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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가마구이에 7분여 구워진 고기를 썰어서 불판위에 살짝 구워서 먹는다. 육즙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황토가마구이에 7분여 구워진 고기를 썰어서 불판위에 살짝 구워서 먹는다. 육즙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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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워진 삼겹살을 깻잎이나 상추에 올린다. 마늘을 쌈장에 찍어 또 올리고 매콤한 고추나 파채도 올린다. 그리고 소량이라도 밥을 더해 먹는다. 이게 제대로 된 삼겹살의 맛이다. 이렇듯 삼겹살을 먹을 땐 반드시 쌈에 필요한 식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쌈장이나 마늘 고추 같은 게 차려지지 않는 집이 있다. 다른 집 같으면 뭐 이런 무례한 삼겹살집이 다 있나? 라고 손님의 불평이 이어질 만도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불평불만 없이 잘들 먹는다. 다른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맛객(나) 역시 오~ 이맛이야 이맛!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그만 식욕에 대한 컨트롤이 망가지고 말았다.

비결은 황토가마때문이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황토가마에 과연 어떤 비결이 숨어 있기에 고기를 고기 이상의 맛으로 탄생시키는 걸까? 황토가마는 쉽게 화덕이라고 보면 된다. 황토가마를 개발한 (주)강산해푸드 한성열 상무에게 황토가마시스템에 대해 들어보았다.

"황토가마는 진흙과 참숯으로 구성된다. 40도씨의 내부온도에서 대류, 복사 95% 직화 5%와 숯 위로 떨어진 지방이 타서 연기로 자연 순환되는 훈제방식이다. 2~2.5cm 두께의 고기의 절단한 면을 순감 피막형성 시키고, 7분 전후의 빠른 시간에 고기를 익혀 육즙이 유지된다.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타지 않는 초벌구이 형식이다."

육즙 풍부한 황토가마구이

황토가마구이에 돼지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황토가마구이에 돼지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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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삼겹살의 두께가 5mm 안짝인 것을 감안하면 황토가마의 고기는 다섯 배 이상 두꺼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익히는 시간은 별 차이가 없으니 고기의 육즙이 고스란히 보전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기가 보드랍고 담백하다
 고기가 보드랍고 담백하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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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말은 없다. 직접 맛을 보면 안다. 마치 스테이크를 미디엄으로 먹듯 풍부한 육즙은 이게 정녕 돼지고기란 말인가? 절로 의문을 갖게 할 정도이다. 육즙이 가득하니 고기의 부드러움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대는 혹, 유년시절에 시골에서 자랐다면 아궁이에 굽는 고기의 맛을 기억하는가? 고기가 아니라도 좋다. 밥을 짓고 나서 뜸 들이는 불에 갈치나 고등어를 구워 봤는가? 것도 아니라면 김을 구워봤는가? 그 맛을 모르면 어디 가서 고기구이나 생선구이 말을 꺼내지 말지어다.

맛객이 생각하기에 황토가마구이의 원조는 바로 아궁이가 아닌가 싶다. 고기의 하단만 익혀지는 게 아니라 아궁이의 온도로 인해 전체가 동시에 구워지는 시스템. 거기에 기름이 떨어지면서 피어나는 연기로 인해, 고기나 생선의 잡내를 없애주는 과학적인 맛은 오래오래 기억되고 있다.

그 유년시절의 맛을 황토가마구이에서 찾았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하지만 실제 맛을 보면 그 말이 과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렇기에 이 집에서는 상추나 깻잎 등 쌈에 싸서 먹는 것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야박하게 소금에 고기만 먹게 하진 않는다.

고추냉이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고추냉이는 항암 항균효과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추냉이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고추냉이는 항암 항균효과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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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고기를 더욱 효과적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나름의 설계를 해 놓았다. 바로 고추냉이와 왕고들빼기장아찌가 그것이다. 처음엔 고기 자체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소금에 찍어 먹고 다음엔 고추냉이나 왕고들빼기 장아찌에 싸서 맛을 보라. 안 그래도 느끼함이 별로 없는 고기가 장아찌의 상큼함과 조합되니 맛이 안 살아날래야 안 살아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쌉쓰름한 게 입맛을 돋군다
▲ 왕고들빼기 장아찌 쌉쓰름한 게 입맛을 돋군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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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왕고들빼기의 아눌린 성분은 쓴맛을 내며, 입맛을 돌게 할 뿐만 아니라 간기능 개선에 장기능까지 원활하게 한다. 그러니 고기 먹고 변비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영업 끝나고 나서 고기를 먹고 자도 다음 날 부담이 없다고 한다. 원적외선으로 굽는 가마구이가 원인이겠지만 고들빼기의 역할도 있지 않나 싶다.

고추냉이 장아찌 역시 새롭게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재이다. 일본인들이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도 고추냉이의 항균 항암 효능 덕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몸에 이로운 식재와 함께 먹는 고기는 병이 아니라 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기독교 공동체 동광원의 이현필 선생이 "고기먹지 말라"고 하셨다지만 고추냉이와 고들빼기 장아찌에 먹는 고기는 허하지 않을까 싶다.

돼지막창도 겉은 쫄깃하고 속은 보드랍다. 황토가마 덕분인지 잡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돼지막창도 겉은 쫄깃하고 속은 보드랍다. 황토가마 덕분인지 잡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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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가마구이에서 고기를 먹고 나서 필히 맛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황토가마에 구운 돼지 막창이다. 속은 야들야들하고 겉은 쫄깃한 묘미는 그동안의 돼지막창을 모두 잊게 만든다. 표현력의 한계를 느껴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한다(절대 글쓰기 싫어서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그 맛이 궁금하거든 직접 맛을 보든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맛객,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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