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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가 22일 오후 4시 신도림역 광장에서 파견·용역·사내 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간접고용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했다.
 '2008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가 22일 오후 4시 신도림역 광장에서 파견·용역·사내 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간접고용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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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공공노조·기륭네티즌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으로 구성된 '2008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가 22일 오후 4시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광장에서 파견·용역·사내 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간접고용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했다. 

파견·용역·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내에서도 '하급'에 속한다. '2년 주기 해고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비정규직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데다,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 차별 등에 시달리는 그들이 그간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GM대우 사내하청 노동자, "지난 1년 간 벽 보고 투쟁하는 느낌이었다"

GM대우 해고 노조원인 이준삼씨가 지난 2월 27일 마포대교 여의도 방향 다리 중간 지점에서 다리 난간에 매달려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구조대원이 줄을 타고 내려오자 한강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GM대우 해고 노조원인 이준삼씨가 지난 2월 27일 마포대교 여의도 방향 다리 중간 지점에서 다리 난간에 매달려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구조대원이 줄을 타고 내려오자 한강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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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부평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이영수씨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벽에 붙여놓은 '일하다가 죽겠다'는 문구에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웃음을 친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의 반도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격리된 느낌이다. '주야 맞교대'로 일하면서 공장에만 매여 있다. 정규직들이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으면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특근을 한다. 말할 때 자율적인 선택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상 '배당' 받는 거다. 그렇게 일하는데도 월급은 150만원에서 2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해 9월 비정규직 지회를 만들었다. 상황은 그때 시작됐다. 노조 설립을 알리는 선전전을 할 때는 노무팀으로 구성된 '구사대'가 몰려들어 플래카드와 유인물을 찢고 폭력을 행사했다. 불과 한 달 만에 35명을 해고시키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그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웠다. 부평구청역 CCTV 관제탑 위에서 165일이나 고공농성을 벌였고, 한강대교 교각 위에 올라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마포대교에선 한겨울에 강물로 몸을 던지기도 했다. 처절하게 싸워 일부 조합원들은 복직됐다. 그렇게 싸운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남았고, 공장 안에서도 여전히 폐업 운운하는 원청의 태도는 여전하다.

이씨는 "인건비 저렴하고 관리하기도 쉬운데 자르기까지 쉬우니 사내하청 구조가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점점 노동자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파견업체는 중간착취구조를 통해 노동자들의 피를 빨고 있는데 정작 간접 고용 노동자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하청업체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발뺌하고, 원청에 개선을 요구하면 해고 등으로 돌아온다. 우리 편이어야 할 노동부마저 '우리가 힘없는 것 알지 않느냐'고 발뺌한다. 지난 1년 간 벽 보고 투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이제 분신밖에 남지 않았다고 조롱받아"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앞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부상당한 농성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앞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부상당한 농성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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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전용철씨는 정규직 관리직들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20년이 넘게 일해도 연봉이 2천만원을 넘기 힘들다. 반면 정규직들은 비정규직들의 정당한 노동대가를 가로채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다. 퇴직자들이 하청 및 도급업체의 임원으로 내려와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정규직 사우회가 출자한 도급회사는 비정규직의 임금에서 돈을 떼어와 다시 자기들이 그 수익을 차지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GM대우 부평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피를 흘리며 싸웠다. 2007년 6월 회사의 직접고용 회피에 반발하며 시작한 파업부터 단식, 고공농성, 삼보일배 가리지 않고 투쟁했다. 증권선물거래소 로비 점거 농성 때는 경찰로부터 폭행까지 당했다. 22일자로 파업에 나선 지 407일이 되지만 역시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서울남부지법이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74명이 코스콤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66명이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던 회사는 항소로 대응했다. '사장직이 공석'이란 이유로 교섭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전씨는 "이제는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에 정규직들이 몰려와 '이제 분신밖에 남지 않았다, 분신하라'는 악랄한 글을 남기기도 한다"며 "이는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한탄했다.

"과연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 있는 모두가 고공농성·단식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착취의 대상도, 일회용품도 아니다.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겨 이용하려 한다."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 "노조탈퇴 협박하는 업체가 노동부 지정 우수기업?"

지난 17일,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하자, 용역직원들이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하자, 용역직원들이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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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 박정화씨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의 속성을 비판했다.

박씨는 이날 지하철에 붙어 있는 광고 문구를 하나 적어와 증언대회에 모인 이들에게 소개했다. 광고에는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했던 파견업체가 '노동부 지정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자신들이 "옆에 있어 든든한 친구"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 우리가 고된 노동을 하는 동안 그들이 언제 옆을 든든히 지켜줬나? 단지 우리 노동의 대가를 착취해가기만 하지 않았나. 파견업체는 인신매매단이다."

비단 파견업체만이 아니다. 병원도 파견업체와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30일자로 계약이 해지된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 28명은 길게는 4년에서 짧게는 2년 동안 병원에서 간호조무업무를 봐 왔다. 사실 간호보조업무는 "계절적이거나 일시적 필요에 의한 업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군가 해야 할 상시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이 정규직을 사용한다.

그러나 강남성모병원은 지난 2004년 이후부터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간호보조업무에 투입했다. 그리고 2004년 이후부터는 이들을 파견업체로 넘겼다. 이번 계약해지 사태도 병원 식당을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던 정규직들을 이들의 업무로 밀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기간제로 사용하다가 파견제로 전환한 후 계약해지하는' 최악의 비정규직법 악용사례인 셈이다.

박씨는 지난 10월 1일 병원로비에서 농성을 벌이다 '구사대'에 의해 끌려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눈에 실핏줄이 터질만큼 울었다.

"너무나 끔찍했다. 밥도 같이 먹고 '한 식구'라며 친하게 지내던 수간호사들이 앞장서고 보안팀장 등 얼굴을 맞대고 지내던 이들이 동료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몸이 사정없이 떨렸다. 우리끼리 힘을 모아도 될까 말까인데..."

공고한 자본과 권력의 벽 뚫기 위해선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연대 중요해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신도림역 광장 육교에 이랜드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플랑카드를 걸고 있다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신도림역 광장 육교에 이랜드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플랑카드를 걸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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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의 파견노동자들도 GM대우, 코스콤의 노동자들과 같이 오랫동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 2일 강남성모병원은 행정동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해고 파견노동자들을 상대로 '점유 및 사용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8일만에 "불법이다, 변호사도 필요없다", "정규직을 시켜주면 데모하려는 것 아니냐"며 사용자 편향적인 심리를 진행한 후 심문을 종결했다. 

법적인 도움도 기대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는 이상 이들의 싸움도 지난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강남성모병원 파견노동자들은 지난 13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또 다시 철탑에 올라가고 곡기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김종호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간접고용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투쟁해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견법은 원청사용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꼼짝 못하게 묶는 현대판 노예제도다. 법 개정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쳐 힘을 만들어야 한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연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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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간접고용,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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