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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집안이 혼란스럽다. 아니 슬프다. 가족 모두가 시간이라는 수레바퀴에 매달려가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어줄 애정과 관심이 아직은 많은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하고 또한 미안할 뿐이다.

 

어머님이 병원에 계신지 어느새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짧지 않은 시일동안 병원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님과 어머님을 간호하시는 아버님을 뵐 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프다. 말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늘 가슴에 남아있다. 어머님은 당뇨와 쯔쯔가무시라는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산소호흡기 신세를 지시다가 이제 겨우 산소 호흡기를 떼고 호스를 통해 미음을 드시는 정도다.

 

 

조금 호전이 되어 누워계신 침대난간을 잡고 힘들게 앉을 정도로 호전이 되셨다. 그러나 대퇴부에 생긴 욕창이 어머님을 참으로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움직일 수가 없어서 누워만 계실 때 이리저리 돌려 누우시도록 노력했지만 엉덩이부분에 욕창이 생기시고 말았다. 근 한 달여 동안 드시지 못해 몸에 있는 살은 다 빠져나가신 것처럼 보인다.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날 정도다.

 

팔뚝만한 허벅지를 볼 때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손바닥만한 얼굴에서 드러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은 가슴으로 쉼없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든다. 전혀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어 메마른 입 속은 그야말로 사막처럼 건조해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한마디의 말을 입 밖으로 내시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한모금의 물도 넘기시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환자실을 예약해 놓았다는 의사의 말은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다. 

 

고통을 호소하시는 어머님을 보는 아버님의 마음도 역시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가히 짐작이 간다. 그래서 아버님 앞에서는 늘 희망섞인 의사의 이야기만 전해왔다. 이렇게 20여일이 지나자 다소 병세가 호전되고 지금은 약간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하느님께 고맙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가족들의 헌신과 보살핌이 이런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아들의 할머님을 위한 묵주기도와 화살기도도 고맙고, 아내의 집안일과 가정지키기도 아마 힘에 겨웠을 것이다. 집을 자주 비운 남편의 자리가 작지만 않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바쁜 고등학교생활 때문에 할머니 병문안도 제대로 못 드리는 딸내미의 마음도 당연히 고마울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아버님이 힘이 많이 드셨을 것이다. 밤낮으로 어머님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시는 아버님은 보면, 부부의 정이 깊고 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결혼 60주년을 어머님 병간호하시면서 병원에서 맞으신 아버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결혼 60주년! 이보다 경사스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어머님이 퇴원하시면 성대한 회혼식(回婚式)을 차려드려야겠다. 

 

고통으로 잠을 이루시지 못하는 어머님을 거의 뜬눈으로 보살피시고도 낮에 간병사가 있음에도 자리를 뜨시는 못하는 아버님이 사실 걱정이다. 자식이 하룻밤 자려고 아무리 떼를 써도 화를 내시면서 내치시는 아버님이 야속하시기도 하지만 아버님의 깊은 속정〔眞情〕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서운하지는 않다. 단지 아버님의 건강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팔순을 넘기신 아버님의 몸도 사실은 말이 아닐 정도로 아픈 구석이 많으시다. 그래서 더 걱정인 것이다.

 

이제는 자식도 알아보시고 며느리와 손자들도 알아보시는 어머님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자식도 몰라보고 며느리도 알아보지 못할 때는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단지 할 수 있는 일은 수건에 물을 적셔 입술에 수분을 제공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을 때의 무력감은 내가 저주스러울 정도였다. 폐에 찬 물(폐부종)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하실 수 없는 어머님의 모습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서도 밭에 있는 배추와 무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의 천진무구한 마음이 참으로 보기에 좋다. 추워지는 날씨에 본능적으로 김장을 생각하시는 어머님은 60여 년 동안 자식들을 위해 김장을 해 오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실 것이다. 환갑이 다 된 큰 딸이 어머님처럼 김장을 준비를 한다고 말씀드려도 못 믿으시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이런 자식 사랑과 마음이 오늘의 자식들을 있게 함을 누가 모르겠는가.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고통을 호소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급했던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지금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시는 어머님이 차라리 고맙고 반갑기조차 하다. 고통스러운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말이다. 조금 기력을 찾으셨다고 이제는 병원비 걱정이시다. 아무리 걱정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비싼 약을 쓰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정말 못 말리시는 어머님이시다.

 

큰누나와 시골집을 청소하면서 빨랫감을 뒤적이다보니 여기저기서 돈이 나온다. 늘 아끼고 아끼시다가 당신의 생명까지도 아끼실 뻔한 어머님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지폐 한 장도 마음껏 쓰시지 않은 어머님이시기에 더욱 그렇다. 이렇게 아끼고 아끼신 어머님의 인생을 직접 본 것이다. 이렇게 사신 어머님의 삶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없다. 단지 무심(無心)한 인생이다.

 

어머님! 이제 아픔을 떨치시고 일어나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밝은 얼굴로 웃음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계시기에 행복한 사람이 많아요. 그들을 위해 힘내세요. 당신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당신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골집에 묻어둔 가을무도 당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담아주시는 단풍깻잎김치를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먹고 싶습니다. 영원히…….


태그:#어머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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