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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폐지줍는 노인 불황으로 폐지값이 떨어져 그나마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단돈 1만원 정도다.
▲ 지하철 폐지줍는 노인 불황으로 폐지값이 떨어져 그나마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단돈 1만원 정도다.
ⓒ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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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시간이나 저녁 퇴근시간대에 지하철 입구 곳곳에 놓여져 있는 무가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무가지를 뉴스나 정보를 얻기 위해 가져가지만, 생계를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무가지를 줍는 노인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어제 지하철을 타고가다가 붐비는 지하철 객실안에서 나이가 환갑을 훨씬 넘어 보이는 분이 폐지를 가득 실은 간이수레를 밀고 들어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레를 구석에 세워둔 채 선반위를 연신 쳐다보며 무가지를 수거하였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찾는양 지하철 객실안을 빠른 눈으로 훓고 지나가면서 무가지나 보고 버린 신문만을 골라 높이 쌓아올려진 폐지위에 놓은후 다시 그 수레를 끌고 다음 객실로 이동하였습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연명하는 노인들 문제는 그동안 신문과 방송에서 몇 번 봤지만 막상 폐지를 모으는 노인을 직접 뵈니 너무 안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몇 정거장을 더 가서 목적지에 내렸는데, 아까 객실안에서 무가지를 줍던 그 노인분도 수레를 끌고 내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수레를 끌고 역 구석으로 가더니 폐지를 꽁꽁 묶으며 정리합니다. 수레에 폐지가 가득차 이젠 밖으로 나갈 모양입니다.

약속 시간이 여유가 있어 그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힘드시지 않으세요?" 낯선 사람의 질문에 노인은 경계의 눈빛 하나 보이지 않고 서글서글 웃으시며 인사를 받아줍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그래서 제가 "저희 아버님 연세랑 비슷하시네요. 요즘 폐지는 많나요?" 하니 할아버지는 연신 웃음을 띄며 말씀을 하십니다. "많이 줄었어요. 폐지값도 떨어지고... 그래도 일을 해야 먹고 살죠" 예전만큼 수입이 줄었다는 것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돌려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삶의 고단함이 묻어났지만, 마음만은 고단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지하철 간이매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드리니 고맙다며,  의자에 앉아 빵을 드십니다. 아침도 못 드셨는지 할아버지는 빵과 음료수를 단숨에 드셨습니다. 빵을 드시는 동안 왜 폐지를 주으며 힘들게 살아가시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잠시 듣고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혼후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이 잠시 맡아 키워달라고 한 중학교 1학년 손녀딸과 중풍으로 거동이 힘든 할머니와 힘겹게 성남 단대동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큰 아들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다니며 아직 장가도 들지 않은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큰 아들이 가끔씩 보태주는 생활비와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노령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서 폐지 수입을 보태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데, 요즘은 폐지도 많이 줄고, 값도 형편 없이 떨어져 힘들다고 합니다.

경기불황으로 폐지값은 지난해 여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1kg에 200원까지 나갔으니 요즘은 kg당 30~50원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나마 고물상에도 폐지가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값도 그날 그날 다르게 쳐준다고 합니다. 폐지값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불황으로 제지업체의 폐지 수요가 줄다보니 고물상엔 폐지가 넘쳐나고, 값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노구를 이끌고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도 1만원 버는게 고작입니다. 예전에는 하루 3~4만원 정도 벌었는데, 최근 지하철에 수거함이 생기면서 무가지를 두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수거함이나 쓰레기통까지 뒤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 할아버지는 원래 리어카를 끌고 파지 수거를 하다가 겨울철이 되면서 지하철로 폐지수거 장소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생계형 폐지 수거 노인의 모습을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폐지를 모으러 수레를 끌고 객실에 다닐 때마다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창피하긴 해도 먻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폐지수거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불편하고 좁은 지하철 객실에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짜증 섞인 눈으로 보는 승객들을 볼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어쩌면 폐지를 수거하면서 드는 노동의 힘겨움보다 사회의 냉철한 시선이 이 할아버지에겐 더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객실에서 처음 뵈었을 때 사진을 한장 찍자 할아버지는, "찍기는 찍되 남사스러우면 안되니 얼굴은 좀 가려줘요!" 하시는 것으로 봐서 보통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분이 어쩌다 폐지를 줍게 되었는지 몰라도, 그 일을 할아버지는 절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셨습니다. 오히려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처음에 이상하게 본 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폐지수레를 밀고 다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승객들에게조차 미안한 감정을 갖고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지금 여의도에서 난투극을 벌였던 국회의원 나리들보다 훨씬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건강하셔야 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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