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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엔 수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러한 사건들 중에서도 이전에 비해서 더욱더 두드러진 사건들이 있었으니 바로 문화재 수난의 사건들이다. 그러한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숭례문 전소사건'이다. 온 국민의 마음까지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수많은 논쟁을 일으킨 '숭례문 전소사건'은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그 이후에도 여러 문화재 수난 사건이 있었다. '숭례문 전소사건'의 경우는 국보 1호라는 이유로 크게 부각 되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건들은 약간의 논란 외에는 그냥 흐지부지하게 넘어가 버린 게 많았다. 이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사지 않는 다는 점이 한 가지 원인이라고 보겠다.

 

오늘날엔 문화유산들의 가진 가치에 대한 중시가 없이, 오직 현실만을 바라보며 과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있다. 그들은 과거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입장만 내세웠다. 그렇기에 말 없는 문화재들은 수난과 훼손을 당하며 상처가 얼룩지게 되었고, 이는 우리의 가슴에 멍으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한 얼룩과 멍, 과연 올해엔 어떤 모습으로 우리 후손들은 선조들을 욕보였을까?

 

[숭례문 전소사건] 국보 1호도, 우리 마음도 잿더미

 

올해 2월 10일,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왠 연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연기는 5시간 만에 꺼지게 되었다. 숭례문 전소사건... 숭례문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국보 1호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전 국민이 다 알고 서울의 아이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유적은 단순히 개인의 불만 표시로 인해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외신에도 긴급 타진되어 남아프리카에서까지 언론보도 되는 등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되었다.

 

숭례문 전소사건으로 인하여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책임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국민에게 사죄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였지만,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고, 또한 서울시청도 관리 소홀 책임의 비판이 일었다. 그리고 이는 무책임한 개방을 하고, 섣부른 모금운동 제안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 사건 결과 매년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숭례문 복원 또한 이뤄지게 되고 숭례문에 대한 발굴 작업도 이뤄지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모습도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600년의 역사를 가진 목조건물이자 우리나라 국보 1호였던 그 가치를 하룻밤에 태워먹은 현재의 과실은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문화재 발굴 법령 논란] 문화재조사기간 140일이 40일로?

 

4월 30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조사기간을 140일에서 40일로 줄이는 법령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이는 문화재조사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효율성이 떨어지며 절차가 복잡하고 조사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관련 방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문화재조사는 지표조사, 시굴조사, 발굴조사라는 과정을 거쳐 철저히 조사 되는데, 이번 방안은 이 중에서 지표조사를 매장문화재지리정보시스템(GIS)로 대체하고 발굴기간을 대폭 축소한다는 안이다. 하지만 이 효율성에 대해서는 관계자들도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으며,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조사보다 기업들의 이익에만 무게를 맞췄다는 비판이 강하다.

 

특히 고고학계를 중심으로 이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한 비판을 하였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된다면 제대로 된 문화재 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며, 이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이전의 발굴도 졸속으로 한다는 점과도 연계되어 이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시청 청사 철거 문제] 문화도시 서울의 문화재 파괴

 

현 서울 시장인 오세훈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견해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하였었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도시' 서울에서 서울시청의 주도로 문화재 파괴가 일어났다. 바로 8월 26일 서울시청 청사 철거문제로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청사를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묵살하고 파괴한 것이다.

 

시작은 서울시청의 기습적인 철거였다. 순식간에 중장비를 동원하여 서울시청 청사 본관 태평홀을 부숴뜨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재위원회는 이 서울시청 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하여 문화재청의 허락 없이는 복원 및 해체를 할 수 없게 하였다. 결국 서울시청도 이에 따라 보존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예전에 조선총독부를 해체한 적이 있다. 그땐 국민적인 찬성으로 인하여 진행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의 잔재였던 조선총독부는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와는 달리 일본의 잔재인 서울시청 청사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보존을 선택하였고, 그 이유로 후세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재란 남아있는 그 자체로서 역사를 담고 있기에, 구태여 지우기보다는 이를 보고 교훈으로서 삼아야 한다는 게 이젠 국민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당진 고려석관묘 훼손사태] 발굴 따위가 뭐가 중요해? 굴착기로 밀어버려!

 

4월 29일, 충남 당진에서는 발굴 중이던 고려시대 유적들을 건설업체가 굴착기로 밀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건설업체는 발굴현장의 유적들에 대해 큰 가치를 두지 않고 별거 없다고 생각하며 더디게 발굴을 한다는 불만에 파괴를 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당시 이 상황을 촬영하던 조사원들의 카메라까지 뺏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발굴업체는 건설업체의 압박과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발굴을 완료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그러한 노력보다도, 오히려 유구를 호미로 긁어내면서 느리게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다른 공장과의 계약건과 발굴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발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초래되었다고 보아야겠다. 발굴조사에서는 정확성을 따지기 위해 철저하게 유구를 드러내고 이를 실측, 촬영 하는 등의 과학적이면서도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돈만 최고라는 현대인의 욕심으로 우리들의 과거 일부는 그대로 갈아엎어지고야 말았다.

 

[고모산성 파괴 문제] 굴착기로 허물어버린 1500년 전 신라산성

 

10월 28일 경북 문경시에서는 믿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1500년 전에 만들어져서 오늘날까지고 그 견고한 모습을 자랑하던 산성을 굴착기로 무너뜨리고 다시 그 위에 전혀 역사적인 고증과 관계가 없는 새로운 성을 쌓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문경시가 유교문화권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성곽을 정비한다는 핑계로 말 그대로 파괴를 해 버린 것이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작지 않은 규모의 고모산성은, 해당 발굴기관이나 성곽 전문가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문경시의 단독적인 결정으로 파괴 및 복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복원을 한 모습은 본래의 모습과 너무나도 거리가 멀고 신라시대의 축성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만들려다가 그 뿌리와 혼을 뽑아버린 격이다. 일반적으로 산성의 복원은 기존의 토대를 최대한 살리되 당시의 축성술에 기초하여 보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것은 그러한 과거의 문화재를 모조리 갈아엎어버렸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본조차도 어긴 최악의 복원이다.

 

올해는 어느 해 보다도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한해였다. 하지만 정작 그와는 다르게 수많은 문화재 파괴와 훼손이 있던 한해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5가지 사례 외에도 광주에서는 5.18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도청 철거한다는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였으며, 모 방송사에서는 발굴현장에서 드라마를 촬영함으로서 현장에 훼손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문화재청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담을 훼손하는 문제가 일어났다. 또한 이 외에도 대운하 개발로 인하여 문화재 보존문제와 발굴조사 문제에 비상이 걸리기도 하였다.

 

문화재 훼손은 매년 발생하며 국민적인 반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올해의 사례들을 보면 다수가 정부나 지자체 및 관청 등에서 그러한 훼손들을 많이 일으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공직자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또한 공감대 형성이 미약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유산은 조상들의 숨결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들려주는 것으로서, 과거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에 대한 파괴와 훼손은 선조에 대한 모독임과 함께 후손에 대한 죄악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문화재 보존, #숭례문, #문화재청, #서울시청, #고모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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