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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 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사회적 갈등을 무릅쓰고 한반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촛불 탄압, 언론 장악, 좌파 적출, 우파교과서 만들기 등. 이 때문에 독재로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오마이뉴스>는 그 전장을 진두지휘한 'MB의 남자들'을 집중 조명해봤다. <편집자말>

일제 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교사 7명이 한꺼번에 파면·해임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나서서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눈도 꿈쩍 않는다.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는 촛불이 밤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타오르고, 이들과 동료들은 풍찬노숙을 시작했다.

 

이보다 며칠 전인 12월 초, 인터넷 '파란닷컴'이 진행한 2008년 화재의 인물 베스트와 워스트 선정 투표에서는 압도적 표차로 이명박 대통령과 워스트 1위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4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대통령과 공 교육감 등이 모두 순위에서 사라지고 후보들은 모두 연예인들로 바뀌었다.

 

중간에 사라져버려 최종 순위는 알 수 없지만 중간 결과만으로도 MB와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누리꾼들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특히 워스트 상위 후보들이 대체로 정치인이거나 연예인들인데 유일하게 교육계 인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바로 공 교육감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7월말,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현수막을 앞세워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공 교육감은 취임 첫 행보로 청와대를 향했다. 그러고는 '왕에게 첩지를 받듯' "(국제중 등을) 소신껏 하라"고 들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공 교육감이 서울 시민의 민선 교육감임을 포기하고 관선 낙하산 교육감을 자처하고 나선 치욕스런 첫 순간이었다.

 

'공지사', 공정택을 지켜주는 사람들

 

이런 공 교육감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 교육감은 사설학원장, 전현직 교장, 사학 이사, 하나금융지주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것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이 가운데 난데없이 "대답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국회의원석에서 나왔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었다. 공 교육감이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자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리한 대답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도망갈 길을 알려준 것이다. 감사기관인 국회가 피감기관의 장을 싸고도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는 왜 구원투수를 자처했을까.

 

이뿐이 아니었다. 교과부 국감 마지막 날 하루 전인 10월 23일, 교과위는 공정택 교육감을 출석시켜 각종 의혹과 교과서 수정문제 등에 대한 확인감사를 24일에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 교육감은 갑자기 혈당 수치가 높아졌다며 병원에 입원, 국회에 출석이 어렵다는 통지문을 저녁에야 국회로 보냈다.

 

다시 국회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런데 공 교육감이 입원하기 며칠 전에 정진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통화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공정택 교육감의 입원이 청와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국제중의 운명이 결정되던 10월 마지막 날, 병원에 입원했던 공 교육감은 아침 일찍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했다. 그는 언제 아팠냐는 듯 일일이 시교육위원들을 만나 국제중 통과를 당부하고 다녔다. 이날 교육위원들과 접촉한 또 다른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대답하지 마세요" 파동의 주인공인 정두언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밤 교육위원에게 전화로 국제중 통과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불과 열흘 전에 거의 만장일치로 국제중 보류를 결정했던 서울시교육위가 이번에는 거의 만장일치로 국제중 설립을 통과시켰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공정택, 노무현 정부 계륵에서 이명박 정부 돌격대장으로

 

공정택 교육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사사건건 교육부와 마찰을 빚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제중 설립을 시도하였지만 정부에서 이를 반기지 않았다. 자립형 사립고 설립과 특목고 확대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7명의 교사를 파면·해임한 논리에 따르면, 그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수없이 '복종과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셈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 좌충우돌 '계륵'이었던 공정택 교육감은 청와대에 새 주인이 들어오면서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영어 몰입교육, 자율형 사립고 등 이른바 '학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등 MB의 교육 정책들은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의 빈익빈부익부에 대한 우려로 국민의 압도적 반대 여론이라는 큰 장애물을 만났다. 이때 이런 정책들을 밀어붙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공정택 교육감이다.

 

공정택 교육감은 서울시민을 비롯해 전국의 압도적인 국민이 반대하고 서울시교육위마저 보류했던 국제중 설립을 관철시켰다. 결국 좌초되긴 했지만, 농어촌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기숙형 공립고를 서울시내 한복판에 3개나 유치해냈다고 선전하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한 것도 그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자금을 받아 문제가 되었던 하나금융지주회사가 추진하는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 설립까지 서울시교육위에 동의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공정택 교육감 밀어붙이기가 절정에 달한 것은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문제와 현대사 강의, 그리고 전교조 때려잡기에서였다. 역사 교사 대부분이 문제없다고 하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하루아침에 빨갱이 좌편향 교과서로 만들어 버리더니, 현대사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는 우익 강사들로 구성된 현대사 강의를 들으라고 서울시내 고등학교를 윽박질러 이를 관철시켰다.

 

여기에 전교조 사무실 철수 요구, 단체협약 일방 해지, 그리고 7명의 교사 파면·해임에 이르기까지 전교조에 대한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수많은 부정 의혹엔 버티기, 뭘 믿기에?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7.30 교육감 선거에서 수많은 부정의혹을 샀다.

 

교육감의 선거자금 문제임에도 국감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재정담당자가 답변을 해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샀다. 하지만 검찰은 교육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다. 돈을 준 사람이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고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도, 검찰은 빌려준 돈이라고 면죄부를 만들어 주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검찰이다.

 

전교조는 지부와 지회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면서 학원총연합회나 사학재단연합회는 물론, 공정택 선거사무실에 대한 영장청구도 하지 않다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선거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을 뿐이다. 선거 끝난 지가 언젠데, 지금까지 선거사무실을 유지하거나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까.

 

선거 과정에서 부정은 이뿐이 아니다. 공정택 교육감은 UN 산하기관에서 수여한다는 교육노벨상을 받았다고 공보물 등을 통해 홍보했지만 허위과장광고로 드러났다. 수업하는 초등학생들을 데려다가 홍보사진을 찍고 이것을 선거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대충 넘어갔다. 수십명 교장단들의 저녁 식사자리에 갔다가 언론사 카메라가 나타나자 꽁무니를 뺀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 소식이 없다.

 

선거 과정에서만이 아니다. 공 교육감의 친인척이 서울시교육청 직속인 서울국제고의 수억 원짜리 공사를 수주한 것에 대한 의혹도 그냥 넘어갔다. 공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친인척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발뺌했지만, 안민석 의원은 족보박물관에서 복사해온 공씨 집안 족보까지 들이대며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뿐이었다. 

 

그 이후에는 부인의 지인 명의 차명 계좌로 4~5억의 뭉칫돈이 거래된 것이 확인되었지만 이것도 어찌되었는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국감 때는 검찰 고발 사건이라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청문회가 요구될 때는 곧 검찰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끝내 청문회를 무산시켰다.

 

 

생존 전략 : MB 입맛에 맞게, 더 세게

 

그런데 공 교육감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걸까. 이번 교육감의 임기가 2년도 안 되고, 75세 고령인지라 교육감을 한 번 더 하겠다고 나설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왜 이리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먼저, 공정택 교육감의 철학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공 교육감이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맞기 때문에 밀어붙이기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거센 반대를 고려하면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오히려 공 교육감의 선거 부정에 대한 의혹 제기와 밀어붙이기 시기가 대략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지난 12월 15일 공개된 주간 <교육희망>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 교육감에 대해 53.4%가 퇴진에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 의견인 25.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공 교육감을 당선시킨 서울지역 응답자들은 찬성 59.7%, 반대 18%로 3배 이상 많은 수가 퇴진에 찬성했다.

 

위태로운 그의 자리가 그를 점점 더 강경 노선을 걷게 만들고, 이명박 정부의 '돌격대장'을 맡음으로써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공 교육감은 사설학원, 사학이사, 학교장, 급식업자, 자립형사립고 추진재단, 학교 공사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선거자금 문제, 수억원 차명 계좌, 교장단과 부적절한 식사 자리, UN 사칭 교육노벨상 의혹 등의 수많은 문제들 중 어느 하나라도 법적으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교육감을 중도 사퇴하는 불행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검찰수사가 더욱 부담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정권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권이 원하는 대로 전교조와 싸우고 국제중, 자립형사립고 등의 문제를 앞장서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MB 정권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짧은 임기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초강수를 연속해서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MB 정권 역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바꾸고 싶은 것은 많지만 초중등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시도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이 '돌격대장'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 싫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바둑으로 치면 꽃놀이패이고 장기로 치면 양수겸장이다.

 

만약 공 교육감이 구속 또는 중도하차 하게 된다면, 이는 역사교과서 문제, 역사특강 문제부터 국제중, 마이스터고, 기숙형공립고, 자립형사립고까지 당장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정택 교육감이 국제중 파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대가성 선거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하나고 설립안을 시교육위에 내놓은 이유도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과연, 공정택 교육감의 희망대로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남아 임기를 채운다고 해도 과연 학생들과 서울시민들이 그를 용서할까. 7명의 파면·해임된 선생님과 아이들이 흘린 눈물이 오히려 촛불바다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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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정택,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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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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