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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에 등 대고 누우면 등어리가 자글자글 해오지요.
 구들방에 등 대고 누우면 등어리가 자글자글 해오지요.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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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잠을 잤다.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한 걸 보면 곯아 떨어졌었나 보다. 어젯밤에 볼 일이 있어 서울에 잠깐 다녀왔는데, 야간운전을 해서 그랬는지 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눈을 떠 보니 아침이었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잠을 잘 자고나면 그 다음날이 거뜬하다. 맛있는 잠을 자려면 우선 잠자리가 좋아야 한다. 시끄럽거나 주위가 안정이 안 되면 잠을 자도 잔둥 만둥이다. 그 다음에 이부자리도 좋아야 한다. 맨살에 닿는 이부자리 감촉이 좋으면 기분좋게 잠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자는 잠은 깊고 달콤하다.

그리고 또 있다. 어디에서 자느냐도 중요하다. 딱딱한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또 다른 조건이 나에겐 필요하다. 어느 방에서 잠을 잤느냐에 따라서 그 다음날 아침이 달라진다.

깊고 달콤한 잠을 자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아이들이 다 떠나고 우리 부부 둘만 남게 되자, 빈 방들도 따라서 남았다. 애들이 지내던 방 두 개가 고스란히 빈 방으로 남았다. 애들 방은 사랑채에 있으니 자연 사랑채는 유명무실한 장소로 변했다.

애들이 있을 때는 아래채 위채를 다 사용했다. 우리 집은 위채에 방이 두 개고 아래채에 방이 세 개니 방만 해도 도합 5개다. 거기에 아래채 위채 모두 거실이 있고 또 위채에는 주방까지 있으니 실제 우리집 방 개수는 8개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겨울철이면 연료비가 만만찮게 들었다. 우리 집 가계에 제일 큰 부담을 준 게 연료비였던 것 같다.

기름값을 아껴보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썼다. 안 쓰는 방의 밸브를 잠궈두는 건 물론이고 나무와 기름을 같이 땔 수 있는 겸용 보일러를 설치해서 기름값을 줄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나은 방법은 역시 구들방에 불을 때서 잠을 자는 거였다.

원목 값이 올라서 이제는 이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원목 값이 올라서 이제는 이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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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시골집이라서 원래는 방마다 다 구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오래 비워놓은 집이라서 그랬는지 구들이 내려앉은 방도 있었다. 이사와서 집을 수리할 때 우리는 구들의 효용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려앉은 구들은 다 걷어냈다.

그래도 방 하나는 구들방으로 남겨놓았다. 위채 작은 방은 구들방 그대로 놔두었다. 그랬더니 겨울만 되면 이 방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한겨울에는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때줘야 하지만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저녁에 한 번만 불을 때주면 방이 아침까지 자글자글 끓는다. 그 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자고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몸이 묵지근할 때면 일부러 요를 걷어내고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기도 한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해졌다.

구들방에 등대고 자면 피로회복제 필요없다

어젯밤에도 서울 갔다와서 바로 구들방에 누웠다. 미리 깔아둔 이부자리는 따뜻했고 포근했다. 요 밑에 손을 넣어보니 역시 자글자글 끓는다. 행복감에 쌓여서 이내 잠이 들었다.

땔나무가 있고 구들방이 있는 이상 기름값이 올라도 큰 걱정 안 해도 된다. 땔나무가 있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좋은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땔나무를 공급해주던 곳에 문제가 생겼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무를 갖다주던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 때나 괜찮으니 나무 있으면 좀 갖다달라고 그랬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는 말이 요즘 작업이 없어서 나무가 없다는 거다.

원래 우리는 산판의 참나무를 사다 때곤 했다. 그런데 나무를 베는 곳을 알아서 사는 문제도 만만찮았지만 나무값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통나무 그대로 갖다주기 때문에 그걸 또 일일이 톱으로 잘라서 도끼로 쪼개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선택한 것이 바로 목재소에서 버리는 죽떼기 나무를 사다 때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제재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버리자 그 역시 그만이었다.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구할 길이 묘연했다. 나무 타령을 하면 친구들은 그런다.

"산에 전신에 나문데 그거 베다 때면 되지 뭘 걱정해?"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하려면 엄청난 일이다. 누가 어느 세월에 그 나무를 베서 장작으로 만든단 말인가. 직장에 몸을 바치는 남편이 그걸 한다고? 안 될 말이다. 각자 하는 분야가 다르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어느 세월에 나무를 베서 장작으로 만든단 말인가. 

궁하면 통한다더니 아는 이가 소개를 해줬다. 가구 만드는 공장에서 나오는 허접한 쪼가리 나무들을 갖다주겠다는 거다. 어차피 그 공장에서도 치워야 할 물건이고 또 우리는 땔감으로 필요한 나무니 서로가 잘 맞았던 거다.

그래도 사람을 사야 되고 차를 빌려야 되니 공짜는 아니다. 그래도 다른 연료에 비하면 싼 편이다. 더구나 쪼가리 나무라서 톱으로 자른다거나 도끼로 팰 필요도 없다. 그냥 아궁이에 집어 넣어주기만 하면 되니 일이 없어서 참 좋다.

이거 두 뭉치면 올 겨울은 문제없다.
 이거 두 뭉치면 올 겨울은 문제없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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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 사야 하나? 영 찌뿌둥한데...

이것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경제 한파로 가구 공장에 일거리가 없단다. 더구나 원목값이 올라서 나무로 가구를 만들지 않고 집성목으로 가구를 만든단다.

그러니 걱정이다.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 가서 나무를 구한단 말인가. 가을은 점점 깊어 가고 하루가 다르게 날은 추워지는데 구들방에 땔 나무가 없어 전기장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다.

전기장판을 깔고 자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하다. 전자파가 내 온 몸 속으로 흘러들어갈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면 몸도 찌부덩하고 목도 뻣뻣하다. 코드만 꼽으면 되니 편하고 좋긴 한데 몸이 영 찌뿌드드하다. 개운한 아침을 맞기 위해서는 구들방에서 자야 되는데, 어디서 나무를 구한다지?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나무가 있다"며 전화가 왔다. 이제 됐구나. 올 겨울도 따뜻하게 잘 지낼 수 있겠구나. 많이도 필요없다. 두 뭉치만 있으면 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인건비랑 용달비 포함해서 7만원만 있으면 구들방을 데울 수 있다.

우리집 겨울 채비는 나무를 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무만 구하면 겨울나기는 걱정 없다. 다시 경제가 살아나서 가구 공장에 일감이 많아지고 더불어 우리집도 나무 구할 걱정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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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땔감, #구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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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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