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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3일 두발·복장 규제 철폐와 체벌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생인권법을 발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진용 시민기자가 현직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학생인권법에 대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10월 6일 오후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교육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질의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10월 6일 오후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교육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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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권영길 의원님!

교육을 위해 학생인권법을 발의하신 의원님(권 의원은 지난 3일 학생인권법 발의 기자회견을 했다)에게 무례인 줄 알면서 공개질의를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27년을 교직에 있었으며, 현재 소도시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의원님의 뜻에 찬동하면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전해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입니다.

의원님이 발의한 내용은 첫째 건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밥 먹고, 잠 잘 권리를 보장하라. 둘째 자율, 창조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두발 규제, 복장 규제 등을 없애라. 셋째 폭력으로는 당당하고 지혜로운 교육을 이룰 수 없으니 체벌을 금지하라는 것이었지요. 이 법안은 인간존엄의 가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와 UN아동권리에 관한 협약이 규정하는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학생들 일탈행위 심각... 체벌 등 최소한 규제 필요

발의한 첫 번째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찬동합니다. 그러나 두발 규제, 복장 규제, 체벌 금지에 대한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는 교단에서 담임으로서 10여 년을, 학생부장으로서 7년간 생활지도의 일선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경험과 현재의 생활지도 문제를 볼 때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첫째,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갈수록 폭력화, 저학년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고등학생들이 일부 저질렀던 흡연, 폭력 등이 이제는 중학교 저학년까지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까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의 일탈 행위는 때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집단 따돌림, 금품갈취, 집단폭행 등도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현실에서 규제를 풀었을 때 오히려 선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둘째, 학생들은 가정과 사회, 그리고 학교에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배우면서 성장합니다. 그러나 가정이나 사회의 교육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워도 말리는 어른들은 많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밀려 인성이나 생활지도가 쉽지 않습니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옛말도 있지만 최소한의 체벌마저 법적으로 금지된다면 교사들은 무기력에 빠질 것이고 결국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의견에 대한 답변을 부탁합니다.

지금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크고 작은 일탈행위로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두발과 복장마저 자율화한다면 장발은 물론이고 파마, 염색에다가 찢어진 청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등교할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의복에 의해서도 행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남자 어른들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행동이 흐트러지던 것이 다반사였지요. 아직도 빽빽한 교실에서 단정한 두발과 복장은 최소한의 규제입니다. 자율화는 교육환경의 변화와 함께 추진해야 성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생 체벌도 오히려 강화해야 합니다. 부모의 동의 아래 손바닥을 규정된 회초리로 일정 횟수 이내에서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회초리를 파는 상점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일부 학생들은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잘못에 대해 순응하기는커녕 반발하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교육의 총체적 부실이 가져온 결과로 사회와 어른들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화 악영향으로 학생 인권, 오히려 약화될 수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굣길에 서로 인사하고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굣길에 서로 인사하고 있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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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지나친 체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극히 일부의 문제지 일반화할 정도는 아닙니다. 실상 현장에서 체벌은 거의 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 학생들은 어른들이 겪었던 학창시절과는 매우 다른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습니다. 자율화의 악영향으로 학생들의 인권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히려 일탈학생에 대한 대안학교를 강화하여 그들을 선도하고 선한 학생들을 구제할 법률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자율화에 대한 꿈은 아름답지만 지금의 교육현장은 꿈을 꾸기에는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학급당 35명의 학생에다가 주당 20시간이 넘는 수업, 무한경쟁으로 성적만 강요하는 사회분위기 등에 대한 개선도 없이 규제를 풀었을 때 그나마 학교라는 공교육은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이런 의견에 대한 의원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학생 인권이 소중하다면 교사의 인권도 소중합니다. '순망치한'이라 했듯이 교권이 무너진다면 학생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지금 현장의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힘들게 버티는 교사들을 더는 흔들지 말아야 합니다. 교육현장이 무너지는 날 학생의 인권도 나라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법안 발의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기를 간청하면서 이런 질의를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너그럽게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학교,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이런 공개질의를 하게 된 것은 학교현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비단 권 의원님만이 아니라 과거 학창시절을 기준삼아 지금의 교육현장을 낭만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사회가 변했듯이 교육현장도 과거와는 판이합니다.

지금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열풍이 몰아치고 한편에서는 생활지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희들도 학생과 교사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행복한 학교를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벅찹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엄정한 현실인식에 기초해서 심사숙고할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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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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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데아의 그림자라면 이데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꿈마저 없다면 삶의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개혁이나 혁신이나 실은 이데아를 찾기 위한 노력의 다른 어휘일 뿐일 것이다. 내가 사는 방식이 교육이고 내 글쓰기가 문화라고 한다면 특히 그런 쪽의 이데아를 찾고 싶다. 물론 내가 찾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정답보다는 바른답을 찾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기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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