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월 30일에 이어 두 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인 11월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역.

 

문화제 시작 30분 전에는 날씨가 받쳐줄 듯한 분위기였다. 서울에 첫 눈이 내렸지만  오후부터 날씨가 서서히 풀려, 무대를 설치하는 등 분주히 행사를 준비하는 언론노조 관계자들도  "다행"이란 말을 계속 되뇌였다. 속속 도착하는 참가자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날이 풀려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행사 10분여 전인 6시 50분부터 현장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들은 급히 스피커와 장비 등을 비닐로 덮고 참가자들에게 얇은 우비를 건넸지만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20여분간 내리던 비가 다행히 그치고 행사가 예정대로 시작됐지만 소나기와 함께 온 강한 바람이 내내 서울역 앞 광장에 몰아쳤다. 비도 계속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우비를 입고 YTN 사수라고 쓰인 풍선과 촛불을 들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YTN 노조 관계자들과 기자 조합원들도 하나둘씩 업무를 마치고 서울역으로 도착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성유보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 운영위원장도 모습을 보였다.

 

권철 언론노조 사무처장의 사회로 문화제가 시작됐다. 무대에는 '국민과 함께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맨 첫 행사는 '시낭송'. 송경동 시인이 지은 시 <오래도록 나는 없는 말들을 꿈꾼다-YTN 언론자유 사수를 위하여>를 서정민 언론노조 정책국장이 낭독했다.

 

..

..

오래도록 나는

내 글이 꽃이 아닌 무기가 되기를 바랬다

없는 이들이 분노로 드는 창 끝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들이 드는 철퇴

굴종에 불과한 너절한 화해의 말이 아닌

증오의 송곳이 되기를 바랐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의 바리게이트가 되고

양심의 밥이, 정의의 혀가 되기를 바랐다

사실은 가장 편파적일뿐인 중립과 객관을 넘어

반자본, 반전평화의 주관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를 바랐다

 

KBS가 MBC가 YTN이

그런 말들을 담는 방송이 되기를 바랐다

아니다. 무색무취한 독인 객관만이라도 지켜주는 방송

최소한의 형평과 양심이 지켜지는 방송

민중의 편이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독재자의 거실에 갇힌 앵무새

거짓의 나팔만을 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쉽게 무너졌다

독재자의 하수인들이 언론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전쟁이다

민중을 향한, 없는 자들을 향한

곧은 말과 행동을 지키고자하는 이들을 향한

작전의 개시, 도전이다

1973년 동아투위에 대한 모욕이다

1980년에 대한 도발이다

1987년에 대한 음해다

2008년 광화문 촛불들을 향한 전방위적 학살이다

총체적인 반격이다

.

.

일어서라

권력이 없는 자들이여

가진게 없는 자들이여

지켜라

우리 모두의 혀를

우리 모두의 상상력을

만인의 것을 소수의 것으로 하려는 자들에 맞서

사수하라 YTN을

사수하라 YTN을

나의 자유 나의 평화 나의 평등 나의 상상력을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낙하산 구본홍이 '새끼 낙하산'을 임원으로 임명하며 YTN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YTN 조합원들은  벌써 126일째 싸우고 있다"면서 "날씨가 춥지만 서로 부둥켜 안고 이 문화제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는 영상물 상영 및 문화 공연이 주를 이뤘다. 가수 정윤경씨는 하모니카, 기타 연주와 함께 '시대', '착한 사람들에게' 등의 노래를 불렀다. 정씨는 '시대'를 부르기 전 "이 노래를 김영삼 정부 때 만들었는데, 김대중 정부 때도 불렀고, 노무현 정부 때도 불렀고, 이제 이명박 정부 때까지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CBS 노조 조합원들이 자사 프로그램 <뉴스야 놀자> 형식으로 만든 콩트는 오늘 행사의 단연 압권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김정렬 현철 최양락 배철수 등의 목소리가 연이어 등장해 참석자들을 웃겼는데, 모두 방송인 노정렬씨와 박일구씨의 성대모사였다.

 

이들은 개그맨 김정렬씨를 성대모사하며 "방송 정렬해서, 여론 정렬하려고? 정신이나 정렬해" 등의 풍자섞인 콩트를 전달했다.

 

이어 즉석강의에 나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스피커가 터질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맨 처음 깨질 줄 알았던 YTN이 제일 잘 싸우고 있습니다. YTN은 Your True Network의 약자입니다. 또 있습니다. YTN은 젊고('Y'oung), 능력있는 ('T'alent)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또 있습니다. YTN은 '열라 투쟁'('Y'ulla 'T'oojaeng)하는 방송국이라 이겁니다. 진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젊고 능력있는 방송입니다. 그렇지요? (네~)

 

이들은 투쟁하면서 마이크를 끄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깃발을 꺾지 않았습니다. 정의로운 방송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자 소리칩시다. YTN~ (힘내라~), YTN~(힘내라), YTN~(힘내라)"

 

김 교수의 연설로 분위기가 더욱 'UP'됐다.

 

밤 8시가 되자 무대에 설치된 화면으로 SBS 8시뉴스가 상영됐다. 앵커들이 모두 검은 옷을 입고 YTN 노조를 지원하는 '블랙투쟁'을 하고 있었다. 현장 기자들과 방송 출연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졌다. 권철 처장은 "다른 방송, 다른 언론사의 많은 기자 조합원들도 오늘 블랙투쟁에 동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YTN을 생각하는 시간'에 이어 다음으로는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화면으로 YTN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서 싸우고 있는 언론인들의 모습이 비췄다. KBS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마지막 방송 장면과 MBC < PD수첩 > PD였던 이춘근 김보슬 PD의 인터뷰 및 YTN 위로 멘트가 현장으로 전달됐다. 부산 서면 UCC 영상 콘테스트 중 언론 관련 세 작품도 현장에서 상영됐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영상에 'MB 정책은 100점 만점에 0점'이란 가사를 붙인 작품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종면 위원장, 현덕수 전 위원장, 정유신 돌발영상 PD, 임장혁 돌발영상 PD, 권석재 사무국장, 지순환 기자 등이 무대에 올라갔다.

 

노종면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지금껏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해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안종필 자유언론상에 이어 오늘 민주언론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언론자유와 민주언론을 지키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조금도 누가 되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는 우리의 상식적 주장과 행동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YTN을 '용가리 통뼈 뉴스'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끝까지 열심히 싸우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황혜경 기자 등 YTN 조합원 세 명의 율동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의 율동에 이어 무대에 오른 밴드 '허클베리핀'의 공연은 이날 문화제의 절정이었다. 

 

 

YTN 조합원들과 YTN 지킴이들, 일반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율동을 하는 것을 끝으로 참석자들은 '세번째 YTN과 공정방송을 생각하는 날'을 기약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고 뿔뿔히 흩어지는 가운데 잔잔한 노래 한곡이 흘렀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동지의 손 맞잡고~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어기여차 넘어 주고~사나운 파도 바다라면~어기여차 건너 주자~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 주고~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태그:#YTN, #구본홍, #언론노조, #공정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