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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은 지 한 주일이 후딱 지났네. 어때? 방학 잘 보내고 있나? 다들 좋은 결심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지난해 3월, 너희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마냥 개구쟁이로 어려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몸집도 훌쩍 자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챙겨보는 마음도 한결 야무졌다.

 

생각해 보면 함께 했던 지난 일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숱한 일들 속에서 우린 다 다르게 행동했지만 결국은 하나였다. 역시 우리는 다 다른 생각으로 섰을 때가 더 돋보이나 보다.

 

 

얘들아,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그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마음을 나눴고, 믿음 또한 크게 키웠다. 감사할 일이다.  담임으로서 나는 보람에 겹다.

 

항상 좋은 눈으로 다부지게 행동하고, 올곧게 생각할 줄 아는 너희가 자랑스럽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알뜰하게 책을 읽어줘서 고맙다. 책을 통해서 만나는 세상은 너희들이 살아가는데 든든한 믿음이 된다. 때문에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너흰 그런 나의 닦달로 꽤 힘들었지?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다른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지식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맛난 음식을 장만한다고 해도 갖은 양념과 정성을 곁들여야한다. 정성이 담겨 있지 않는 음식에는 젓가락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1년 동안 숱하게 많은 책을 만났다. 너른 마음의 밭을 일궜다.  

 

하지만 얘들아,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난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하지만, 이제 보니 소홀했던 게 많아 후회 남는 게 한둘 아니다. 평소 여러 일들로 쓸데없이 곁가지가 많았던 탓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내일하며 미뤘던 탓에 좋잖은 결실만 줄줄이 얻었다.

 

 

그렇지만 당장에 눈앞의 잇속에만 얽매이지 않았다. 비록 얻은 것은 적지만 내게 필요한 것을 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만족한다. 너흰 어떠니?

 

배움에는 나잇살 따질 게 없다. 그래서 배운 것은 행복한 일이다. 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는 나의 믿음은 확실하다. 그게 너희들이 내게서 본받아야할 태도다. 난 크게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너희들은 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나는 담임이란 의무감보다 신실한 마음으로 너희들을 만났다. 친구처럼 동네 아저씨같이 어울렸다. 애써 책을 읽고, 차별 없이 대하며, 조그만 것 하나도 메모하는 내 모습을 담고 있을 테지.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1년이란 시간은 짧은 시간이다. 그렇지만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으로 함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짬짬이 너희들을 다그쳤던 것은 모두 너희들을 한껏 품어 안고 싶었던 내 욕심이었다. 너희는 돌배가 아니라 참배였다.

 

그런데도 아직 몇몇은 미꾸라지처럼 내 품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생각해 보렴. 세상 모든 일들은 마땅한 때가 있다. 하릴없는데 마음을 풀어놓으면 시간은 금방 지난다. 때늦은 후회로 가슴을 턱턱 쳐야할 때가 있다. 정녕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얘들아, 처음 결심한 일을 끝까지 몸에 지니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잡념에 끌리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고 한 가지 일을 이뤄내려면 그 밖의 다른 일을 생각지 말아야 한다. 늘 처음처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사로운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나 훑어보아야 할 일은 욕심내어 챙기고, 버릴 것은 처음부터 깡그리 버려야 한다. 결심은 늦어도 실행은 빨라야 한다. 

 

 

 

그러나 새해에는 새로운 다짐을 하겠다는 너희들을 믿고 싶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렴. 조그만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조급하게 서둘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너희들은 긴 인생의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출발점에 선 선수들이다. 좋은 결심 다부지게 챙겨.

 

 

조그만 것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아느냐? 높이 나는 새가 더 먼 곳은 보고, 산 정상을 오른 자만이 더 넓은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을 나온 이상 앞으로 나가느냐 가라앉느냐 둘 중의 하나다. 보다 너른 그릇을 가지자.

 

우리는 참 좋은 인연으로 만났다. 사랑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방학 알뜰하게 잘 보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부곡초, #만남, #인연,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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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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