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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여름에 먹는 것이 더 맛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겨울에 먹는 것이 더 맛있을까? 냉면 하면 아무래도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음식쯤이겠지 할 수 있겠지만, 냉면을 즐겨 찾는 이들은 냉면이 가장 맛있는 계절로 ‘겨울’을 꼽는다.

사실 유명한 냉면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둘째라면 서러울 냉면도 많다. 강원도 봉평 메밀막국수, 인천의 화평동 냉면, 진주의 진주냉면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냉면이며, 그중 황해도 메밀막국수(냉면)도 손에 꼽는 냉면이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주원료로 하는 함흥냉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냉면은 메밀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메밀을 주재료로 하다 보니 메밀 맛이 냉면 맛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데, 메밀이 늦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보니 쌀도 햅쌀이 맛있듯 메밀도 그 해 메밀이 더 맛있는 법. 그러다 보니 냉면 맛이 더 나는 것은 겨울인 것이다.  

직접 우려낸 사골 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섞어 만든 육수에 면을 말고, 고명으로 돼지 편육을 넣어 먹으면 입안에서부터 뱃속까지 끊어 질듯 감기는 면의 맛을 맛볼 수 있으며, 목젖에서 전달되는 한 겨울의 시원함을 '찌릿~'하게 맛 볼 수 있는 법이다.  

황해도막국수 본래 황해도 막국수는 메밀만을 사용해 만들었으나, 현재 부평막국수는 메일과 밀을 반반 섞어 반죽 한 뒤 면을 뽑고 있다. 어는 가게가 그렇듯 육수 만드는 방법은 항상 비밀이다.
▲ 황해도막국수 본래 황해도 막국수는 메밀만을 사용해 만들었으나, 현재 부평막국수는 메일과 밀을 반반 섞어 반죽 한 뒤 면을 뽑고 있다. 어는 가게가 그렇듯 육수 만드는 방법은 항상 비밀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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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 부평시장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부광교회 방면으로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나있는 골목길에 ‘부평막국수(대표 장학봉)’집이 있다.

막국수라 함은 강원 메밀냉면을 말하는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그 흐드러진 메밀꽃밭의 무대인 강원도 봉평 지방의 특산물인 메밀로 국수를 뽑아 이를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것을 말한다. 강원 메밀냉면은 함흥냉면의 영향을 받아 면에 전분이 들어가 있다.

그럼 부평막국수는 강원 메밀냉면인가? 아니다. 부평막국수는 강원 메밀냉면과 달리 사골을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이 특징인 이른바 황해도냉면, 그중에서도 백령도(지금은 인천광역시 소재) 메밀냉면이다.

백령 메밀냉면의 특징은 평양과 비슷해 면에 전분이 들어가 있지 않고 백령산(産) 메밀만이 사용된다. 다만 지금은 백령산 메밀 공급이 신통치 않고, 메밀이 꽤 비싼 편이라 부평막국수는 반은 밀을 섞어 면을 뽑고 있다. 너무 뚝뚝 끊어지지도, 그렇다고 질기지도 않은 독특한 맛을 맛볼 수 있다.

그러면 왜, 황해도냉면을 만들면서 막국수라고 이름 지었을까? 이야기는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평막국수의 장학봉(74)·진선이(75) 부부는 둘 다 백령도가 고향이다. 백령도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고향을 떠나 지금의 계양구 효성동에 정착한다. 부부는 막국수집을 차리기 전 봉제공장과 유리공장에서 일하다 콩비지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도 여의치 않아 뭍에는 백령 메밀냉면이 생소한 음식이라 생각하고 당시 전 재산이었던 3만원을 투자해 남구 숭의동에서 면 뽑는 기계를 장만하고, 수인역에서 메밀 한 가마를 사서 효성동에서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국수라 이름을 붙인 건, 전에 공장에서 일할 때 만난 강원도 한 어른이 백령 메밀냉면이라 할지라도 서민적으로 이름을 걸어야 한다며 막국수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 하는 권유를 받아들여서다. 한 그릇을 200원에 팔기 시작한 막국수는 어느새 그 맛이 소문나 효성동을 넘어 이곳 부평에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인천시가 경기도에 속해 있던 시절 부평의 많은 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근처에서 먹을 수 있도록 부평으로 나오라고 해서 효성동에서 3년 장사 후 지금 자리로 옮겼다. 

부평막국수 왼쪽부터 아들 장세택씨, 어머니 진선이씨, 아버지 장학봉씨. 시작은 황해도 막국수 였으나 어쩌면 이들이 '부평막국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35년 역사 앞에 힘찬 갈채를 보낼 뿐이다.
▲ 부평막국수 왼쪽부터 아들 장세택씨, 어머니 진선이씨, 아버지 장학봉씨. 시작은 황해도 막국수 였으나 어쩌면 이들이 '부평막국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35년 역사 앞에 힘찬 갈채를 보낼 뿐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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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에서 30년 이상을 산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부평막국수. 지금은 두 아들이 백령 메밀냉면의 전통과 맛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오십이 된 큰아들이 이곳 부평에서 대를 잇고 있고, 둘째 아들은 서구에서 ‘백령면옥’이라는 간판을 달고 대를 잇고 있다. 한번은 백령면옥에서 맛을 본 사람이 ‘이 맛은 부평막국수 맛과 똑 같네’라고 하자 둘째아들이 ‘제가 부평막국수집 둘째 아들입니다’ 하고 일러준 일화도 있다.
 
부평막국수집 가족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이 건물을 팔거나 허물지 않겠다고, 그리고 대대손손 이어가겠다고 서로 약속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백령 메밀냉면의 전통과 맛을 지키면서 부평의 역사가 된 부평막국수. 오늘은 가족들과 또는 옛 지인들과 함께 부평막국수를 찾아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육수를 목젖으로 넘기며, 끊어 질듯 감기는 막국수의 추억으로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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