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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YTN에서 징계조치를 당한 정유신 돌발영상PD가 27일 YTN촛불문화제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최근YTN에서 징계조치를 당한 정유신 돌발영상PD가 27일 YTN촛불문화제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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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노동조합과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일터에 상륙하려는 낙하산 '사장'과 '강사'를 막기 위해서다. 이들의 투쟁에 대해 여론은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대한 이들도 각계각층의 단체들이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그런 단체들 가운데 대학생 조직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 대학생들은 고사하고 언론학도·역사교육학 전공자·언론인 지망생·임용고시준비생들마저 침묵하고 있다. 이렇게 선배들의 투쟁을 바라보기만 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언론사 입사에 바빠 고민은 나중에...

'YTN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사 지망생들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시사교양 PD를 준비중인 한양대 장기진(27)씨는 "YTN 구본홍 사장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잘못된 조치이기 때문에 언론인 지망생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는 지지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긴 힘들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저희 학교 선배 중에는 YTN에서 해고조치 당한 선배도 있고, KBS 사원행동 소속인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입사한 뒤 조직의 구성원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은 하죠. 하지만 그런 고민은 우선 내가 언론사에 들어간 다음에 하는 것이…."

언론인 지망생인 여유란(24)씨 역시 "(구본홍씨의 YTN 사장 임명으로 인해) 언론의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이를 문제제기한 노조원들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아르바이트와 수업준비, 여기에 언론사 입사공부까지 하느라 YTN 관련 행사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최근 한 언론사 공채에 합격한 박아무개(27)씨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나 자신도 언론사 입사준비를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YTN 앞을 그냥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참여하려는 마음만 있었어도 그렇게 쉽게 지나치진 않았을 것"이라며 "YTN 사태야 말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이지만 준비생 다수가 사회참여보다는 '기자입성'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경제악화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예비 언론인들은 언론사 입사시험에 필요한 논술·작문·국어·영어·상식 시험 등에 더 매진하는 모습이다. 다들 'YTN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언론사 입사시험과목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반응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언론인 지망생은 "워낙 언론사 취업문이 좁은지라 '언론고시생' 일부에서는 노사간 대립이 계속되면 결국 앞으로도 YTN에서는 공채가 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임용고시 불이익 있을까 불안해...

임용고시 준비생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세지. 전화통화에서도 그는 매우 걱정스러워했다
 임용고시 준비생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세지. 전화통화에서도 그는 매우 걱정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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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정당과 우파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역사교과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역사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김아무개씨가 거침없이 말했다.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과 '뉴라이트 인사들의 근현대사 강연'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집회·시위에도 자주 참여해온 김씨. 평소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참여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임용고시 자체가 공부분량도 그렇고 시간적 압박도 커서 저 같은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참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잠시 망설인 그는 말을 이었다.

"교사는 노동삼권 중 단체행동권이 없어요. 준비생으로서 만약 이번 논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혹시 임용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해요."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잠시 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사진과 인터뷰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 인터뷰했던 것 자체도 불안해서 공부가 안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는 그를 한참 동안 설득한 뒤에야 간신히 인터뷰의 일부만을 실을 수 있었다.

대학 간 협의체 부재·학생참여는 저조... "누가 좀 나서라"

신문방송학과, 언론학부 등 관련 학과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비상'이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학생회실
 신문방송학과, 언론학부 등 관련 학과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비상'이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학생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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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저학년들로 구성된 학생회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다. 각 대학 신문방송학과와 역사교육과, 국사학과 학생회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고려대 언론학부 학생회장 김미림(22)씨는 자신의 선배가 노조활동으로 YTN에서 해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와 학생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고려대 언론학부 학생회가 고려대 정경대에서 분리된 후, 몇 년간 존재하지 않아 사실 이번 학생회는 초대학생회와 다를 바 없어요. 그동안 붕괴되어 있던 학생회 재건을 위해 학내 행사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YTN 문제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어요."

하지만 내년에도 학생회가 학외 문제에 신경 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차기 학생회장 후보가 없어 학생회가 일정기간 동안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

학생회가 그럭저럭 유지되는 곳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학생회장 최준엽(22)씨는 "부끄럽다. 사실 과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여름 촛불집회에 그나마 20여 명이 참여했을 때 그 여세를 몰아갔어야 했는데, 여름방학을 보내고, 촛불집회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만 그 기회를 놓쳐 버렸다"고 말했다.

역사 관련 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국대 역사교육과 부학생회장 이민재(24)씨 역시 "역사교과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역사교육과 학생들 모두 알고 있지만 학생회 차원의 행동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서울시내 대학 역사교육과 간의 협의체가 부재하고 교류하고 있는 관련 단체들이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연세대에서 '한국사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미림(23)씨는 "다들 (교육과학기술부의 역사교과서 개정권고와 뉴라이트 강연에 대해) 이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누군가가 주도하기 전까진 나서려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라며 학생들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어둡지만은 않다"

지난 20일, 서울역앞에서 벌어진 'YTN 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행사에참석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
 지난 20일, 서울역앞에서 벌어진 'YTN 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행사에참석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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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부산대학교 정문앞에서 이 학교 역사교육과 학생들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권고안'을 철회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6일, 부산대학교 정문앞에서 이 학교 역사교육과 학생들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권고안'을 철회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 부산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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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몇 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론학도로서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난 10월 행사에 참여한 데 이어 11월 20일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행사에도 자리를 지켰다. 과학생회장 박명희(25)씨는 "과도 그렇고 우리학교 분위기 자체가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 이 문제 대해 자주 언급을 하신다"라고 말했다.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 소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대안미디어관련 소모임 활동을 하는 김휴리(21)씨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에 나왔다. 가장 우리가 잘하는 분야가 영상이기에 YTN에 관한 다큐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는다.

역사교사를 꿈꾸는 이들 중에서는 단연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학생회와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들 학부 학생회는 지난 11월, 각각 "검정 교과서 제작의 자유를 보장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권고안을 철회하라"며 성명서를 낭독한 바 있다.

부산대 역사교육과 학생회장 이화훈(25)씨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부산지역 역사교사분들과 모임이 추진 중이며 신라대 역사교육과와 함께 연대하여 활동을 하기로 했다. 아직은 부산지역 학생들의 연대지만 전국역사교육과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해나가고 싶다" 라고 밝혔다. 혹시 임용고시에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상관없어요. 옳지 않은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다면 교사 될 자격이 없죠. 그런 식으로 제가 교직에 나간들 과연 아이들에게 떳떳이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윤종배 회장은 "아직 우리와 연대하고 있는 학부 학생회는 없지만 교원대 역교과와 부산대 역교과에서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이 의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우리 역사 교육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 앞으로 근현대사 문제가 더 진행된다면 점차 많은 대학생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다른 지역 학부 학생회들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와 교원대-부산대 역사교육과의 최근 활동들을 알고 있지만 그런 활동을 학생회의에 안건으로 올리는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대학교 학생회장 선거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학생회의 기능은 사실상 '정지'된다. 선거가 끝나면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고 바로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학생들의 참여나 학생회 활동은 앞으로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첩첩산중이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YTN, #역사교과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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