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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겨울 여행을 했다. 카메라만 달랑 어깨에 맸다. 오늘은 어떤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을까? 그것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가득한 잡념을 지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미와 병아리들 자연 부화된 병아리들이 어미의 보살핌 속에 모이를 먹고 있다.
▲ 어미와 병아리들 자연 부화된 병아리들이 어미의 보살핌 속에 모이를 먹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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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논산 탑정 저수지로 향했다. 자주 가는 식당 앞에 주차를 했다. 주인 아줌마가 반갑게 맞는다. 순간 어미 닭과 병아리 일곱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횡단한다. 내 카메라도 분주하다. 내 사정을 알아차린 아줌마가 닭 모이 한 줌을 마당에 뿌린다. 모이 부근에 모여든 엄마 닭이랑 병아리 일곱 마리. 연속 촬영한다. 귀엽다.

"저 어미 닭도 계란에서 나와서 큰 거유. 지가 알을 낳아서 열 마리를 부화시켰쥬. 아, 마당 개를 잠시 풀어놨더니 병아리 세 마리를 잡아먹고 지금을 일곱 마리여유. 제법 잘 크고 있쥬?"

식당 아줌마가 싱글벙글 유래담을 들려준다. 갑자기 드는 생각, '올해가 닭띠 해였다면 이 사진을 멋지게 활용할 수 있을 텐데…', 그냥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잠시 후 잔반을 실은 트럭이 마당에 도착한다. 주인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내려 볼 일을 보러 간 사이 어미 닭들이 잔반 통 테두리에 올라 시식을 한다. 장닭 한 마리가 근엄하게 노려본다. 아마도 저 병아리들 아빠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은 '가족'이리라. 암탉, 장닭, 병아리들 모두 건강한 가족으로 잘 자라길 바란다. 


소띠인 나는 소해를 맞아 그냥 걷기로 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뚜벅뚜벅 소걸음 흉내 내며 이곳저곳을 걸었다. 아침인데도 녹지 않은 서리가 바위와 나무를 휘덮고 있다. 만약에 내가 나무나 바위라면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입고 있는 두꺼운 옷만으로도 행복하다.

서리 나무에 서리가 내렸다.
▲ 서리 나무에 서리가 내렸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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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 들고양이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다.
▲ 검은고양이 들고양이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한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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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걷다가 검은고양이를 만난다. 인적 드문 곳에서 그리움이 깊었을까? 녀석은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 눈빛이 하도 강렬하여 눈싸움을 하기로 한다. 이길 이유가 없는 싸움이다. 발걸음을 옮긴다.

시선을 상중하로 두기로 한다. 먼저 위. 고염나무에 매달린 고염이 쭈글쭈글 잘 익은 얼굴로 반긴다. 어릴 적 아버지는 감이랑 고염을 접붙여서 단감을 만드셨다. 가신 지 스무 해. 아버지의 어진 얼굴이 떠오른다. 절대 울지 않기로 했다.

고염나무 잘 견디고 있다.
▲ 고염나무 잘 견디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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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의문 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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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내려 중간에서 멈춘다. 돌멩이를 사이에 두고 잘 자란 감나무가 경이롭다. 오랜 세월 넝쿨에 휘감겼다 패인 몸둥이를 드러낸 나무 또한 시선을 머물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광경은 불리한 역경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이다"고 체 게바라가 말했다. 공감한다.

흑염소 여섯 마리가 누군가에 의해 방목중이다. 경계심 많은 녀석들이 산 속으로 줄행랑을 친다. 그래, 내 존재가 가장 초라할 때다. 내 뜻에 상관없이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사람이 있다. 새해에는 그런 아픔이 사라지기를….

흑염소 방목 중이다. 우선 보기에 자유롭다.
▲ 흑염소 방목 중이다. 우선 보기에 자유롭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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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엔 겨울이 한창이다. 얼고 녹는 일을 반복한 듯 웅덩이 얼음이 세 겹으로 얼었다. 피라미 몇 마리가 잽싸게 몸을 내놨다 숨긴다. 그들은 얼음 속에서 하염없이 장엄하다.

얼음 계곡에 고인 물이 얼고 있다.
▲ 얼음 계곡에 고인 물이 얼고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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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얼음 고인 물은 언다.
▲ 계곡 얼음 고인 물은 언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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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공든 탑이 무너지랴!
▲ 돌탑 공든 탑이 무너지랴!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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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이었을까? 돌탑 하나가 시선을 머물게 한다. 선생 노릇 20년을 넘기며 터득한 진리 하나!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올해는 고3 담임이다. 인성이든 학력이든 무너지지 않게 잘 쌓아야 한다.

멀리 저수지 얼음 위에 새떼들이 앉아 있다. 망원렌즈 없이 표준렌즈로 당겨본다. 너무 멀다. 초점을 잡고 있는데 새떼들이 버스 경적에 놀라 일제히 비상한다. 나도 놀라 셔터를 누른다. 웬 횡재? 태어나 처음으로 포착해본 새떼 사진이다. 제각각 잘도 난다. 순간 그 지독하게 세뇌된 '경제'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대한민국 경제는 언제쯤 비상하려나?

비상 새떼들이 비상 중이다.
▲ 비상 새떼들이 비상 중이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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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겨울 여행. 그냥 홀로 걸었다. 여러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나 내 아픈 속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선생 노릇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이 나라 비틀어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 하지 않는다. 교육학 서적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입시경쟁교육 시스템, 그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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