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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사회당 대표의 자격으로 참여하고 왔습니다.

 

각계 대표의 발언에 이어 각 정당 대표자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민주당부터 사회당까지 함께 모인 자리는 제 기억으로는 처음입니다. 사회당이 그 자리에 함께 한 것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민주당부터 사회당까지 모인 첫 자리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연합'에 대한 발언, 민주당 내 '민주연대'의 출범 등과 연결하여 이 연석회의를 그것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당은 당면 과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한시적 '연석회의'에 참석한 것이지 '민주연합'과 같은 정치연합의 대열에 참여한 것이 아닙니다.

 

사안별 대응을 넘어 그런 정치연합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사회당은 정말 눈엣가시가 아니겠습니까. 아무런 영양가도 없을 겁니다. 민주노동당하고 공조하는 것도 색깔론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물며 사회당은 어떻겠습니까.

 

오늘 연석회의에서 발표한 3대 방향과 10대 정책은 사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상식을 지닌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은 당연히 나올 수 있지만, 이런 과제를 대놓고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진보진영 내에서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

 

그러나 이것으로 공동대응의 전선이 잘 형성되었다고 할 순 없습니다. 역시 민주당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입니다. 물론 민주당도 말로는 이러한 방향과 정책에 동의한다고 해서 연석회의에 참석한 것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는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에는 나름대로의 감동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에는 일관된 개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에는 감동도 일관된 개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을 향해 우선 하고 싶은 말이지만 진보정치세력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

 

이것이 빠진 채 무조건 뭉친다고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정치는 산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매우 느슨한 틀로 덩치는 키웠습니다만 그 속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감동적인 기획을 하지 못한다면 연석회의는 유명무실해질 것입니다.

 

일관성 있는 정책과 감동적 기획이 있어야

 

일단 민주당을 향해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덩치가 큰 만큼 맷집도 커야겠지요. 다행히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 날 연석회의 발언에서 채찍을 달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신들이 했던 일을 한 번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도입, 이라크 파병, 무분별한 FTA 추진, 비정규직 양산법 도입 등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권을 무너뜨리는 수많은 일들을 저질렀습니다. 민주당은 오늘날 노동자와 서민의 삶의 위기를 불러온 당사자의 하나입니다.

 

저와 사회당은 그에 맞서 줄곧 싸웠기에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저희의 역사 속에 이미 깊숙이 각인된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대안야당론과 선명야당론이라는 허상 속에서 시소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왜 허상이냐구요?

 

대안야당론과 선명야당론이라는 허상

 

대안야당론은 타협론, 협조론일뿐 실질적인 대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명야당론은 민주-반민주 구도를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선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권’ 문제를 도외시했던 과거 자신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계획을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한낱 정치구호로 비춰질 뿐입니다.

 

가장 큰 덩치가 이렇게 구름 속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연석회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지지를 받을 수 있기란 난망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석회의의 3대 방향과 10대 요구안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제외하고 현재의 시점에서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먼 산을 오르기 전에 일단 앞산부터 오르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결정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도 일단 말로는 이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잘 지켜봐야겠지요. 만일 이 정도에서도 후퇴한다면 민주당은 그 날로 사망선고를 받을 겁니다. 그런 각오도 없이 연석회의에 참석했다면, 지금 당장 나가야 합니다.

 

물론 오늘 제시된 요구들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에 동의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새롭게 판을 만들어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사회당도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통분담' 프레임부터 벗어나야

 

오늘 발표된 연석회의의 3대 방향과 10대 정책 가운데 부족하거나 빠져 있는 부분을 몇 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일단 3대 방향 가운데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이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저는 이것이 '고통분담' 프레임의 덫에 갇힌 것이기에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이 앞장서면 우리도 뒤따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노동자와 서민들이 무엇을 더 내줄 수 있단 말입니까.

 

오늘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기사가 났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공적자금이 투입될지 모릅니다. 공적 자금은 말 그대로 공적 자금인 만큼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투입이 적절하다고 하더라도 경영진 교체 수준을 넘어선 공적 책임이 반드시 부과되어야 합니다. 공적 책임 부과 없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공공에 대한 수탈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더 이상의 법 개악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넘어서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현상유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답답한 것은 누더기 비정규직 보호법마저도 현실에선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해도 사측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쌀 직불금 문제도 부당수령 처벌은 당연한 겁니다. 부재지주를 없애고 농지투기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단기적인 실업대책을 넘어 국민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내수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발상도 시작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FTA를 체결할 것이 아니라 개방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세워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질서를 모색해야 합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마지막으로, 민주당과 민주연합을 꿈꾸는 분들에게 경고합니다. 민주당이 정말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처럼 하다간 큰코다칠 겁니다. 노동자와 서민을 살리는 게 아니라 ‘민주당 살리기’라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으론 안 됩니다. ‘민주연합’을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연석회의를 사고하는 것도 지금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의 발전 또한 지체시키는 것입니다.

 

사회당은 당면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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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태그:#반MB 연대, #사회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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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정치학 박사.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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