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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부곡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나의 말버릇 글 버릇'이란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 한글날 기념 글짓기 한글날을 맞아 부곡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나의 말버릇 글 버릇'이란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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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처럼 한글날을 맞았다. 여느 국경일이나 명절만큼 마음 유다르지 않다. 그저 무덤덤하다고나 할까. 신문방송을 보니까 눈쌀 찌푸려지는 겉치레 행사가 태반이다.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 반 아이들에게만은 '한글날'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글날 특설 단원 학습'을 가졌다. 첫째 시간은 한글날의 제정과 그 유래, 한글이 다른 나라글에 비해 도드라진 점을 꼬집어봤다. 한글은 '으뜸인 글'이고, '큰 글'이며, '바른 글'이란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독창성과 과학성, 실용성까지 훑어보게 되었다.

한글날 특설단원 학습으로 평소 한글 사용에 대한 자기 말버릇 글 버릇을 쓰고 있다.
▲ 글쓰기에 열심히 아이들 한글날 특설단원 학습으로 평소 한글 사용에 대한 자기 말버릇 글 버릇을 쓰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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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시간, '한글에 대한 평소 나의 말버릇과 글 버릇'을 적어보게 했다. 시큰둥한다. 평소와 다른 글제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예시글을 읽어줬더니 '평소 자기가 사용하고 있는 말버릇과 글 쓰는 버릇'을 캐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많은 아이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글을 좋지 않게 사용했던 때는 컴퓨터 채팅이었다. 대부분 줄인말을 사용하거나 신조어, 심지어 비속어까지 남마구쓰고 있다고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요즘은 초등학생도 거의다 휴대폰을 사지고 있다) 문자메일과 인터넷카페, 메신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더 심각했다. 그 이유로는 서로의 생각을 보다 더 빨리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정상적인 글로는 대화가 안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 자음만 쓰는 말 : 'ㄱㄴ'(감사), 'ㅅㄱ'(수고), 'ㄱㄱ'(고고, 게임을 시작하라는 뜻)
                            'ㄱㄷ'(기당, 기다리라는 뜻), 'ㅈㅅ'(죄송하다는 뜻) 
  - 새롭게 만든어 쓰는 말 : '뷁'(더럽다), '뭥미'(뭐니), '쉐끼' 등
  - 줄여 쓰는 말 : 버그->벅, 오랜만->올만, 티알->턀, 간지난다, 뽀지난다 등

평소 한글에 대한 나의 말버릇 글 버릇은 어떤가

평소 나의 말버릇은

평소 나의 말버릇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 나타난다. 다른 친구들처럼 우리말을 우리말같이 쓰지 않고 줄여서 쓰거나 자음만 이용해서 말을 만든다. 글을 쓸 경우에는 여전히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말을 줄이거나 이모티콘 같은 것을 쓴다. 또한 마침표도 내 마음대로 많이 쓰고 그랬는데 우리 선생님을 만나고나서부터는 내 글 쓰는 버릇이 많이 고쳐졌다. 우리 선생님은 글 쓰는 작가로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평소 아침인사를 하거나 어디를 갈 때 'ㅎㅇ, ㅎㅇㄹ, ㅂ2'라고 쓴다. 요즘도 많이 쓰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한글을 처음 만든 세종대왕이나 집현전 학자들은 분명 우리말을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내 글 버릇을 고치려고 했으나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샹의 90% 이상이 한글을 즐여쓰거나 만들어서 쓰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부터 우리말을 함부로 줄여쓰거나 이상한 모양의 글을 만들지 않고 아름답게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_ 창녕 부곡초등학교 6학년 김현정

아이들은 우리말을 어떻게 가려쓰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모바일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세대인 것만큼 그 세태(世態)를 따를 수밖에 없다. 세살 버릇 여든 가듯이 언어 사용 습관은 어렸을 때일수록 습관들이는 게 중요하다. 프랑스 사람들이 모국어를 세상에 으뜸인 글로 자부하고 있는 것은 비단 아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숱한 세월을 거치면서 그들의 내면에 민족 정체성으로 고스란이 배어든 것이다.

신혜진 김대현 어린이가 글 쓰기에 열중하는 모습
▲ 한글날 기념 글짓기 신혜진 김대현 어린이가 글 쓰기에 열중하는 모습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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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 어린이는 왼손잡이다. 그러나 글씨는 알뜰하게 또박또박 잘 쓴다.
▲ 왼손으로 또박또박 글 쓰는 김성도 어린이 김성도 어린이는 왼손잡이다. 그러나 글씨는 알뜰하게 또박또박 잘 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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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어린이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좋은 생각을 많이한다고 했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 박동혁 어린이 동혁어린이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좋은 생각을 많이한다고 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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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어린이는 매사 깔끔하다. 글 쓰는 버릇도 마찬가지다.
▲ 앙큼쟁이 김나라 어린이 김나라 어린이는 매사 깔끔하다. 글 쓰는 버릇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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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3천여 가지의 말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언어체계로 확립되어 있는 문자는 한글을 포함해서 불과 50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우리 한글은 세상 어디에 드러내놓아도 자랑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프랑스말이 아름답다고 해도 우리 한글처럼 사물을 살아있는 그대로의 형상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말은 본말에 따른 갈래말이 잘 발달되어 있다.

평소 사용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한 마디 한 마디의 말 속에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말빛이 흐리다. 기분이 나쁠 때는 물론, 기분이 좋을 때도 입이 거칠다. 속내를 다 드러내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말 표준말을 잘 살려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투리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전국이 하나의 언어권이 되어 버려 지방고유의 특색을 살린 말들이 사라져 아쉽다. 거친 경상도 사투리에는 패기찬 인정이 담겨있고, 구수한 충청돟 사투리 속에는 토장국같은 정감이 묻어난다. 전라도 강원도 제주도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몇몇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사투리를 쓰는 것이 부끄럽다는 얘기가 있어 그런 생각을 고쳐주고 싶다.     

대개의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싫어하지만 부곡초 6학년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책을 즐겨 읽고, 좋은 글도 곧잘 써낸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 부곡초 6학년 아이들 대개의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싫어하지만 부곡초 6학년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책을 즐겨 읽고, 좋은 글도 곧잘 써낸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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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들에 따르면 폴리네시아의 경우 3천여개 섬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각각 사용하는 언어가 3천여가지라고 했다. 물론 글자로 정착된 말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상대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서도 부족 특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잘 보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말로써 부족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로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종족 고유의 말을 가졌으면서도 대제국 몽고와 마야잉카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무엇 때문일까? 단지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아니다. 그것은 바로 민족의 얼을 반영한 말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토속어 사투리에 대한 반향은 결국 표준어와 모국어를 사라지게 하는 근간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모든 말뿌리는 토속어에서 생성되고, 성장하며, 소멸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모든 말뿌리는 결국 토속어다

남학생들이 글쓰기에 분주하다. 근데 왼손으로 글을 쓰고 있는 아이와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아이가 이채롭다.
▲ 글쓰기에 열심인 6학년 남학생들 남학생들이 글쓰기에 분주하다. 근데 왼손으로 글을 쓰고 있는 아이와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아이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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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글에 대한 나의 말버릇


나는 평소 말버릇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한글날을 맞아 글쓰기를 통해 나의 말버릇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별로 욕설은 쓰지 않는 편이지만, 말을 줄여서 쓰는 경우는 많다. 특히 친구들에게 문지메일을 보낼 때나 채팅을 할 때는 거의 줄임말을 쓴다.
그런 말버릇은 고치고 싶어도 습관이 되었는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약간의 사투리를 쓰기도 한다. 사투리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른들로부터 그런 말을 계속 듣기 때문이다.
사투리나 줄임말을 쓰는 것을 잘 고칠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쓰지는 않아야겠다. 이번 한글날 기념 글쓰기를 통해서 그 동안 아무렇게나 썼던 나의 말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해야겠다.

_ 창녕 부곡초등학교 6학년 하지애

좋은 말, 바른 말, 아름다운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즐겁다. 향기롭고 상긋한 말은 듣는 이는 물론 말하는 자신에게도 기쁨을 준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같은 말을 하라는 것은 아닐 게다. 말은 고운 향기를 지녔다. 말은 한번 입 밖에 나오면 주어담을 수가 없다. 아홉 가지를 듣고 한 가지를 내뱉어라는 경구는 그만큼 말을 좋게 가려쓰라는 다그침이다.

오늘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말 빛깔이 그렇게 좋지 않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대충대충 생각해서 사는 편이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두고 생각해 보면 기분이 좋을 때나 싫을 때, 좋은 일 궂은일 가릴 것 없이 말은 좋게 살려 써야겠다. 그것이 바로 한글을 한글답게 살려내고 더 좋은 글로 성장하게 하는 단초다.

우리 말 한글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솔직히 한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다.
줄인말을 쓸려고 해도 글을 슬 때마다 그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쓰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한글이 얼마나 좋은 글인지 안 좋은 글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한글이 나의 입에서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몰라도 나는 나 자신이 한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글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_ 창녕 부곡초등학교 6학년 신혜진

신혜진 어린이가 우리말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있다,
▲ '우리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쓴 신혜진 어린이 신혜진 어린이가 우리말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쓰고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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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확실하다. 좋고 싫음을 금방 가린다. 예전 같이 은근하게 참아내는 경우가 드물다.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최신 정보통신의 발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글에 대한 말버릇과 글 버릇을 탓할 까닭이 없다. 언어란 모두가 공유하는 가운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문화'가 되고 있는 요즘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문제는 한번쯤 되짚어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더구나 '영어몰입교육'이 창궐하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게 모국어보다 더 티가 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한글과 보다 친숙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 줘야한다. 그냥 다그친다고 좋은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나의 말버릇 글 버릇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서 한글은 점점 줄어들고 이상한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을 많이 사용하지 않다는 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잠시만'을 '잠만'으로, '기다리라는 말'을 'ㄱㄷ'으로, '아나'라는 말은 어느 별에서 온 말인지 모를 정도다.  그리고 우리는 인테넷 용어에 너무 빨리 익숙해 간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말과 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인터넷에서 쓰는 함부로 쓰는 말을 자동으로 올바른 말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겠다. 아니면 그런 글을 입력할 수 없는 언어로 지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되도록 말이 아닌 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겠다. 남을 헐뜯는 비속어가 여기에 속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쉬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들이다.
비록 나부터 즐겨써온 말버릇이 쉽사리 고쳐지지 않겠지만,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겠는 노력은 해봐야겠다. 우리 고유의 글, 한글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결코 한굴은 자라지지 않도록 이끼고 보호해야겠다.

_ 창녕 부곡초등학교 6학년 김대업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글날, #한글, #말버릇, #글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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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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