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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에 사는 혜림이와 민수.수연이입니다.눈사람을 만들겠다고 눈을 뭉치고 있습니다.
 6동에 사는 혜림이와 민수.수연이입니다.눈사람을 만들겠다고 눈을 뭉치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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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립니다. 아랫녘에는 학교가 휴교령을 내릴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지만 서울은 얼마 전 잠깐 뿌린 눈이 전부였지요.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긴 했지만 쌓일 정도는 아니었기에 하얗게 쌓인 눈꽃의 세계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을 테고, 첫눈이 내리면 만나자며 눈이 내리기를 기다렸던 젊은 연인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첫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였습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봅니다. 차가운 공기가 정신 상큼하게 다가옵니다. 정신이 바짝 들게 합니다. 창 밖을 보니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려 낙엽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봄이면 피어났던 꽃 대신 이제는 눈꽃이 낙엽지고 맨몸으로 떨고 있던 나뭇가지 위에 포근하게 내려 앉아 목화솜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요즈음 며칠 한파가 몰아치더니 순백의 하얀 꽃을 선물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나봅니다.

미처 지지 못한 꽃 위에도 눈이 내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미처 지지 못한 꽃 위에도 눈이 내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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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눈이 포근해 보입니다.
 낙엽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눈이 포근해 보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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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내리는 눈이기에 출근길 걱정할 염려도 없습니다. 아직은 꿈나라에 있을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눈밭을 뛰어 다닙니다. 눈이 내리는 날 온 동네 강아지들이 덩달아 눈밭을 뛰어 다녔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내 친구 순자네 똥개도 삼렬이네 누렁이도 모두 신이 나서 눈 위를 뛰어 다니던 모습이 그립습니다. 눈이 내리면 걱정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골목골목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 이웃 주민들이 힘들어 할 테고 연세 드신 분들은 눈길을 종종 걸음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해 할 것입니다.

월동준비를 미리 갖추지 못하고 차를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 또한 힘들어 할 것입니다. 그래도 신이 주신 순백의 하얀 세상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첫 눈 내리는 날 눈길을 걸어 봅니다. 미처 지지 못한 노란국화 위에도 하얀눈이 쌓였습니다.

국화위에도 또 다른 하얀 눈꽃이 피었습ㅂ니다.
 국화위에도 또 다른 하얀 눈꽃이 피었습ㅂ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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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꽃을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갔나봅니다.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합니다.
 누군가 꽃을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갔나봅니다.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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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나무와 낙엽 사이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베어진 나무와 낙엽 사이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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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동 열매 사이로 하얀눈의 나라가 보입니다.
 백문동 열매 사이로 하얀눈의 나라가 보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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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동네는 좀 높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그래서 아랫동네보다 겨울에는 평소 2~3도 정도 온도가 낮습니다. 바람도 많이 붑니다. 늘 불만이었던 것이 겨울에 집을 나설 때면 몹시 추워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가게 되는데 늘 민망할 때가 많았습니다. 추운 나라에서 왔느냐고요.

그래서인지 눈이 내리면 우리 동네는 아랫동네보다 조금 더 쌓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덕을 볼 때도 있지만요. 눈싸움 하기 위해 우리 동네로 이웃 동네에서 원정 오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며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맞은편 동에 사는 삼남매가 재잘거리며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밤 사이 카네이션  한 송이를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갔나 봅니다. 눈에 덮여 운치를 더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자 1년 전 눈사람을 만들며 모델이 되어 주었던 수연이가 언니에게 말을 합니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눈을 뭉치고 있습니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눈을 뭉치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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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옛날에 나 사진 찍어준 아줌마야. 신문에 내 사진 크게 나왔잖아! 언니도 신문 봐서 알지?”
“아하! 네가 그때 그 아이구나! 그런데 너희 세 명이 한 가족이니?”
“네 언니는 혜림이 언니구요. 저는 수연이구, 동생은 민수예요. 언니는 5학년 저는 2학년 동생은 6살 유치원 다녀요. 그런데 오늘도 저 신문에 나오는 거예요? “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어 주는 거야.”
“그런데요. 눈이 조금 내려서 눈사람 만들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더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눈 내리는 것이 너무 신이 나나 봅니다.
“그때 준 신문 지금도 가지고 있니?”
“네 엄마가 잘 보관하고 계세요. 제 모습이 예쁘게 나왔잖아요.”

1년 전 이맘때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모델이 되어 주었던 아이를 1년이 지난 뒤 첫눈 내린 오늘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 천진난만한 아이의 해맑은 웃음입니다. 삼남매가 다정하게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역시 동심의 세계입니다.

함박눈이 내리다 멈추자 눈사람 만드는데 눈이 부족한가  봅니다. 차 위에 쌓여 있는 눈까지 모아 뭉치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우리 동 관리인 아저씨는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보도블록을 벌써 깨끗하게 쓸어 맘 놓고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깁니다.

이른 시간 첫눈에 첫발자국을 남깁니다.
 이른 시간 첫눈에 첫발자국을 남깁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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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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