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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들어왔습니다. 말할 것 없이 예의를 잘 지키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란 뜻입니다. 이 말의 출처가 중국으로부터이기에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대국으로 섬기는 소인 나라란 의미를 부여해 쓴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출처에도 불구하고 그 뜻은 분명합니다. 예의를 존중하는 국민이란 뜻입니다. '예의'란 남에 대한 배려의 마음입니다. 부모가 되었든 이웃의 웃어른이 되었든, 심지어는 자신보다 나이어린 사람에게까지, 한국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특출하다는 얘기입니다.

문화업무를 총괄하는 문화부의 유인촌 장관의 막말

지난 24일 문광위에서 기자들을 향하여 “사진 찍지 마, 에이 씨~ 찍지마!”라고 말했습니다.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며 정말 성질 있는 말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YTN화면캡쳐
▲ 유인촌 장관 지난 24일 문광위에서 기자들을 향하여 “사진 찍지 마, 에이 씨~ 찍지마!”라고 말했습니다.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며 정말 성질 있는 말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YTN화면캡쳐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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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많다 보니 ‘체면문화’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체면문화’ 역시 ‘겉치레문화’라는 단점을 나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의 체면을 세워줄 줄 아는 배려의 문화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 배경을 깔고 있는 한국의 정부산하 기관의 장관과 차관의 비문화적이며, 비한국적인 태도는 좀 집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다른 정부산하기관의 책임자들이라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문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정부기관의 장관과 차관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취재 기자들을 향하여 안경을 집은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사진 찍지 마, 에이 씨~ 찍지마!”라고 말했습니다.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며 정말 성질 있는 말들을 쏟아 부었습니다.

물론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추궁에 성질이 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게 원래 국감장의 풍경이 아닙니까. 하지만 국감장에서 일어나 손을 치켜들며 온갖 성질이 다 드러나는 치켜뜬 눈으로 그런 막말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어디 문화체육관광장관이 한 언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문화부 장관이니까 우리 문화인 ‘동방예의지국’의 윤리를 한 몸에 다 지라고 하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문화부를 책임진 장관이라면 그런 정도로 막말하는 지경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문화업무를 총괄하는 문화부의 신재민 차관의 팔짱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유인촌 장관과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시작을 기다리며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유인촌 장관과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시작을 기다리며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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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국정감사장 풍경도 유 장관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여야의원들 모두 신 차관의 무례한 태도를 질책했습니다. 신 차관은 24일 문화부를 상대로 한 국회 문방위 국감에서 롯데호텔 조찬모임의 참석에 대하여 묻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질문에, 팔짱을 낀 채 대답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신 차관의 그런 태도에 대하여 전병헌 민주당 간사가 “신 차관! 팔짱 푸십시오”라며 팔짱을 풀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신 차관은 “이 자세가 불편하십니까”라고 반문할 정도였습니다. 분위기가 험해지자 잠시 팔짱을 풀었다 다시 팔짱을 끼는 등 피감기관 증인의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도 “팔짱 낀 자세는 별로 보기 좋지 않다. ‘이 자세가 불편하냐’고 말한 것도 부적절했다”며 “겸손해야 한다”고 질책할 정도였으니까요. 피감기관이기에 무조건 허리를 조아리고 비굴한 듯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회에 대한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회는 바로 국민입니다. 정부의 기관들은 모두 국민을 섬기기 위해 있는 기관들입니다. 그런 기관의 책임자들이 국민의 감사를 받는 자리라면 더욱 낮아지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게 당연합니다.

나의 입장과 남의 입장은 다른 것인가

유인촌 장관의 언행에 대하여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그 처신과 행동에 대해서 '본인이 기분 나빴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으로 해명과 사과가 되느냐"고 추궁하자, 유 장관은 위원장에게 “비록 증인으로 나와 있지만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이어 의원들에게 한 말이 아니고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유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의원들에게는 그런 막말과 성질내기가 안 되는 것이고 기자들에게는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사람은 감정적 대립으로 인하여 성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이라고 다르겠습니까. 하지만 유 장관의 논리는 자가당착입니다. 나의 입장이 성질날 정도라면 남의 입장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자들에게는 되고 의원들에게는 안 된다는 논리는 무엇입니까.

적어도 문화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에서 이런 역리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나의 입장일 때는 참을 수 없고 남의 입장일 때는 괜찮다는 말이 됩니다. 자신은 인격적 대우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남(기자)은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한다면 그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신재민 차관 역시 “이 자세가 불편하냐”는 식의 감정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팔짱을 끼고 감사를 받는다는 게 한국인의 정서나 예의와는 동떨어진 행동입니다. 그러고서도 변명과 감정적 언행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스스로 국민 섬기기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태그:#유인촌, #신재민, #문광위,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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