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 검찰이 이번 미네르바 수사에 나선 것도 정권 차원의 목적이 있을 텐데.

"욕을 먹으면서까지 미네르바 수사에 나서고 악법들을 만드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촛불 집회 이후 이명박 정부가 취해온 행동은 일관된 흐름이 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집권세력이 그 공간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이버 공간에서 보수의, '보수'라고 불러야할지 의문이지만, 헤게모니를 키워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진보 세력 혹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국민들 입을 틀어막으면서 빈 공간을 보수세력이 장악하도록 길을 터주는 작업이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을 공권력을 동원해서 장악하려고 하는 건 아주 저급한 전략이다."

"내가 구속적부심 판사라면 사표 쓴다"

- 일부 언론에서는 미네르바의 본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언론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검찰 잘못이 더 크다. 경찰은 유영철 같은 인물을 포토라인에 세울 때도 모자와 마스크를 씌우거나 옷으로 피의자 얼굴을 가린다. 그런데 검찰은 그런 최소한의 보호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경찰보다 인권 보호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15일 미네르바 구속적부심이 열린다. 담당 판사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사표를 낼 것 같다(웃음).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99% 정치적 판단이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아직도 청와대와 대항할 만큼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구속적부심에서 기각한다면 판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법리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구속시킬 수가 없다. 미네르바는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글을 올린 IP도 2개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 그리고 미네르바 글 때문에 2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소진됐다는데 이는 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불분명한 사실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것은 법관으로서 직무유기다."

- 사이버모욕죄와 더불어 인터넷 실명제와 인터넷 감청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3대 악법'도 문제다.
"지금 악법이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통신이나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안들이다.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발상이다. 바로 그 점에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안이다. 헌법 21조에 나와있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다. 제한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표현의 자유가 왜 제한되어야 하는지 제대로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이를 침해하는 악법을 만들겠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 한나라당은 '악플'을 규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법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악플이 무엇인지 악플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무엇인지 명확히 연구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가 나서 법으로 처리해야만 악플이 없어질지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면 일반 누리꾼보다 정치 권력을 보호하는 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해외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네르바 사태'로 이미 국가신인도가 한참 떨어졌고 만약 '사이버악법 3종세트'마저 통과된다면 또 한번 신인도에 타격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이 앞서간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다루는 외신 보도를 보면서 '여전히 너희들 그러고 있구나' 조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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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지만 그게 사실인 것 같다.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은 이미 5공 시대로 우리 사회가 회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좀 더 나가면 모든 국민을 감시하면서 대통령을 욕하면 잡아가고 국민들은 국가폭력이 두려워 입을 닫고 살던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런 악법들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따르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뭐든 다할 수 있다는 발상은 독재시대의 발상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선거에서 결정된 여론을 4년간 혹은 5년간 계속 써먹으라는 게 아니다. 사이버모욕죄만 해도 이 법안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개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다수결의 원리가 적용되는 방식이고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선거에서 승리해서 모든 권력을 다가졌다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독재다. 한나라당이 여론을 존중하는 집단이라면 사이버모욕죄 등의 악법은 포기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47조 2항 위반했다"

- 그런데 상황은 비관적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불복종 운동은 개인이 감수해야할 피해가 커서 선뜻 권하기가 힘들다. 먼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헌법 교과서대로만 따진다면 위헌 판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통신법의 경우에는 준법운동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홈페이지와 청와대 홈페이지, 정부부처 홈페이지를 모두 뒤져서 전기통신법 47조 1항과 2항에 위반되는 사항을 모두 찾아내 신고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 3000 돌파를 이야기한 것은 47조 2항 위반이 될 수 있다. 선거 승리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나 전망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분명 사실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과 정부의 거짓말을 기사를 통해 전파한 기자들도 신고하자. 이런 식으로 법 자체와 그 법이 적용되는 현실을 코미디로 만드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 지식인 집단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이다. 그리고 법학자와 법조인 집단의 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강력한 질문이다. 권력에 의해서 한사람의 인권, 전체 네티즌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는데 정의와 법치, 민주주의를 입에 담고 살았던 그런 법조인들과 법학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지식인 집단은 온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았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침묵했다. 이번에도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유신시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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