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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인천의 명소 홍예문을 아십니까?

홍예문은 인천의 남북을 연결하고 자유공원이 자리한 웃터골 오포산 기슭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도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된 홍예문(虹霓門, 중구 송학동 2가 20번지외 4필지, 대한제국 시대)은 '무지개처럼 생긴 돌문'이라는 뜻으로, 일본 공병대가 각국 조계와 축연역, 만석동 일대를 잇기 위해 화강암을 높이 쌓아 1906년 착공해 1908년에 준공했습니다.

당시 일본 토목공법 및 재료에 대한 사료로서 원형 그대로 남아 있고, 그 모양새나 쓰임새가 아름답고 실용적이지만 이를 만든 배경에는 서글픈 일제침략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설계와 감독은 일본이 맡았고 유명한 중국의 석수장이들이 공사에 참여했는데, 토역과 잡일은 기술도 없고 돈도 없는 조선의 노동자들이 맡았다 합니다. 공사를 위해 일본은 땅속의 암반이 계속 나오도록 흙을 파냈는데 주위가 낭떠러지로 변해 파낸 흙을 실어 나르던 50여명의 인부들이 흙더미와 함께 떨어져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도 일어났습니다. 이렇듯 공사에 어려움이 닥치자 일본인들은 불어나는 공사비를 조선에 떠넘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치욕의 역사속에서 조선인들의 애환과 고된 노동으로 만들어진 홍예문을, 자전거를 타고 어둠이 내려앉은 뒤 찾았습니다. 예전부터 홍예문과 자유공원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연인들에게 훌륭한 데이트 코스였고 야경 또한 멋졌기 때문입니다.(참고로 저는 자유공원 아래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J고..)

한적한 신포시장과 휘황찬란한 불빛과 상가들이 많이 사라진 신포동거리를 빠져나와, 인성여중·여고 옆과 마주한 오르막길로 나아갔습니다. 그곳으로 오르면 바로 홍예문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교실의 불은 환히 밝혀져 있었고, 학교 앞 매점에서 우르르 나와 하교하는 여학생 무리도 보였습니다.

신포동에서 홍예문으로 오르는 길
 신포동에서 홍예문으로 오르는 길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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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여고....동인천역에서 홍예문까지 오르는 길에서 여고생들과 매일같이 마주쳤었다.
 인성여고....동인천역에서 홍예문까지 오르는 길에서 여고생들과 매일같이 마주쳤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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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매점이 그자리 그대로
 학교 앞 매점이 그자리 그대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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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끌고 오르막 끝에 이르니 노란 가로등 불빛에 휩싸인 계단과 홍예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홍예문은 본래 모습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살펴봤더니, 인천 중구청에서 '홍예문 주변환경정비 공사'를 위해 가림막을 설치해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만에 홍예문의 야경에 취해보려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홍예문 주변환경정비 공사 중이었다.
 홍예문 주변환경정비 공사 중이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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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문 주위가 가림막으로 덮혀있었다.
 홍예문 주위가 가림막으로 덮혀있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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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만이라도 '차없는 거리'로 안되겠니??

어쩔 수 없이 비좁은 길을 따라 홍예문을 통과해 동인천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공사중이라지만 통행하기가 정말 불편했습니다.

공사전에는 그나마 양옆에 보행자를 위한 좁은 통로가 있었는데, 그것마저 없다보니 하교하는 여고생들은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 불빛에 흠칫 놀라 가림막으로 바짝 붙어 서야 했습니다. 여고생들뿐만 아니라 저도 자전거를 끌고 홍예문을 통과할 때 눈부신 전조등을 밝힌 여러대의 자동차를 피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차량이 양쪽에서 오나 안 오나를 확인한 뒤에야 홍예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학생들의 통학길을 위협하는 차량들의 소통을 적절히 통제하거나, 안전장치나 보행로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문화재 정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홍예문을 오가는데, 이들을 위해서 이 구간을 공사기간 만이라도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가뜩이나 비좁은 홍예문으로 차량들이 내달린다. 그 사이를 학생들이 오간다.
 가뜩이나 비좁은 홍예문으로 차량들이 내달린다. 그 사이를 학생들이 오간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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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끌고 지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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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불빛이 사라진 뒤에야 자전거를 끌고 재빨리 홍예문을 통과했다.
 차량불빛이 사라진 뒤에야 자전거를 끌고 재빨리 홍예문을 통과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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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문을 나오자 뒤이어 차량들이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홍예문을 나오자 뒤이어 차량들이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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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불빛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차량 불빛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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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맞은 홍예문을 제대로 구경조차 못했다.
 밤을 맞은 홍예문을 제대로 구경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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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이 정말 불편하다.
 통행이 정말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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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예문, #통학, #보행로, #차없는거리,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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