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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관련법을 '7대 언론악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방송사 노조의 경우 1999년 통합 방송법 제정을 앞두고 실시한 총파업 이후 9년 만이며 언론노조 차원으로는 첫 파업이다.

 

언론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을 할 만큼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언론 구성원들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에 무너진다면 정론직필은 고사하고,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는 초라한 자신들 모습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굴욕인 것이다.

 

정론직필이 아니라 권력에 굴종하라는 것은 제대로 된 기자와 언론이라면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지금 언론종사자들에게 이 굴종을 강요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겸업은 세계적인 추세다, 일자리 창출,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 언론 장악 시도가 아니라는 온갖 감언이설로 여론을 왜곡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변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가 있다. 이번 언론관련법안을 주도한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그 동안 했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언론 7대 악법에 대하여 가장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MBC는 지난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 바꾸기를 보도했다.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정병국 의원은 지난 해 대선 직후인 2007년 12월 26일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론이 독과점으로 가서는 저는 안된다고 보거든요. 지상파 자체도 지금 독과점이라고 해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같이 겸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2007년 12월 26일이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일주일만이다. 일년만에 지상파가 독과점에서 벗어났는지 묻고 싶다. 재벌이 방송을 소유하면 경제를 모르는 사람도 독과점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불과 1년 전에는 '신문과 방송은 겸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1년 동안 촛불과 경제위기 때문에 방송 환경이 변해 신문도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말인가? 변한 것이 분명 있다. 여론 통제가 더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언론관련법을 대표 발의한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뉴스데스크>는 나경원 의원이 지난 지난 9월 1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신문에 케이블의 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하는 것이지 지상파 방송 참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신문도 방송에 진입하게 함으로서, 뭐 방송에 진입한다고 해서 지상파까지 열겠다, 우리가 그런 입장은 아니지만..."(나경원)

 

케이블 방송을 종합편성할 뿐 지상파까지 신문이 진입한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나경원 의원은 지난 12월 3일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및 종합편성·보도채널 진출이 가능하도록,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한 신문법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방송법 개정안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방송' '현대방송' '조중동방송'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조중동 방송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 신문 점유율를 보면 알 수 있다. 신문이 방송까지 겸업할 수 있다고 할 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신문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을까? 소유할 수 없음을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더 잘 알 것이다.

 

아무리 정치인들 말 바꾸기가 '조변석개'라지만 대한민국 언론 미래를 결정하는 언론관련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 두 달만에 전혀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 바꾸기를 해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는가?

 

언론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 MBC 등 방송사의 파업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특정 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하는 것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했다.

 

언로노조 파업이 불법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1년과 두 달만에 말 바꾸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윤리적인 사람들이 아닌가? 민주국가 언론 미래를 말 바꾸기와 제대로된 공청회 한 번 하지 않고, '속도전' '전광석화' 같은 독재 국가나 쓸 수 있는 말을 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법치이며, 윤리적인 행위인가?

 

언론장악 시도 그만 두고 언론에게 정론직필을 허하라.


태그:#언론 7대악법, #정병국,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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