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를 풍미한 NBA선수 중에 게리페이튼(40·은퇴)이라는 가드가 있었다. 비록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들인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 등에 가린 바도 없잖아 있지만 탁월한 개인기를 앞세운 1:1능력 그리고 동급최강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그만의 플레이는 수많은 골수 팬들을 탄생시켰다.

 

그는 8시즌이나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던 최고의 공격형 가드 중 하나였으며 8년 연속 'ALL-NBA Defensive Team'은 물론 1996년에는 마이클 조던 이후로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한 2번째 가드가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96년 NBA 파이널에서는 시카고 불스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1대1로 수비했던 주인공이기도하다. 한마디로 공격과 수비에서 최고의 능력을 지녔던 가드중 한 명이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에도 이러한 선수가 있다. 상대팀 선수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앞선 수비수'이며 자신을 막는 선수에게는 수많은 파울을 양산시키는 전천후 플레이어. 거기에 항상 미소짓는 얼굴과 달리 경기 내내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지치지 않는 파이팅은 팀 동료들에게 최고의 신뢰를 안겨준다. 삼성생명 비추미의 '야전사령관' 이미선(29·174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삼성생명 이미선 그녀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앞선 수비수'이자 최고의 공격력을 보유한 포인트가드이다

▲ 삼성생명 이미선 그녀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앞선 수비수'이자 최고의 공격력을 보유한 포인트가드이다 ⓒ 삼성생명

 

소속팀을 넘어 상대팀까지 지배하며 경기를 마무리짓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에이스' 변연하(28·180cm)가 FA 자격으로 천안 KB국민은행 세이버스로 둥지를 옮기며 상당한 전력 손실이 우려됐던 삼성생명. 일단 고전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첫 테이프는 무난하게 끊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듯이 삼성생명 선수들은 모두가 한 걸음씩 더 뛰는 근성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5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8-2009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전을 62-54 승리로 장식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주전 포인트가드 이미선이었다. 이미선은 특유의 강력한 수비능력으로 금호생명의 리딩가드 이경은(5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을 꽁꽁 묶은 것은 물론 자신은 코트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며 23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을 올렸다. 그녀의 패스를 동료들이 몇 개만 더 성공시켜줬더라면 트리플더블까지도 가능한 기록이었다.

 

패기 넘치는 파이팅이 인상적인 이경은은 최선을 다해 이미선을 수비해봤지만 되려 상대의 노련미에 휘말리며 전반에만 파울 4개를 범하는 악재로 인해 제 기량을 완전히 발휘해보지도 못했다.

 

이미선은 자신의 역할을 120%완벽하게 수행한 것은 물론 상대팀 포스트 요원들이 흘린 볼까지 낚아채고 골 밑으로 연결되는 패스마저 수시로 커트해 버리는 등 다른 포지션의 동료들까지 지원해주는 모습이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당시 최윤아(23·신한은행)와 더불어 세계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가드진을 보여줬던 그 위상을 그대로 국내리그에서도 재현하고있는 것이다.

 

이미선의 영역을 넘어선 맹활약은 비단 팀 동료들뿐 아니라 상대팀 선수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끼쳤고 덕분에 삼성생명은 경기 내내 금호생명을 분위기에서부터 압도할 수 있었다. 이미선의 입맛에 딱딱 맞는 패스를 전달받은 박정은(19득점, 3점슛 5개)은 적극적으로 외곽슛을 시도하며 변연하의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었다.

 

분명 현재의 삼성생명은 변연하의 공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선이 버티고있음에 결코 올 시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2008.10.06 08:1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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