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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김영선 대표가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방안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달러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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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환보유고가 문제가 되는데 IMF 때는 금 모으기 운동을 했다. 집집마다 100달러·500 달러는 있을 수 있다. 전 국민이 외화통장을 만들면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 같다. 통장에만 넣어놔도 장기 달러 보유가 된다."(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제 개인적으로 달러 동전이 500달러 정도 있는데 범 국민적으로 달러 모으기 행사를 진행하는 게 어떠냐?"(친박연대 양정례 의원)

100달러·500달러면 우리 돈으로 13만원·66만 원쯤(7일 현재 1달러=1328원) 된다. 사실 이런 돈을 우리 돈으로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서민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김영선 의원은 우리 돈이 아닌 달러로 이 금액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양정례 의원 역시 한 술 더 떠 500달러를, 그것도 동전으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폐로는 더 많은 달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하기야 김영선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인 데다 지금은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양정례 의원이야 떼돈을 내놓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다섯 식구의 가장인 나는 1달러도 없다. 아니 옛날에도 달러가 집에 있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달러를 내놓아 나라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제안을 우리는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 줄 수가 없다.

정치권에서 "요즘 같이 살기 어려운 때 100달러·500달러씩 쌓아놓고 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라는 힐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집집마다 100달러? 우리집엔 1달러도 없다

위 내용과 관련 <조선닷컴>의 댓글란 가운데 달러 모으기에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유인학(yih 500)씨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공감가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농부에게는 '씨나락'이라고 하는 종자가 있다.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고 할 때 그 종자를 가리키는 말이 씨나락이다. 농부는 씨나락으로 해서 내년을 위한 소망의 씨를 뿌린다. 그런데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씨를 뿌렸건만 웬일인지 발아가 되지 않을 때 실망한 농부는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었다 보다" 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서민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씨나락을 까먹은 귀신은 누구인가? 서민들은 그 귀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귀신들이 나서서 생뚱맞게도 달러를 내놓자고 한다. 그러니 귀신 씨나락 까먹는다고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듯이 11년 전 IMF 위기 때 우리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다. 많은 서민들이 돌반지와 가락지를 들고 나왔다. 돈이 필요해서 바꾸려고 한 사람도 있었지만 금값이 더 오를 줄 알면서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들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당시 한국은 외채 문제가 심각했다. 정부는 국민 350만 명이 가져온 금을 외국에 팔아 21억 3000만 달러를 마련해 외채를 갚는 데 썼다. 이것이 경제 회복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사기를 고양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물론 한국 경제는 IMF 체제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환란 사태를 초래한 관리들은 누구도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무차별한 외채 유입으로 위기를 초래한 재벌들은 제 몸 불리기에만 몰두하며 승승장구했다. 재벌 총수들의 탈법과 불법 행위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용인되었다. 이에 따라 혜택을 누린 것은 소수의 부유층뿐이었다. 

반면에 정작 돌반지와 가락지를 들고 나온 서민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직장에서 퇴출되거나 거리를 헤매는 신세로 전락했다. 대량 해고, 비정규직 양산, 고용 불안 등으로 양극화만 갈수록 심화되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까지 엽기적 수준으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아예 요원해졌다. 최근 정부는 서민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2%만을 위한 종부세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마당에 장롱에서 달러를 꺼내 외화통장을 만들라고 한다. 말이 예금이지 이것은 국민에게 구제의 손을 벌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무엇보다 원화통장도 거덜나 있는 국민에게 외화통장을 만들라는 하는 발상은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다. 나는 이것이 한나라당이나 정부의 뜻이 아니기를 바란다. 차라리 정신나간 두 의원의 백일몽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10년전 돌반지 내놓고, 지금은 거리 헤매는 서민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6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18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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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십분 이해하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하긴 어렵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에서 여당의원과 장관의 질의응답은 사전 교감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달러 모으기의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기는 어려우니 민간 차원에서 해주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 발언은 지난 2월 숭례문이 불탔을 때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던 이 대통령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마침 기업은행에서는 7일부터 연말까지 달러 모으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측은 정부와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말한다. 강 장관의 바람대로 민간 차원에서 달러 모으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51%를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이다. 이쯤 되면 달러 모으기는 물정 모르는 두 의원의 의견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또한 강 장관의 답변은 정부까지도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 위기를 마치 괴담인 양 치부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경제 위기는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강 장관 역시 2천억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위기설을 부인해 왔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위권에 드는 외환 보유고를 자랑한다. 외환 유동성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IMF 때와는 경제적 펀더멘털(fundamental)이 다르기 때문에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은 위기라고 하기도 하고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하다가, 급기야 강만수 장관이 국감장에서 위기를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금융 위기가 실물 위기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

강 장관이 고환율을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순전히 수출 위주의 대기업을 위한 것이었다. 근시안적으로 보아서 고환율이 수출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세계 경제를 전혀 읽지 못했다. 세계 경제는 환율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건만 강 장관은 자신의 소신 또는 고집을 끝내 꺾지 않았다. 여기에는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는 환율 방어에 수백억 달러의 외환을 쏟아 부었다. 전문가들은 수없이 고성장과 고환율의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했다. 결국 오늘의 경제 위기는 정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뒤로 빠진 가해자, 인적 쇄신부터 해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본질적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전반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데에 있다. 그것은 정부가 이중적인 자세로 국민을 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방송사 사장을 낙하산으로 임명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그들에게 사퇴 압력을 넣기도 했다. 정부는 집회의 자유는 보장한다면서도 집회를 원천봉쇄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산에 올라 촛불 보고 반성했다고 하면서도 유모차 부대를 수사했다.

정부는 경제 역시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에둘러 추상적으로만 말하면서 구체적인 지적은 틀어막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조장한 주체(가해자)는 뒤로 빠지면서 객체(피해자)에게 달러 모으기 따위나 요구한다면 그것은 먹히지도 않을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화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외환 실태를 비롯한 경제 현황을 정직하게 밝히고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적 오류를 시인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류를 시인하지 않으면 국민과 시장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결코 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정부는 인적 쇄신을 통해 경제 정책 방향을 과감히 전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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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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