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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시청사 첨탑
 함부르크 시청사 첨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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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서 비행기로 독일 함부르크로 이동했다. 공항도 마찬가지로 EU 국가 내 이동은 우리나라 국내선 타는 정도다. 한 시간 정도 간다지만 넉넉하게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린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함부르크에 도착하니 어둠이 밀려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밤공기나 쐬려고 산책을 나왔다. 의외로 도시는 어둡다. 도시가 넓어서 그런지. 가끔가다 보이는 선술집. 그리고 슈퍼.

슈퍼에 들어가서 캔 맥주를 하나 샀다. 1.35유로. 정말 싸다. 생수보다 훨씬 싸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더니…. 한 모금 들이키니 무척 쓰다. 맥주 종류도 여러 가진데, 대충 하나 집은 게 영 맛이 아니다. 한 모금씩 하면서 거리를 거닐다 숙소로 들어왔다. 거리가 어두워서 오래 돌아다니지는 못하겠다.

정말 햄버거가 함부르크에서 유래됐을까?

함부르크 거리 풍경
 함부르크 거리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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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두 개의 특별시가 있다고 한다. 너무나 유명한 베를린. 그리고 지금 서있는 함부르크. 함부르크(Hamburg)를 다르게 읽으면 햄버그? 그 유명한 햄버거(hamburger)가 함부르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세기 말 미국으로 건너간 함부르크 사람들이 다진 고기를 빵에 넣어 먹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함부르크는 커다란 도시에 비해 건물이 대체적으로 낮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시청사라고 한다. 그리고 시청사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단다. 특별한 경우는 제외한다고 하지만.

커다란 가로수 아래로 풀밭. 이에 반해 낮은 건물들. 곳곳에 숲이 조성되어 숲속에 들어앉은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도시 전체의 녹지비율이 70%나 된단다. 그러다 보니 도시는 대체적으로 넉넉한 느낌이 든 만큼 우울하게 보인다.

한자동맹의 중심도시

운하유람선과 주변 풍경
 운하유람선과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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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함부르크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독일은 해가 보이는 날이 연중 50일에서 100일정도 밖에 안 된단다. 함부르크도 운하가 조성되어 있다. 운하를 따라 유람선을 탔다. 엘베 강을 따라 함부르크 항을 구경한다. 하지만 비가 내려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우울하기만 하다.

한자동맹은 우리나라 청해진처럼 해상세력의 중심이 된 도시연맹이다.
 한자동맹은 우리나라 청해진처럼 해상세력의 중심이 된 도시연맹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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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보이는 풍경 속에 한자(Hansa)라는 표기가 자주 보인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한자동맹의 중심이 함부르크란다. 한자동맹은 13~15세기 독일 북부 연안의 여러 도시 사이에 이루어진 도시 연맹이다. 한자동맹은 왕권을 배제하고 시민중심의 도시연맹을 만들었으며, 상권의 보호와 확장을 목적으로 강력한 해상세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흘렀어도 당시의 동맹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강해 아직까지 도시이름 앞에 붙여서 쓰고 있단다.

예배실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세요

바로크 풍의 성 미카엘 교회
 바로크 풍의 성 미카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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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유람선에서 간단하게 하고는 함부르크에서 너무나 유명한 성 미카엘 교회(St. Michaelskirche)을 찾았다. 교회는 높은 축대위에 서있어 첨탑(132m)이 더욱 높게 느껴진다. 건축양식도 바로크 양식으로 지금까지 여행 중 보아온 건물 양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첨탑이 화려함 보다는 웅장함이 느껴진다.

성 미카엘 교회는 1649년 처음 작은 규모로 만들어졌단다. 하지만 1750년 번개에 붕괴되어 복원되었고, 1786년 복원 확장되었다가 종교개혁 시점에는 개신교를 위한 교회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06년 화재로 다시 소실되었다가 1912년 현재자리에 복원되었는데 2차세계대전시 주변이 초토화되었는데 교회는 그대로 남아있어 큰 의미를 부여한단다.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로비에는 기념품 파는 가게가 양쪽으로 있다. 예배실로 들어서니 앞에만 사람들이 있지 예배실내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막아서는 아저씨. 중앙통로로 안내판이 서있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글자. 2유로.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돈은 읽을 줄 안다.

발길을 돌렸다. 돈을 내고 교회에 들어간다는 게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첨탑에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데 거기도 3유로를 내야한단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올라가도 시내가 보이지 않겠다.

유명하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되돌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 받는 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배실에 들어가는데도 돈을 내라는 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기념품 가게 골목

커피를 파는 기념품 가게
 커피를 파는 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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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우울하니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유료화장실이다. 교회 아래 화장실도 유료다. 50센트. 우리 돈으로 대략 850원 정도. 유럽은 관광지를 비롯한 웬만한 화장실은 유료다. 우리나라는 화장실 문화 개선 어쩌고 하면서 난린데…. 정이 없다.

교회를 벗어나 옆으로 오래된 기념품가게 골목이 있다. 건물 출입문처럼 보이는 입구에는 1670년에 만들어졌다고 자랑스럽게 적어놓았다. 골목은 좁고 막다르다. 가게마다 그렇게 다양한 기념품은 없다. 커피, 컵, 책, 전통인형 등등. 오래됐다는 거 빼고는 특이한 건 없다.

황제의 권한 위에는 시민의 권리가

독일은 밤이 일찍 찾아온다. 오후 3시 40분 정도인데 어둡다.
 독일은 밤이 일찍 찾아온다. 오후 3시 40분 정도인데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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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시청사(Rathaus)에도 가야 하는데 벌써 날은 어두워진다.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시청사로 향했다. 시내 중심가라 그런지 무척 번잡하게 느껴진다. 건물과 도로가 엉켜있는 느낌으로 어수선하다. 골목골목을 걸어가니 시청사 건물이 보인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는 신 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 첨탑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는 신 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 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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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는 1216년 처음 지어졌는데 1284년 화재로 지하창고를 제외하고 모두 불탔단다. 그래서 지하창고를 맥주와 와인저장고로 사용하다가 1886년부터 1897년까지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시청사를 복원했는데 지하창고는 그대로 저장고로 사용한단다. 그리고 1년에 단 하루만 개방한다. 시청사 아래 술 저장고가….

조금씩 내리는 비는 더욱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시청사는 옅은 불빛아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12m 첨탑이 웅장하다. 건물 앞에 도시 문양과 함께 장식된 조각들이 아름답다.

이 조각들이 황제나 왕들의 조각들이란다. 하지만 역대 황제나 왕들을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기보다는 시민의 위상을 높이려고 일부러 세워 놓은 거란다. 시청사 제일 높은 곳인 첨탑 꼭대기에 시민의 덕목을 세움으로써 황제의 권한 위에 시민의 권리가 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시민사회의 중심인 시청의 위상이 돋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보인다.

함부르크 시청사 건물 전면 창문 사이로 황제와 왕의 조각상들이 서있다.
 함부르크 시청사 건물 전면 창문 사이로 황제와 왕의 조각상들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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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내부.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다.
 시청사 내부.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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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안으로 들어서니 의외로 천정이 높고 넓다. 상상했던 화려한 장식은 없다. 단순한 선으로 장식한 천정. 기둥마다 얕게 새겨 놓은 인물상. 역대 유명한 시장들일까? 독특한 느낌이 든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청사. 시민의 권리를 가장 우선시하는 첨탑 상징물. 재임기간 중 자신의 업적인양 크게 지으려고 빚을 내면서까지 짓는 우리나라 시청사들과 비교된다. 부럽다.

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함부르크,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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