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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출범한 군의문사위원회가 올 12월 31일로 문을 닫게 된다. 모두 600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나 10월 말 현재까지 278건의 사건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사위 통폐합' 방침에 따라 군의문사위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이에 반발하며 '군대 안 보내기 운동'을 벌여서라도 끝까지 군 의문사 사건의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오마이뉴스>는 '폐지' 기로에 선 군의문사위의 진로와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본다. [편집자말]
청와대와 국방부는 유가족의 아픔을 아는가 지난 8월 12일 국방부 앞에서 농성을 벌인 군의문사 유가족단체 회원들. 유가족들은 군의문사위의 활동 기한연장과 함께 조사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 청와대와 국방부는 유가족의 아픔을 아는가 지난 8월 12일 국방부 앞에서 농성을 벌인 군의문사 유가족단체 회원들. 유가족들은 군의문사위의 활동 기한연장과 함께 조사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 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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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군대가 죽인 내 아들, 한나라당이 또 죽이냐? 군의문사위 폐지방침 철회하라."

지난 14일 오전 11시 30분. 군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아들의 진실 규명을 위해 한 아버지가 피켓을 들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침묵의 1인 시위'를 벌였다.

올해 예순셋인 이규석씨. 그가 아들을 잃은 건 20년 전이다. 그런데도 이씨는 아들을 가슴에서 지우지 못했다. 육군 제28사단 80연대 2대대 6중대 1소대 소속 이병 이종환(당시 나이 20살). 그는 입대한 지 4개월 만에 사망했다. 부모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군대는 그가 1988년 8월 14일 가정생활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뒤 재수하다 입대한 아들은 면회 갔던 할머니와 삼촌에게 "선임병의 구타와 괴롭힘 때문에 도저히 군대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아들은 색맹에 평발이었다. 현역병 신검 대상자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모름지기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하고, 안 가면 사람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게 가장 가슴 아프다.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굳이 가라고 했던 남편의 잘못"이라고 아내는 원망했다.

"아들이 왜 죽게 됐는지 원인을 따져보고 싶어요. 남들 다 견디는 군대생활을 못 견딜 정도로 심각한 구타와 시달림이었다면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이 사건은 2006년 12월 30일 군의문사위에 진정됐다. 접수번호는 459번이다. 지난 5월 군의문사위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했지만, 조사관은 아직도 배정되지 못했다.

# 장면 2

"군의문사 유가족이에요. 민주당이 좀 도와주셔야죠. 애들 편하게 잠자도록, 네?"
"걱정 마세요. 저도 애들 군대 다 보냈어요. 다리 힘 있을 때 한 군데라도 더 다니세요."
"아유, 고마워요."

"군의문사 유가족입니다. 조사종결 안 된 사건들이 많은데 문을 닫는데요. 도와주세요."
"지금 한나라당이 전반적으로 반대하나요?"
"자유선진당이 많이 좀 도와주세요. 저도 예산이 고향이에요."
"아, 네. 의원님께도 잘 말씀드릴 게요."

"우리 좀 제발 살려주세요. 이건 지금도 발생하는 사건이잖아요."
"네, 네. 저희가 이렇게 오시면 의원님께 전달은 다 합니다."
"군의문사위 연장법안 통과시켜주세요. 한나라당 의원님들이 종기(終期, 종료 시한)가 안 맞다고 분리해야 한다고 했어요."
"네, 네. 제가 잘 정리해서 의원님께 보고하겠습니다."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군의문사위원회 연장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로비하고 있다.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군의문사위원회 연장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로비하고 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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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으로 194일째 출근하는 유가족들

군경의문사 진상규명 유가족협의회(이하 군경 유가협) 김정숙 회장과 이정구 명예회장, 김용례 회원은 14일 오전 벌써 10번째 국회의원실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국회 국방위·법사위·행안위 소속 의원의 이름과 얼굴, 방번호가 적힌 A4 1쪽짜리 자료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을 2층부터 8층까지 샅샅이 찾아 다녔다.

군 의문사위 연장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로비에 나선 지 194일째. 매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해 오후 4시까지 30~50개의 국회의원 방을 순회한다. 일부 보좌관들은 미리 그들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어떤 국회의원을 공략해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정보도 준다.

"군의문사위 법안 통과시킬 때도 이렇게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또 이러고 있네요. 종기(終期) 규정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군의문사위는 별도로 해야 한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했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진실화해위로 통폐합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유가족들은 "자식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대 내 의문사는 요즘도 벌어지는데 그걸 '과거사위원회'에 한 데 합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만료됨에 따라 오는 12월 31일 군의문사위원회를 해체하고, 조사 작업을 완수하지 못한 군의문사 사건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 이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문사위는 지난해 1월 총 600건의 진정사건을 접수하고 10월 말 현재까지 모두 322건의 사건에 대해 조사종결 처리했다. 278건 사건들이 심의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의문사위원회가 해체되면 278건의 사건들은 사실상 역사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죽음이 과거사와 무슨 관계인가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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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군경 유가협 회장은 "십수년간 국방부에 진정해봐야 늘 '자살했다'는 결론뿐이었다"며 "그나마 우리 아들들이 왜 군대에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군의문사위원회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됐다. 이 기구가 해체되면 유가족들은 어디서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 수 있겠냐"고 가슴을 쳤다.

김 회장은 또 "정부와 한나라당은 군의문사위원회를 연장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과거사위원회 통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 애들은 '과거사 문제'와 관계없고, 대부분 군대 안에서 벌어진 구타와 가혹행위·성폭행 등 때문에 죽음을 당한 경우"라고 차별화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진실화해위원회도 접수된 사건 가운데 아직 30%만 조사 종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 의문사위에 남아 있는 278건의 사건이 이관된다 한들 정해진 시간 안에 과연 조사를 해낼 수 있겠냐"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김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억울한 죽음에 눈감는다면 결국 국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침묵... 50일 남은 군의문사위 명운은 예측 불허

올 연말 해체될 운명에 처한 군의문사위원회에 대해 정부는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기구임에도 청와대는 위원회의 운명과 관련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고 있다.

군의문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청와대에서 아무런 공식적 설명이 없었다"며 "적어도 조직 해체 2개월을 앞둔 상황에서는 정부방침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범례인데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14개 과거사위원회를 3개로 통폐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군의문사 사건은 유사기관인 진실화해위로 민원을 승계한다고만 돼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직 해체가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게 답답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군 의문사위는 직원 105명에 매년 50억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민원인이 진정한 사건들에 대해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안 의원은 오는 27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 법안을 상정하고 '군의문사위원회의 2년 연장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자세다.

그는 법안 설명을 통해 "군 복무 중 발생한 각종 사망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관련자의 피해와 명예회복,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한시법으로 제정된 이 법안을 2년 연장해 2010년까지 진정된 모든 사건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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