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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혼'을 팔았기 때문일까? '영혼없는 공직자'들이 세트로 사고를 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영선 세제실장이 그들이다. '리-만(이명박-강만수) 브러더스'에 이은 새로운 콤비의 탄생을 예고한다.

 

나는 5일 '정치 톺아보기' 칼럼에서 국회 대정부질의 도마에 오른 '영혼없는 공직자'의 사례로 두 사람과 김하중 통일부장관, 그리고 한승수 총리를 들었다. 그런데 강만수·윤영선, 두 사람이 이튿날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사고를 친 것이다.

 

강만수 장관은 6일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종부세 위헌소송의 결론을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묻자 "헌재와 접촉해본 결과, 일부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해 파문을 일으켰다.

 

▶ 관련 기사 : '영혼이 없는' MB 정부 사람들

 

강만수 "위헌심판 결정 앞두고 헌재와 접촉했다"

 

강만수 장관 '조사 받으세요' '강만수 헌재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빚은 가운데 7일 속개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로부터 여야 합의로 구성된 합동진상조사위원회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3일 종부세 위헌심판 청구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니 야당으로서는 당연히 정부가 헌재에 압력을 넣었고, 헌재는 심리가 진행 중인 사안의 관련 내용을 정부 측에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만했다.

 

그로 인해 경제분야 대정부질의는 이틀 동안 파행을 거듭했다. 7일 오전 원내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강 장관의 헌재 관련 발언, 진상조사위원회(한나라당 6-민주당 4-선진창조모임 2)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11일부터 18일까지 유례없는 헌재 관련 발언 진상조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실제 접촉을 했는지 아니면 실언이었는지, 그리고 접촉했다면 그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은 앞으로 진상조사위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의혹과 파행의 발단을 한나라당 의원과 강만수 장관 스스로 제공했다는 점이다. 6일 대정부질의 속기록을 확인하면 이렇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

 

최경환 "지난 국정감사 때 본 의원의 질문 과정에 종부세는 '시대의 아픔이다'고 했는데 지금도 동의합니까?"

강만수 "예, 종부세가 많은 문제가 있고, 또 종부세 내는 사람한테는 너무나 가혹하다는 그런 입장에서 시대의 아픔이 아닌가 그렇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최경환 "오늘인가요? 오늘 종부세 위헌 판결이 나오도록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13일, 오늘 예정되어 있는 것이지요?"

강만수 "예, 13일입니다."

 

최경환 "대체로 어떤 판결을 예상하고 있나요?"

강만수 "현재 우리가 헌재와 접촉을 했습니다마는 확실한 전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는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마는…."

 

'헌재 접촉' 발언 실언일까, 사실일까

 

두 사람이 종부세를 갖고 '시대의 아픔' 운운한 것도 웃기지만, 두 사람은 '오늘'이 6일인데도 굳이 오늘이 13일이라고 우기면서 '오늘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오죽 종부세 위헌 결정이 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면, 이런 축시법(縮時法)을 썼을까 싶다. 아니면 영혼을 팔아 정신도 함께 나간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이것을 보면 '실언'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강 장관에게 사실 여부를 재확인한 속기록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이 직접 윤영선 세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정희 "종부세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선고가 임박했다.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 기획재정부의 어느 분이 헌재의 어느 분을 만나서 어떤 말씀을 들었나."

강만수 "세제실장과 담당국장이 우리 의견을 제출하고, 우리가 발표한 종부세 개정 이유, 종부세 관련 통계자료를 달라고, 그쪽이 요청을 해서 가서 제출하고 설명을 했다고 보고를 들었다. 그런 과정에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 그런 보고를 받았다."

 

이정희 "어느 분을 만나서 언제 말씀을 들었다는 겁니까."

강만수 "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한테서 보고를 받았다. 제가 직접…"

 

이정희 "헌법재판소의 어느 분을 만났다고 들었나요."

강만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지만 주임재판관이라는 정도만 들었다."

 

윤영선 세제실장 "종부세 부담 과하지 않다"→"과도하다"

 

윤영선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2006. 4~2007. 5)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국정브리핑>에 '종부세 부담 과하지 않다'는 글을 기고해 한나라당의 종부세 완화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주택 시가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인 시가대비 실효세율의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부담하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의 실효세율은 0.5% 수준입니다. 이는 미국(1.0~1.5%), 일본(1.0%), 캐나다(1.0%) 등 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6월 이희수 세제실장 때만 해도 재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도세·종부세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불변 입장 때문인지 지난 8월 강 장관은 올해 3월에 부임한 이희수 실장을 5개월 만에 IMF 파견으로 전격 교체하고 그 자리에 윤영선 조세정책관을 앉혔다.

 

그리고 지난 9월 23일 윤영선 세제실장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브리핑하면서 "우리는 소득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서울시의 경우 7~8% 수준으로 뉴욕 5.5%, 도쿄 5%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종부세제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라고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말이 달라지기는 강 장관도 마찬가지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강 장관은 자신의 책에서 자산편중 문제의 심각성과 '선진국의 재산세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산세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장관으로 취임하고 나서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재정부는 지난 8월 25일 장관 명의로 종부세에 대해 '합헌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가 두 달 만에 이를 철회하고 역시 같은 장관 명의로 '위헌 의견서'를 냈다. 각각 '합헌'과 '위헌'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모두 강만수 재정부 장관 명의로 제출했으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아할 수밖에 없다. 헌재 접촉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헌재로서는 같은 사람이 낸 상반된 의견서를 제 정신으로 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종부세 의견 제출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고 정책기조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재판을 앞두고 정부가 이처럼 단기간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재판에 이해당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국세청은 재정부와 달리 합헌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의 '오럴 해저드'와 버라이어티한 사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재정부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떠한 형태로건 헌법재판관을 접촉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윤영선 세제실장 등이 헌재를 방문해 헌법연구관을 면담(10. 23)하고 종부세 의견서 제출의 배경을 설명한 것을 강 장관이 주심재판관으로 잘못 말했다는 것이다.

 

또 '위헌판결을 예상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강 장관이 재정부 고문변호사의 의견을 세제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을 토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헌재 측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들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연구관도 자료 수집과 판례 연구 등을 통해 헌법재판관의 심판결정을 보좌한다는 점에서 '헌법재판관을 접촉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해명으로 의혹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인지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7일에도 "강만수 장관의 발언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라고 공세를 폈다.

 

설령 실언이라고 해도 문제다. 신뢰의 위기를 부추기는 그의 '오럴 해저드'와 그가 저지르는 '사고'가 최 대변인의 말대로 '버라이어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만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최 대변인의 촌평이 그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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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