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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동안 무안군 달머리 주민들은 행사장 야외공연장에서 마당극 '갯바람'을 올려 외국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람사르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동안 무안군 달머리 주민들은 행사장 야외공연장에서 마당극 '갯바람'을 올려 외국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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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갯벌을 휘감고 달머리 마을을 스쳐 맞은 편 갯벌로 넘어간다. 지구가 따뜻해진다고 시끄럽지만 겨울 갯살림을 꾸리는 어민들은 몸도 마음도 춥다. 기름 값은 내릴 줄 모르고 낙지와 바지락 등 수산물 값이 너무 싸다. 무안 갯마을 가을에 낙지를 잡고 봄 여름에 바지락을 팔아 겨울을 난다. 황토밭에는 마늘과 양파농사를 지어 생활한다.

바다 건너 맞은 편은 '돌머리' 즉 석두마을이다. 달머리와 돌머리 사이에 형성된 내만형 갯벌과 바다를 함해만이라 부른다. 함해만 갯벌은 무안 현경면과 해제면의 무안갯벌과 함평군 엄다면, 함평읍, 손불면 함평갯벌 그리고 연안으로 둘러싸인 폐쇄형 갯벌이다. 도리포와 손불 사이 바다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넓은 갯벌과 갯골이 있다. 함해만을 빠져 나가면 칠산바다다. 조선시대 팔도 어선들이 모여들어 조기를 잡아 돈을 실어 날랐다는 어장이다.

모래밭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펄 밭인 월두마을 포구에 막 캐온 바지락이 쌓여있다. 후덥지근한 갯바람이 몰려온다. 마을에서 작업한 바지락을 중간상인에게 판매하고 있다. 월두마을은 사방이 바다와 갯벌이다. 마을 동쪽 갯벌에는 바지락 밭이 있고, 낙지가 많다. 북서쪽 갯벌은 굴밭이다. 겨울철에는 온통 감태 밭이다. 그리고 함평 돌머리 사이 갯골에는 숭어, 전어, 병치, 민어 등 철따라 고기가 들어오는 풍성한 바다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숭어·전어·민어·농어·짱뚱어·문절망둑·밴댕이·장대·병어·실뱀장어 등 22종, 갑각류로 대하·보리새우·꽃게·젓새우 등 5종, 연체동물로는 낙지·주꾸미, 패류로는 굴과 바지락 등 6종, 해조류는 김과 파래, 갯지렁이도 잡히고 있다.

우니라라 최초 갯벌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달머리 갯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무안갯벌은 달머리 사람들에게 바지락을 준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무안갯벌은 달머리 사람들에게 바지락을 준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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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갯벌에서 낙지잡는 체험을 하고있는 아이들
 무안갯벌에서 낙지잡는 체험을 하고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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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환경올림픽 '람사르총회(10월28일~11월4일)'가 개최되는 창원 컨벤션센터 앞 전통문화마당, 무안 월두(달머리) 마을 주민들이 들떠있다. 양파작업으로 바쁘지만 마을주민 30여명이 만사를 제쳐놓고 버스를 빌려 창원에 왔다. 생태지평연구소와 목포 극단 갯돌의 도움을 받아 3월부터 준비한 마당극 '갯바람' 때문이다.

큰 함지박을 이고 엉덩이춤을 추다 게도 잡고, 가리맛도 잡는다. 화장실이 없는 펄밭에서 일을 보는 아낙의 해학적인 몸짓, 가래로 낙지를 잡는 남정네와 나누는 풍자.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일본인, 이란인, 케냐인 등 외국인들이 마당극에 푹 빠졌다.

달머리 갯벌은 2001년 우리나라 최초 연안습지보전지역으로 2008년에는 마침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아쉬운 점은 같은 생태계권에 속한 함평갯벌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람사르 습지가 뭔지 몰랐다. 다만 국가가 보전하다고 하고, 람사른가 뭔가로 지정됐으니 정부가 뭔가 해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마당극만 해도 그랬다. '이런 것이 뭔 볼 것'이라고 시큰둥했다. 그런데 벌써 여섯 번째 공연을 올렸다.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변하고 있다. 갯벌에 묻혀 부끄럽게(?) 살아온 삶이 괜찮은 삶이었다는 '자존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민들은 1980년대까지 대부분 김 양식을 해 먹고 살았다. 지금은 바지락 등 패류와 낙지잡이 등 맨손어업이 활발하다. 무안갯벌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함해만(35.6) 외에 탄도만, 청계만이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세 번째로 넓은 갯벌 면적을 가지고 있다.

풍요로운 갯벌 잘 보존하는 것이 남은 과제

바지락, 칠게, 짱뚱어와 함께 인간도 갯벌에 기대어 사는 갯벌생물이다.
 바지락, 칠게, 짱뚱어와 함께 인간도 갯벌에 기대어 사는 갯벌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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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머리 갯벌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고 있는 주민
 달머리 갯벌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고 있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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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해만은 시화호와 새만금 덕분에 갯벌을 오롯이 보전할 수 있었다. 사실 영산강 4단계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었다면 함해만은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시화호 담수화 계획 실패, 새만금 논쟁 등으로 시민들의 갯벌 인식과 환경의식도 크게 향상되었다. 영산강 4단계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이러한 사회변화와 지역시민단체, 주민, 관련기관의 대화가 만들어낸 성과였다.

무안갯벌은 육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 갯벌보전정책 모델로 알려진 와덴해사무국 사무총장도 축복받은 곳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가치가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무안갯벌에 접한 용산마을에 갯벌방문객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달머리에는 체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순천만처럼 넓은 갈대밭과 칠면초군락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무안반도, 자연해안선, 황토밭, 구릉 그리고 바다에 잠길 듯 골골이 자리한 마을과 주민들 모두 그대로 명소다.

이제 마을을 가꾸고 풍요로운 갯벌과 바다를 현명하게 이용하고 잘 보전하는 일만 남았다. 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이 일은 가능하다. 갯벌이 밥을 먹여 줘야 주민들은 움직인다. 단순히 갯것들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안갯벌, #람사르총회, #함해만, #달머리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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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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