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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양초로 만든 하트...
▲ 아버지의 생신 예쁜 양초로 만든 하트...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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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흔 세 번째 생신날, 서창 남동생 집에서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처럼 뭉쳤다. 부모님이 올라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동생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버지는 어린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부모님은 자식들과 어린 손자 손녀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으신 모양이다. 저녁을 먹은 뒤, 남동생은 특별한 생일 이벤트를 마련해 아버지의 생신을 더욱 빛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잠시 밖에 나가 계시도록 한 후에, 남동생은 많이 해 본 능숙한 솜씨로 양초들이 가득 든 통을 단숨에 꺼내놓더니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거실 바닥 이쪽에서부터 케잌을 올려놓을 상이 있는 저쪽까지 길게 양초 길을 만들었다. 다음엔 상 위에 초를 쏟아 놓았다. 우리도 모두 거든답시고 상 위에 올려놓은 양초로 하트모양을 만들었다.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아버지의 생신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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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빈 공간에도 양초로 채우자, 동생은 케익 놓을 자리라며 하트모양 안에 있는 양초를 꺼냈다. 어리둥절한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와우~많이 해 본 솜씨인데! 예사 솜씨가 아닌데!’하며 혀를 내둘렀다. 세대 짧은 시간에 아주 능숙한 솜씨로 하는 모양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하기야 아이가 셋이니 남동생은 애들 생일 때나 올케 생일 때, 많이 해 단련된 솜씨인 것 같았다. 젊긴 젊다. 세대 차이를 느꼈다.

어린 조카들도 지네 아빠와 함께 척척 손을 맞춰서 잽싸게 양초를 놓고 상에 올려놓은 케잌에 초를 꽂고 하는 것이 아주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 상 위에도, 거실 바닥에도 양초를 멋지게 놓은 뒤, 이젠 양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전등을 껐다. 어둠 속에서 하얀 촛불들이 예쁘게 타 올랐다. 드디어 주인공 할아버지를 들어오시라고 했다.

아버지! 일흔 세 번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깜짝 이벤트...현관에 들어서시는 부모님...
▲ 아버지의 생신 아버지! 일흔 세 번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깜짝 이벤트...현관에 들어서시는 부모님...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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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조카들이 폭죽을 터뜨렸고, 박수와 함께 모든 가족이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면서 전등불이 들어왔다. 아버지가 케잌의 불을 후~하고 숨을 내뱉어 끄자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조카들은 신속하게 후 후~ 급한 숨을 내뱉으며 길게 켜진 촛불들을 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는 ‘많이 해 본 솜씨야!’하며 한바탕 웃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케이크을 잘랐다. 조카들은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씽씽 소리가 날 정도로 잽싸게 나와서 준비한 선물과 함께 편지를 할아버지한테 드렸다. 아버지는 손자, 손녀가 쓴 편지들을 읽기 시작하자, 극성맞은 딸들이 옆에 들러붙어 함께 읽었고, 온 가족들은 마치 동화 구연하는 시간이라도 되는 듯 낭독하는 편지에 즐거이 귀를 기울였다. 손녀들이 쓴 편지를 읽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케잌을 자르고 계시는 부모님...
▲ 아버지의 생신 케잌을 자르고 계시는 부모님...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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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멋지고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께’
우리 할아버지~ ♥♥
할아버지, 언제나 미소가 아름다우신 우리 할아버지, 자나깨나 자식 손자, 손녀 생각에 항상 웃음기가 어려계신 우리 할아버지, 늘 건강해라, 행복해라, 주님의 자녀가 되어라 하시는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 일등 손녀 혜연이가 제일 최고로 사랑하는 우리 할아버지, 제일 존경하는 우리 할아버지, 늘 주님 곁에 계신 우리 할아버지! 생신, 넘 너무 축하드려요. 할아버지의 미소로 늘 힘내는 우리가족 ♥ 자비로우신 우리 할아버지의 생신 날, 이렇게 가족이 한데 모였네요.♥♥ 늘 건강하시고, 굳건하시고, 행복하시고, 삶을 즐기시고, 사랑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용 ♥♥ㅋㅋ -최고짱 손녀 혜연 드림."

중학생인 조카 혜연이의 깜짝 편지는 생일축하 선물을 준비해왔지만 편지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었는데, 여기 와서 짧은 시간 안에 어린 조카들의 크레파스와 색지 등을 빌려서 만든 편지였다. 조카 서연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쓴 편지는 또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썼는지 할아버지를 또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생신날을 맞아 모처럼 모인 가족들은 이 밤 내내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손녀의 편지...
▲ 아버지의 생신 손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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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구연 하듯 손녀들의 편지를 읽으시는 아버지...
▲ 아버지의 생신 동화구연 하듯 손녀들의 편지를 읽으시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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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사는 것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멀리서, 가까운데 가족이란 게 있어 좋지 아니한가. 겨울밤도 깊어가고 또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동생내외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 새벽까지 엄마랑 이야기하고 있다가 나는 늦게 잠이 들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하시는 부모님은 늘 자식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신다.

자식생각이 곧 기도가 되시는 어머니, 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남은 생애가 되시길 늘 부족한 딸이 기도합니다.


태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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