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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시위장소까지 지정해 주겠다고 나섰다.

 

28일 경찰청은 평화적 시위를 원하는 단체에 발언대와 플래카드 거치대, 화장실 등 시위에 필요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곳인 '평화시위구역'을 지정하여 발표했다.

 

평화시위구역은 서울 마로니에공원과 여의도 문화마당,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 대구 국채보상공원, 인천 중앙공원, 울산 태화강둔치, 광주 광주공원 아랫광장, 대전 서대전 시민공원 8개 구역이다. 이들 구역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여섯 달 동안 시범 지역으로 운영된다.

 

언뜻 보면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촛불집회를 강제 진압에 대하여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촛불 시민들에 대한 과잉진압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을 '경고' 조치하라는 권고를 받아 들여 그동안 해왔던 강제 진압 방식을 바꾸고 정부 비판 집회까지 인정하는 대책으로 보이지만, 아니다.

 

경찰청이 평화시위구역을 도입한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다. 평화시위구역은 지난달 발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에서 나왔다. 집회 성격을 불문하고 집회를 인정해 주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선진화의 조건에 맞는 집회를 인정하겠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평화시위구역을 지정한 경찰 의도는 지정 목적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경찰은 "평화시위구역은 주최자가 양해각서(MOU) 체결 등 준법집회를 약속하면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집회 개최에 불편이 없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했다.

 

지금도 허가받지 않는 집회는 불법이다. 하물며 MOU까지 체결하고 준법을 약속하면 평화시위구역에서 집회를 인정하겠다는 논리는 경찰이 집회 방법까지 결정하고 집회 성격까지 규정하려는 생각이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자들의) 요구사항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면담이나 서한문 전달을 주선해 주고 홍보를 위해 언론사에 취재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집회 목적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면 경찰이 언론사에 취재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가경쟁력과 집회 선진화 방안을 위하여 평화시위구역을 지정 목적이 정부 비판 집회는 아무리 평화집회라 할지라도 집회를 허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평화시위구역 지정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 주최 측과 시민들을 분리시켜 집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야간집회를 불법을 규정한 집시법이 위헌 판단 여부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집회 장소까지 경찰이 지정한 구역에서 가져야 한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다. 집회와 시위는 어느 장소에서도 열 수 있어야 한다.


태그:#평화시위구역,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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