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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유족동지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유족동지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김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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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 44년이 지난 2004년에서야 아버지가 북한에서 돌아가셨다는 전사통지서를 받았다. 이젠 1인 시위를 벌여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김연희(62)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부친의 생사를 44년 동안 알지 못했다. 지난 2004년 전사통지서 한 장 받고서야 부친이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하다가 사망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나도 이제 당뇨와 고혈압 합병증이 있어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다, 죽고 나면 누가 내 아버지 유골을 찾으려 하겠느냐"며 흐느꼈다.

이처럼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가족을 둔 사람들이 국가보훈처를 비난하며 국가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44년 동안 아버지 생사 몰랐는데..."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유족동지회(이하 유족동지회)'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훈처의 행정처리와 예산집행에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국가유공자증서를 3회에 걸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동지회는 "보훈처가 북파공작원들 유가족들을 배제하고 일부 군인 출신들 모임인 특수임무수행자회만 지원하고 있다"며 "보훈처의 잘못된 처신으로 빛좋은 개살구가 돼버린 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우리는 2007년에 보훈처에게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는데, 보훈처는 5000만원을 지원했다는 자료를 <오마이뉴스>에 넘겼다"며 "결국 돈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으니 조사를 통해 횡령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동지회가 이렇게 발끈하고 나선 건 오랫동안 쌓여온 보훈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동안 보훈처는 북파공작원 단체 중 군 출신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특수임무수행자회만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유족동지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유족동지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김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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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임무수행자회는 지난 2008년 6월 촛불정국 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갑자기 대규모 희생자 추모행사를 강행해 의도적으로 촛불집회를 방해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그 해 7월에는 이 단체 오복섭 사무총장이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 난입해 당 관계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가보훈처는 특수임무수행자회에게 2008년 69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인건비·사무비·활동비 등 운영지원 명목으로 각각 9억5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게다가 현재 정부와 여당은 특수임무수행자회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에 나서고 있다. 특수임무수행자회는 2008년 촛불정국 때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지부에 거는 등 친정부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보훈처, 희생된 국가유공자 버리고 힘에 굴복"

하지만 유족동지회에 대한 보훈처의 지원은 없다. 유족동지회는 80년대 이전에 민간인 출신으로 국내에서 비밀 훈련을 받고 북파돼 공작활동을 벌이다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과 생존 공작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하태준 유족동지회 회장은 "진짜 북한에 투입돼 활동하다가 사망한 공작원 가족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놓고 그에 대한 예우는 하나도 없다"며 "결국 보훈처가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힘의 논리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족동지회 쪽이 가슴을 치는 건 단지 '지원금 0원'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보훈처의 행정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하 회장은 "보훈처는 2006년 5월 유족동지회를 사단법인으로 허가했는데도, 2008년 1월 다시 특수임무수행자회를 공법단체로 허가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보훈처의 '이중 플레이' 때문에 단체간 반목이 생겼다는 게 하 회장의 주장이다.

이날에만 유족동지회는 국가에 반납하기 위해 국가유공자증서와 사망통지서 40여 장을 모았다. 이들은 "보훈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3차례에 걸쳐 모든 유공자증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동지회 회원 중 100여 명이 유공자증서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훈처는 "우리는 오래 전부터 북파공작원 단체의 통합을 주문해 왔고 특수임무수행자회를 대표 단체로 인정한다"며 "유족동지회는 특수임무수행자회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훈처는 "2007년 특수임무수행자회 통합설립위원회에 분명히 5000만원을 지원했다"며 예산 횡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현재까지 북파공작원 중 8000여 명이 공작 활동을 벌이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특수임무수행자회, #국가보훈처, #HID, #유족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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