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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9월28일) 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서와 '마산 원전'에 있는 해상콘도에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씨알이 굵은 고등어와 메가리(작은 전갱이를 경남지역에서 부르는 말)를 제법 많이 잡아서 낚시통을 가득 채웠습니다. 적은 비용에 힘이 센 고등어를 낚아내는 손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3일, 그 퍼덕거리는 고등어의 푸른 등짝이 눈앞에 삼삼하게 어른거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오전 6시, 낚시통과 가방을 챙겨서 차에 올랐습니다. 창원에서 원전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마산 산복도로를 달려서, 수정으로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이곳은 '장지연로'라 불리는데, 한때 애국열사로 알려졌던 그가 친일을 했다고 해서 지역사람들의 논란이 분분합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들꽃이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가을바람을 맞는데, 풀벌레 소리가 귀를 쟁쟁 울립니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비틀린 고개길을 달리니 백령고개가 맞이합니다. 회심곡 한자락에 차한잔 마시는 운치가 있는 곳이었는데, 이제 소리는 사라지고 낚시꾼 서넛이 일행을 기다리는지 서성대고 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차에 올라 천천히 고개를 내려갑니다. 아침해가 바닷물에 일렁이고, 갯내음이 답답한 가슴을 탁 튀어줍니다. 잿빛 갈매기는 벌써 수면에서 부지런히 낚시를 합니다.

 

채비를 준비한 곳은 안녕(동네이름)입구에 있는 낚시점입니다. 지난 주에 거래를 텄는데, 주인내외의 인상이 참 좋습니다. 아주머니는 우선 커피 한 잔을 타서 건넵니다. 나는 고등어낚시바늘(카드라고 하는데, 개당 1000원)세 개와 3000원 짜리 크릴새우 한덩이, 실장갑과 음료수를 삽니다. 아주머니는 물 한 병을 서비스라며 챙겨줍니다. 채비와 음료수값으로 만원이 들었습니다.

 

원전에 도착하니 도로에는 차량행렬이 끝없이 줄지어 있고, 주차장도 이미 가득찼습니다. 물론 밤낚시를 마친 이들은 돌아갈 것이고, 그 빈 자리를 또 다른 낚시꾼의 차가 들어설 테지요. 아주머니 몇 분이 손을 들면서 '덴마(전마선:나무로 만들어 노를 젓는 배) 낚시를 하려왔는지 묻습니다. 나는 마을의 제일 끝에 있는 'ㅅㅊ횟집'으로 들어섭니다.

 

"해상콘도에 사람들 많이 들어갔어요?"

"몇 명없어요."

 

아주머니의 한결같은 대답입니다. 이곳에서 '해상콘도'로 부르는 좌대낚시는 밤에는 한 사람당 2만원이고, 낮에는 절반인 1만원을 받습니다. 다른 일행 다섯 명과 나는 5분 거리의  배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도착한 콘도는 이미 만원입니다. 

 

곳곳에 낚시줄과 음식물이 버려져 있고, 사람은 없고 낚시대만 걸어놓아 앉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나는 구석진 곳에 겨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릴낚시대에 고등어카드를 채비해서는 수심 4-5미터에 던져둡니다. 활성도가 좋을 때는 고등어가 표면까지 올라오기 때문이지요. 다른 릴대에는 묶음추를 채비해서 바닥에 늘어뜨려 놓았습니다.

 

드디어 고등어의 입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카드에는 여섯개의 바늘이 있는데, 더러 두세 마리의 고등어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쌍다래끼'라며 좋아하다가는 고등어가 파닥거리면서 줄이 엉키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또 처음 낚시하는 분들은 챔질이 느려 고등어가 옆으로 비행을 하는 통에 옆사람의 낚시줄을 감아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낚시대가 타닥거리다가 '쑥' 물 속으로 처박히면 잽싸게 들어올리는 것이 즐거운 고등어를 만나기 위한 에티켓입니다.   

 

묶음추 채비에도 반응이 옵니다. 바닥층에서는 주로 메가리(전갱어)와 감성돔이 올라옵니다. 옆에 앉은 젊은 총각이 감성돔을 두 마리나 한꺼번에 걸어냅니다. 그런데 씨알이 조금 작습니다. 옆에 있는 아저씨가 불쑥 한 마디 합니다.

 

"거 25센티 밑의 살감생이(작은 감성돔)은 그냥 놔 주소!"

"그래, 키워서 잡아 묵어야제!"

 

내가 이용한 해상콘도(좌대)는 방과 평상이 두 개씩 있는데,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텔레비전을 볼 수도 있으며 식수와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큰 좌대에는 노래방도 있다고 합니다.

 

좌대 부근 양식장에는 고등어와 감성돔, 장어와 도다리 등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족모임이나 단체손님이 찾는 경우도 많이 보았는데, 흥에 겨워 술에 취해서 다른 이용객의 좋은 정취를 망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여섯시! 채비를 접고 배에 오릅니다. 고기를 담은 낚시통이 제법 묵집합니다. 싱싱한 메가리국과 고등어구이로 며칠 동안 온 가족의 입이 즐거울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저녁바람이 참 싱그럽습니다. 시간 나시면, 간단한 채비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해상콘도 낚시, 어떠세요?

덧붙이는 글 | 제 다음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고등어낚시, #원전 해상콘도, #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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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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