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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시작된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로 한국경제가 다시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대대적 재정 지출과 세금 감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의 경제정책 약발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엇부터 어떻게 잘못 됐을까. 향후 예상되는 기업 구조조정, 실업증가와 경기침체 심화 등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수 있을까. 14일 국민대에서 열린 '제5회 사회경제학계 공동학술대회'는 국내 진보적 성향의 경제사회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녹색성장론, 대기업프렌들리로 끝날 것"

 

이날 오후 토론회에 나선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밝힌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80년대 개발독재 모델의 잔상과 신자유주의 모델 추구로 모아진다. 물론 이같은 모델은 더이상 불가능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는 선진화"라며 "선진화를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체제로 진화'라고 한다면,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 모델은 더이상 선진화 모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는 제1의 국정방향을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고 했지만, 실제 국민 지지는 폭락하고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유로는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장관 ▲참모들의 인사 실패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 맹종 태도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철폐 등을 꼽았다.

 

게다가 고환율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한 정책 일관성 결여는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초래해 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녹색성장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현 정부를 구성하는 인사들의 성향이나 각 부 장관·참모 등 대부분은 과거 개발독재시절의 성장지상주의·개발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결국 녹색성장론은 녹색에 강조점을 둔 새로운 국가전략이 아니라 대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포크레인식 경기부양'과 대기업 부유층 중심의 감세

 

대대적 감세와 재정지출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이어졌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정부의 재정조세정책으로는 위기 극복도 성장도 어렵다"면서 "오히려 복지정책의 정체로 인한 양극화 심화, 재정적자 악화로 인한 재정건전성 훼손 등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가 이날 내놓은 '이명박 정부의 조세 및 재정정책 평가' 논문을 보면, 정부의 세금 감면의 직접적 혜택은 주로 대기업과 부유층으로 돌아갈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최근 법인세의 과세 표준을 1억에서 2억으로 올리고, 세율도 낮추면서 전체 기업 가운데 90.4%가 세금 감면 혜택과 함께 32만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소득세의 경우도 소득세율을 일괄적으로 2%포인트 내리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정부가 감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면서 "작년 전체 기업  가운데 0.1% 대기업이 법인세 세수 61%를 낸것만 봐도 법인세 인하 혜택은 고스란히 대기업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소득세 역시 마찬가지다. 전 소득 구간에 걸쳐 일률적인 세율 감소는 소득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훨씬 더 많은 세금 감면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밖에 상속-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역시 고소득·부유층을 위한 감세일 뿐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감세의 후폭풍은 복지부문의 축소와 공공부문의 민영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종석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공인회계사)는 "정부가 밝힌 내년도 예산을 보면, 감세로 인한 복지부문의 축소가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정부가 복지예산으로) 6조원을 쓴다고 하지만, 실제 확대된 복지 예산 규모는 1조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재정악화를 메우기 위해 예산절감을 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상수도와 전기·가스 등 각종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예산절감의 주요 방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기존 정책을 뛰어넘는 한국형 제3의 길, 뉴-뉴딜(New New Deal)로

 

이밖에 대대적 재정지출에 대해서도 경기후퇴기에 적절한 선택일 수 있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건설사업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 침체기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국민 세금을 쏟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를 위한 '포크레인식 경기부양'을 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감세정책으로는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이룰수 없다는것을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보여줬다"며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감세보다는 식어버린 아랫목을 직접 데우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와 함께 이날 토론회에 나선 대부분의 학자들은 현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김형기 교수는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한국형 제3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금융주도의 경제가 아니라 지식주도의 경제로 나아가는 혁신주도 동반성장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경제정책 기조와 함께 역점두어야 할 10가지 핵심 정책을 제시했다. 그가 내놓은 정책은 ▲금산분리 완화가 아닌 금산분리 견지 ▲부유층을 위한 감세가 아닌 중산과 서민층위한 감세(종부세 완화 중단) ▲'재산소득 증세-근로소득 감세' 정책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과 책임성 확대 ▲국가균형 발전과 지역혁신 정책의 강화 ▲지방으로의 획기적인 권한이양과 자원분산 ▲연구개발과 인적자원 개발 투자의 균형적 지원 ▲국영기업의 민영화대신 지배구조 개선 합리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실현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상 강화 등이다.

 

그는 "이런 정책은 '한국경제 제3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보수정권 이명박정부가 이러한 길로 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선 이같은 방향으로의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태그:#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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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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