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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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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지난 2일 국회 국방위가 군가산점 제도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부산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군가산점제도가 기업 채용에만 해당되는 협소한 보상 방법이다', '여성들의 피해를 통해 그런 혜택을 받고 싶지 않다' 등 예비역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군가산점제도는 지난 9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상 근거가 없고 여성과 장애인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판결이 난 바 있다. 국민과 시대는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국회 국방위만 이상한 생각을 한다. 이상할 뿐만 아니라 사태를 악의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군가산점제도의 논리는 군복무를 통해 남성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을 군대로 불러들이는 것은 분명 국가이다. 피해를 본다고 이야기할 때, 그 가해자는 바로 국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가는 이상하게도 여성에게 피해를 전가한다.

가해자인 국가와 피해자인 개인의 프레임이 군대 가서 피해 보는 남성과, 군대를 가지 않아서 피해를 보지 않는 여성의 프레임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군가산점 논쟁은 이 프레임 속에서 이루어졌다. 여성 중의 일부는 '우리는 애 놓는다!'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이 문제에서 진정한 가해자인 '국가'는 빠질 수 있고, 군대 갔다온 남성 피해자와 이것의 보상을 위한 희생양이 된 여성 피해자간의 싸움이 일어날 뿐이다.

게다가 군가산점은 남성중에서도 군대에 가지 못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남성을 배제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군대를 갔다 왔어도 취업을 하지 못한 실업 상태의 남성들은 이 혜택에서 배제된다. 국가의 피해자인 개인은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며, 이것을 위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군가산점은 이렇게 남성 우월적인 왜곡된 사회적 통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군대에 가는 남성은 국가도 인정하듯이 피해를 받으며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그 보상의 주체 역시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징병제 자체에 대한 논란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도입, 군대 축소 등 국방개혁안이 이야기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정권은 이것을 거꾸로 돌려놓고 있다. 대체복무 도입은 언제 될지 모르고 군의 축소 역시 연기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군가산점 제도까지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군대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문제이다. 정말로 힘 있는 자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도 잘 산다. 오죽했으면 '국민개병제'가 아니라 '빈민개병제'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군대의 책임은 국가에게 있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진정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군가산점을 부활시킬 것이 아니라 가까이는 군인들의 임금 인상과 환경 개선, 대체복무 도입 등 단기적인 국방개혁과 모병제 전환과 같은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태그:#군가산점제도,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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