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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새해 해맞이는 차 막힌다는 핑계로 서울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에서 청량산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본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초에는 직장 사진동호회원 8명이 작당을 하고 일출도 볼겸 동해안 출사를 가자고 합의했다. 1월 2일(금요일) 저녁 9시에 송파구청 주차장에서 만나 승합차로 밤길을 달려 일출로 유명한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옵바위(장군바위)가 있는 해변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해변가 모텔에 방을 정하고 새벽 6시반에 일어나 오메가 형태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다. 역시 오메가 구경은 하지 못했어도 파도가 높은 상태의 일출이 제법 장엄하였다.

 

일출 촬영이 끝나자 우리의 관심사는 사진보다는 "주문진항에 황복이 제철이어서 매우 싸다"는 TV프로를 봤다는 한 회원의 이야기였다. 우리 입장에서 복회는 너무나 귀한 고급음식인 관계로 먹을 기회가 흔치는 않다. 본인도 한 번 밖에 먹어본 기억이 없다. 싸다는 말에 점심은 주문진항에 가서 황복회를 먹어보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아침식사는 설악동 부근에서 순두부로 간단히 때우고,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 학사평 저수지 뚝으로 이동하여 저수지와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시간을 가졌으나 날씨가 춥다. 주문진 가서 황복 먹을 생각에 모두 빨리 이동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서둘러 주문진 항에 들어가 함지박 등에 살아 있는 생선을 파는 노점거리에 들어서니 토실한 황복이 너무나 많이 나와 있다.  

 

벌써 소주 생각이 난다. 살아있는 황복이 kg당 1만5천원이란다(주중에는 더 싸단다). 인원이 8명이니 5kg이면 실컷 먹을 것이라 해서 7만5천원에 5kg을 사서 회를 떴다. 마리당 2천원씩, 12마리에 2만4천원을 추가 지출하였다.

 

복은 독성이 있는 생선이다. 회 뜨시는 할머니에게 복회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물었더니 "수십년 경력이 자격증입니다"라며 회를 떠주신다. 너무나 싱싱한 복회를 먹을 마음에 개의치 않고 할머니의 안내를 따라 옆에 있는 오래된 가옥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회를 먹고 매운탕을 끓여주는데 한냄비에 1만원씩 2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자연산 활어 황복회 5kg회 뜨고 매운탕 끓이는 데 총 11만9천원이 든 셈이다.

 

소주 한잔 들이킨다. 미나리 등과 함께 씹히는 맛이 약간은 쫀득쫀득하면서도 살살 녹는 듯하다. 무엇보다 일식집 한지처럼 얇게 떠놓은 회를 맛보다가 두툼하게 떠놓은 것을 보니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8명 회원이 회만 가지고도 배가 충분히 부를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난 후 뼈 등으로 매운탕을 끓여 놓으니 이 맛 또한 시원하기 그지 없다.

 

결국은 1인당 1만5천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살아서 펄떡거리는 황복회를 실컷 먹은 셈이다. 사진동호회원 모두가 회비 지출이 좀 과다하기는 했지만 출사 나와서 비싸고 맛있는 황복회를 포식하긴 이번이 처음이란다. 서울에 돌아와 가락동에 있는 D복국집 홈피에 들어가 복회가격을 알아 봤더니 1kg에 15만원이란다. 얼마나 싸게, 싱싱한 황복회를 포식한 것인가? 금년에는 뭔가 좋은 일만 있을 듯하다.


태그:#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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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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