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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녹색뉴딜' 정책 가운데 하나로 발표한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망 계획도. 총 길이가 3114km다. 남해안이 1652km로 가장 길며 동해안(634km), 서해안(345km), 접경지역(280km). 수도권(203km) 순이다. 4대강살리기 프로젝트(자전거길)는 1297km다.
 정부가 '녹색뉴딜' 정책 가운데 하나로 발표한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망 계획도. 총 길이가 3114km다. 남해안이 1652km로 가장 길며 동해안(634km), 서해안(345km), 접경지역(280km). 수도권(203km) 순이다. 4대강살리기 프로젝트(자전거길)는 1297km다.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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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지상파 저녁 9시뉴스를 봤다. 대한민국 지도가 펼쳐지면서 해안선을 따라 선이 그려진다. 전국 자전거길을 만든단다.

오호. 감탄할 새도 없이 2탄이 이어진다. 한강, 낙동강, 금강 등 큰 강 옆에도 자전거길을 만들어 내륙 쪽으로 잇는다는 내용이다. 전국 어디든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게 한다는 꿈의 자전거길 건설 계획.

총 50조가 들어가는 녹색뉴딜 계획 가운데 자전거길이 당당히 중요한 한 자리를 꿰찼다.

벌써 가슴이 온갖 계획으로 부푼다. 지금껏 자전거를 타고 여러 차례 여행을 했었다. 서울에서 전남 강진까지 간 것을 비롯해, 제주도와 남해안 여행을 여러 차례 했었다. 지지난해엔 서울에서 경남 거창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앞으로 주말이나 휴가철이 되면 자전거 타고 다닐 생각에 벌써부터 숨이 가쁘다.

그런데, 다음 순간 숨이 막힌다. 예산이 '1조2456억원'이다. 허걱. 왜, 저렇게 많이 들어야 하지?

자전거 타고 전국 여행, 한가한 길이 저리 많은데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남해까지 가면서 자동차 매연 걱정 없이 다녔다. 한가한 지방도나 해안도로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남해까지 가면서 자동차 매연 걱정 없이 다녔다. 한가한 지방도나 해안도로가 많았기 때문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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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경남 남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다닌 길은 대부분 지방도와 이름없는 해안도로.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넓은 길을 세 낸 것처럼 다녔다. 지지난해 서울서 경남 거창 갈 때도 마찬가지. 추석을 맞아 고속도로엔 자동차가 밀린다는 뉴스가 이어졌지만 내가 달린 지방도와 2차선 국도에선 자동차를 보기 힘들었다.

이런 몇 차례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는 전국엔 노는 길이 많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흙길, 둑방길 등 비포장길 중에서도 자전거가 달릴 만한 길이 많다. 이런 길을 잇고 이어서 자전거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부산-남해 여행은 그 생각을 확인하고자 함이었고,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전국 큰 강과 지류를 여러 해 동안 다니며 자전거지도를 만들어온 오수보 '자전거21' 사무총장도 이미 있는 길을 이용해서 충분히 자전거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 천국인 유럽에서 이미 하고 있는 '유로벨로'(유럽 전역 자전거 교통망)를 참고해 '코리아벨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유로벨로는 한갓진 길과 비포장길을 잇고 이어서 거대한 자전거길을 만들었다.

자전거 전문가인 김종석 대구자전거타기운동연합본부장 또한 돈 들이는 자전거길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전국 자전거도로망을 만들 때 "솔직히 안내판과 지도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도로에 중복투자를 한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MBC 보도에 따르면 하루 4만3천대 차가 다닐 것으로 예측한 3번 국도 이화령 터널 구간은 하루 8천대에 불과했고, 옆에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통행량은 2800대로 크게 줄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1월 과다책정된 도로예산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어디에 돈이 들어가는지 내역을 살펴봤다. 킬로미터(Km)당 4억원이 들어간다고 돼 있다. 자전거도로 총길이는 3114km다. km당 4억원이라면 모든 도로를 투수콘 등 특수포장도로로 만든다는 뜻이다.

자전거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또 하나는 자전거급행도로 시범사업이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은 전자 예산이다. 12년까지 4년 동안 4980억원이 들어가며, 이후 집행까지 포함한 예산이 1조가 넘는다. 자전거급행도로에 대해서는 3000억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으며 확정은 아니다.

순간 3년 전 기억이 데자뷰된다. 2006년 행정자치부는 서울 행주대교에서 서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연결하는 해안일주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총사업비는 7800억원(추정)이었다. 1218km에 이르는 길을 당시 2010년까지 4년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차, 정부는 당시 비판을 받으며 책상 속에 밀어넣었던 계획서를 살짝 제목만 바꾼 채 내놓았단 말인가.

자전거 레저정책 잘못 시인했던 정부, 다시 과거로 돌아가나

 2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자전거 커뮤니티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트에서도 이번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2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자전거 커뮤니티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트에서도 이번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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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자전거길이 만들어지면, 나는 가장 많이 이용할 사람으로, 큰 수혜자가 될 사람임이 분명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제발"이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정부는 그동안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 자전거 정책이 '레저'로 흘렀다면서 여러 차례 잘못을 시인했다. 이후 자전거를 녹색교통 중심에 세우기 위해 '도로 다이어트', '자전거 전용 주차장', '대중교통 연계 방안' 등을 내놨다.

이번 안은 아무래도 자전거를 다시 레저로 돌려놓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레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거다. 지금 도움이 절실한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올해 보육예산은 1조7000억원 가량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들어가는 돈은 3000억원 수준. 장애수당은 420억원에 불과하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절실한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은 1112억원이다. 우리나라 복지예산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2006년 기준)

자전거를 좋아하지만, 자전거길이 이들 분야에 비해서 앞서야 한다고 감히 말할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가진 근본 정신에 이번 '대규모 토목사업'은 어긋난다. 길을 내기 위해서 수많은 비포장길이 포장길로 바뀔 것이다. 자연에 가장 상처를 적게 입히는 자전거 입장에서 이번 사업은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 될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를 강조하면서 수많은 자동차들이 시설을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모습 또한 아무래도 어색하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에서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전거길은 어울리지 않는다.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자전거는 5km 이내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 도심에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쓰면서 우리 생활문화를 바꾸고, 도심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게 자전거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해서 부탁하고 싶다. 자전거길을 자전거다운 방식으로 만들어달라고. 가능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있는 자원을 쓰며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 달라고 말이다. 더불어 자전거가 '느림'을 뜻한다는 떠올리면서 어떻게 '천천히 더불어' 갈 수 있는지 고민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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